타임 스퀘어, 한복을 보았다
글 - 박태인 (독설닷컴 미주리 특파원)
미국 시간으로 오늘은 광복절 65주년이 되는 날 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내용에 대한 지나친 관심 때문에 '광복'이라는 의미 자체가 퇴색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정치적 영향력과 광복절에 행해지는 여러 성대한 행사들 떄문에 전 국민이 "아 오늘은 광복절이구나"라고 인식할 정도의 수준은 되는듯 합니다.
제가 있는 미국은 어떨까요? 광복절 예배를 드리는 한인 교회들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를 제외 하고는 개인적으로 길거리를 지나 다니다가, 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이 광복절이구나 하고 알기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즉 여기 미국에서 8.15 광복절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실정 입니다.
그리고 고백하건데 신나게 뉴욕을 여행중인 저도 오늘이 광복절인 줄은 몰랐습니다. 타임 스퀘어를 도착해 한복을 입고 계신 아주머니들과 청년들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수만명이 밀집해 있는 타임 스퀘어 안에서도 한복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뉴욕 한복판에 왠 한복인가 싶어 당장 달려가 한복을 입으신 아주머니들과 여러 행사들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타임 스퀘어에서의 광복절 기념 행사는 한국 정부가 아닌<만남>이라는 자원 봉사 활동 단체가 기획한 행사 였습니다.
직접 대화를 나눈 <만남>의 정순옥씨는 "이번 8.15 를 맞아 한국의 광복을 많은 미국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행사의 취지라며 "한복을 입은 것도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이유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이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야 오늘이 광복절인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국가가 국민에게 애국심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측면이 강한 우리나라 이기에 지나친 애국적 행사엔 조금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이 광복절인지 마저도 몰랐다는 제 자신에 대해선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과거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려 하셨던 안중근 같은 분을 떠올리니 말입니다.
이분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행사에 가장 주된 부분이라고 볼수 있는 공연을 보기 위해 타임 스퀘어 에서 이 분들의 준비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 맑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뉴욕 하늘에선 비가 주룩 주룩 내리기 시작 하더군요. "이 정도면 할 수 있겠지, 이 정도면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비가 계속 내리더니 어느덧 장대비로 바뀌어 행사가 연기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제 계획대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향해 걸어 갔고, 한 1시간 쯤 후에여 제가 남겨 놓은 연락처로 이분들이 연락을 하시더라구요.
"비가 그쳐 행사를 다시 시작 할것 같다."라고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전 이 연기된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분들의 행사를 보기 위해 다시 1시간을 걸어 타임 스퀘어로 가기엔 제 관광하는 시간이 좀 아까웠던 거죠.
하지만 준비 하시는 것을 보니 공연도 참 멋졌을 거란 생각으로 또 이 분들 덕분에 오늘이 광복절인줄 알게 되었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적어 봅니다.
타임 스퀘어 그 수십 수만명의 사람들 중 눈에 치이는 것이 한국 사람들 입니다. 그 만큼 뉴욕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한복을 입고 있는 한국인을 뉴욕 한복판 타임 스퀘에에서 만날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제 8.16일 미국 시간으로도 광복절이 지나 갑니다. 이번 광복절을 통해 정치적 명분과 모멘텀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제법 꼴사납습니다. 나라를 되 찾았다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분명 큰 축제가 되어야 하는 광복절..
어제가 그런 날일줄도 몰랐던 제가 이런 말을 하니 한편으론 우습네요.
머 긴말이 필요 하겠습니까..
그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오늘 하루 건투 하시길 빕니다
--
Taein Park
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
Convergence Journalism
http://blog.joins.com/parktaeinn
http://twitter.com/TellYou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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