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마리’의 “개막식이 악몽? 김문수의 선민의식이 불편하다” 글에 대해서
해당 인터뷰를 진행한 당사자로서 반론이 있어 올립니다.
‘개천마리’는 김문수 지사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조공 온 사신’에 비유하며 베이징올림픽과 중국을 강하게 비난한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 이유를 그는 “접대 혹은 대접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관리들의 지긋지긋한 우월의식이 느껴져서다. 아마도 김 지사는 베이징올림픽에 초대받아 극진한 대접이라도 기대했나보다”라고 말했다.
‘개천마리’는 “아마도 김 지사는 무더위 속에서 검색을 위해 기다린 두 시간이 참 고통스러웠나보다. 하지만 그 두 시간, 김 지사 혼자만 기다리며 검문검색을 받은 건 아니다. 혼자만 더웠던 것도 아니다. 그날 TV 속에 비춰진 각국 정상들은 모두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라며 김 지사의 투정을 비판했다.
‘개천마리’는 “‘계급장’ 내세울 때도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제발 그 선민의식 좀 버리시라. 언제 어디를 가도 대접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 우월감 정말 지긋지긋하다. 게다가 김문수 당신은, ‘한때’ 민중해방을 위한 민중당에 몸담았던 사람이 아닌가.”라며 글을 맺었다.
(참고로, 오마이뉴스 북경반점 팀의 '개천마리' 군은 제가 정말 아끼는 후배입니다. <시사IN> 창간 당시 '시사서포터스'로 활약하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지요. 지난해 여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장기 인턴' 중인데, 실력을 다져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도 간혹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더욱 가혹하게 딴지를 걸어봅니다. ㅋㅋ)
먼저 이와 관련한 원문 기사에 수정한 내용이 있어 알립니다.
김문수 지사의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나눈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관람기였습니다.
김 지사는 개막식을 ‘악몽 중의 악몽’으로 묘사했습니다.
“내 평생에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검색을 위해서 말복날 뙤약볕 아래서 두 시간 동안 서서 기다렸다고 하니
그 고통이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입장을 해서는 더욱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VIP석이라고는 하지만 자리가 옴쭉달싹도 하지 못할 만큼 좁았다는 것입니다.
저 멀리 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후진타오는 황제 같고
자신은 황제를 축하하기 위해 들러리 선 조공 온 사신 같았다고 합니다.
(각국 대통령들은 제후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개막식장에서 느낀 소감은 수행비서관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입니다)
=> 이 부분 내용을 정정합니다.
이 내용은 공식인터뷰 전에 수행비서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제가 잘못 해석한 것 같습니다.
당시 수행비서관은 개막식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이 느낌이 김문수 지사가 수행비서관에게 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수행비서관은 김 지사와 상관 없이 개인적인 느낌을 얘기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정치권의 격언 중에 '비서는 입이 없다'는 말이 있지요.
제가 수행비서관의 입을 빌어 내용을 전한 것 자체가 사실 실례지요.
이 점, 수행비서관님께 사과드립니다.)
제가 이 부분을 김 지사의 이야기로 간주한 것은
인터뷰 중에 김 지사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느꼈던 중화주의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올림픽 전부터) 반복적으로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부분도 김 지사 본인의 이야기로 간주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점,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당사자로서 ‘개천마리’가 김 지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명확히 한다(잘못 전달한 나의 실수일 수도 있다). 김 지사는 올림픽 개막식을 ‘최악의 경험’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이 말은 자신이 대접받지 못한 것에 대해 투정을 부리려고 한 말이 아니다. 중국의 ‘중화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을 짚은 것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숫자라고 해서 삼복더위에 올림픽 개막식을 치르는, 그리고 개막식 장 앞에서 VIP들이 고생하는 것을 ‘즐겼을’ 중국의 ‘중화주의’에 대해서 환기시킨 말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김문수 지사의 투정에 대해 ‘선민의식’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말의 뉘앙스를 살펴도, 인터뷰 당사자인 나는 그런 ‘선민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어느 정상이든 VIP든 본국에 돌아가서 "더워 죽는 줄 알았다"라고 볼멘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 지사를 비판하려면 비판 포인트를 확실하게 잡아서 비판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물론 베이징올림픽 현장 취재를 하다보면,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김 지사의 발언에 대해 더 민감하게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느끼기에는, 인터뷰한 당사자로서 느끼기에는 이런 비판은 자칫 ‘트집 잡기’로 비출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 지사에 대한 비판 포인트를 생각해 보았다.
이를테면, ‘왜 도지사까지 올림픽 개막식에 가야했느냐?’에 대해 문제 삼을 수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의미에서, 또한 정상외교를 위해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굳이 지방자치단체장까지 가야 했느냐 하는 문제는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올림픽 개막식에 세계 각국 정상과 세계 주요기업 대표들이 오기 때문에 이들과의 관계 증진을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 왔다고 반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김 지사가 주장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지사가 중국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중화주의의 부활’을 지적하고 ‘이런 중국으로 우리 기업들이 이동하고 있다. 수도권의 공장을 못 짓게 하면 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 간다’는 것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규제 완화’는 대권을 꿈꾸는 김 지사의 승부수다. 그는 ‘규제와의 전쟁’에서 거둔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승부수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김 지사는 ‘규제 완화’에 대한 세부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섬세한 논쟁을 한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세 번째로, 김 지사의 ‘사상적 훼절’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전설적인 노동운동가였던 그가 대권 예비 행보를 하면서 지극히 ‘친기업, 친보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동운동가였던 전력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일종의 정치적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시비를 걸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설명하는 김 지사의 논리는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목표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해명할 때 김 지사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아직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지사로서 김 지사가 행한 도정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투자 유치껀을 비롯해 왠지 불안한 한류우드 조성 사업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경기도에 골프장 건설을 여러 건 허가해주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해 요즘 대통령과 ‘맞장’을 뜨고 있다. 그래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어찌 보면 대권 예비행보를 걷고 있는 김 지사가 지금 ‘정치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실종되었기 때문에 김 지사의 이런 행보는 의미가 있다. 이에 <독설닷컴>은 ‘김문수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방법은 ‘농심 논쟁’ 때와 동일하다.
김문수 지사의 베이징올림픽 참관기와 관련해 <독설닷컴>이 포스팅한 글과 <중화반점>이 포스팅한 글에 5백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대부분 김 지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위의 네 가지 논점과, 5백 개의 댓글 중에서 김 지사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을 묶어 김 지사에게 공식으로 질문할 예정이다. 질문이 몇 개가 나올지 모르겠다(농심 때는 50개가 나왔다). 아무튼 정리해서 김 지사에게 보내보려고 한다.
2008/08/15 - [정치 언저리뉴스] - "중화주의의 쓴 맛을 보았다" 김문수 지사의 올림픽 개막식 후기(일부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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