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오른 여당에
‘여당 같은 야당’이 맞설 수 있을까?
오늘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초반부터 기선 제압을 하겠다며
여당과 야당 모두 벼르고 있다.
과연 누가 초반 승세를 잡을 수 있을까?
양대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사기를
의원 연찬회와 워크숍,
그리고 보좌진들의 평가로 점검해 보았다.
9월1일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가 출사표를 던졌다. 8월28일, 충남 천안의 지식경제부 연수원에서 의원 연찬회를 가진 한나라당은 ‘우파 대개혁’ 기치를 내걸었고 같은 날 강원의 홍천의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의원 워크숍을 가진 민주당은 ‘이명박 신독재 저지’를 선언했다.
18대 국회 열쇳말을 ‘경제 국회’로 내건 한나라당은 조세 금융 규제 개혁과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은 ‘민생 국회’ ‘인권 국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과거 회귀 입법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정기국회 개원을 앞둔 여야의 분위기는 일단 ‘여고야저’로 요약된다. 한국 선수단의 선전 덕에 베이징 올림픽 특수를 누리고 올림픽 기간 동안 진행된 KBS 장악으로 사기가 충천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국 주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 등에 참석하느라 의원들이 많이 빠졌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고조되어 있었다.
반면 촛불정국을 허망하게 마무리해 동력을 상실한 민주당 의원들은 결전의 각오를 다졌지만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었다. 어려운 당 사정 때문에 늘 받던 트레이닝복 대신 티셔츠를 받아 입은 민주당 의원들은 계속되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도 오르지 않는 당 지지율을 분석하며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지지율 고착은 민주당의 영원한 난제였다. 민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당시 열린우리당)에 패한 이후 지지율 하락의 이유를 분석했지만 지지율을 올릴 방법을 찾지 못하고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했다. 요즘은 떨어지는 이유가 아닌 오르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지만, 역시 지지율을 올릴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는 ‘그때 그 시절’을 복기하는 흥미로운 코너가 있었다. 5선의 김영진 의원과 김충조 의원이 후배 의원들에게 강의한 ‘선배중진 고언’ 코너였다. 20여 년 전 3당 통폐합으로인해 지금처럼 여소야대 국회가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경험을 듣는 시간이었다. 김영진 의원은 당시에도 광주청문회 언론통폐합 청문회를 통해 스타의원이 발굴되었다며 후배 의원들을 독려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진수희 김성조 의원 등 국감 우수의원으로 꼽혔던 의원들이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소속의원 172명 중 91명이 초선인 한나라당은 이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진 의원은 “노무현 정권 5년간의 적폐를 발굴하자”며 이들을 독려했다.
의원들이 연찬회와 워크숍에서 고담준론을 나누는 동안 의원회관에 남은 보좌진들을 두루 만나보았다. 이들이 그려본 정기국회 그림은 대략 비슷했다. ‘야당 의원같은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거세게 몰아붙이고 아직
‘여당 버릇을 못 버린 민주당 의원’들이 방어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한나라당 보좌진들은 ‘바람난 초선’들의 예측 불허 행동이 경계 대상 1호라고 지적했다. 요즘 청와대 부름을 받고 다녀온 초선 의원 몇몇이 당 지도부의 지시에 아랑곳 하지 않고 독자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와대의 ‘오더정치’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 보좌진들은 초선 의원이 적은 것을 걱정했다.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재선 의원 이상의 다선 의원들은 몸을 던지려 하지 않는다는, 야당근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만 하더라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었던 장관이 있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귀한 전 서울시의회 의장 뇌물사건이나 영부인 사촌 언니 김옥희씨 수뢰사건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로 ‘사정 정국’을 꼽는 보좌진도 있었다. 검찰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김재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요청한 이후 의원들이 움츠려 있다는 것이다.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관계자는 “요즘은 정부 측 패널보다 민주당 의원 섭외가 더 힘들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한나라당의 ‘바람난 초선’들이 바람 잡을 사안이 산적해 있다. 일단 시위와 인터넷 여론를 규제하는 법안을 밀어붙일 기세다. 이른바 ‘떼법’을 없애야 한다며 ‘불법시위 집단소송제’를 준비하고 있고 ‘사이버 모욕죄’ 등 ‘인터넷 유해환경 개선’ 법안도 상정하려 하고 있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역발상을 하자며 워크숍에서 감세 조치를 논의했다. 김진표 최고위원과 박영선 정책위 부의장은 부가가치세 3% 감세안을 제안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감세에 반대해왔다. 박 부의장은 참여정부의 거친 세금인상이 정권을 빼앗긴 이유라고 주장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진보담론인 ‘녹색 성장’을 언급하는 마당에 보수담론인 ‘감세’를 언급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민주당의 전통과 정반대 주장이기는 했지만 감세론에 대한 반발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당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민주당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분열에 대한 우려 때문에 거친 반발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분당합당 과정에서 생긴 내부 분열을 봉합하고 거대 여당에 맞설 수 있을 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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