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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백제전'에서 꼭 가봐야 할 10대 행사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9. 16.





올해 열릴 전국 축제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행사는 단연 세계대백제전이다. 축제 예산만 240억원, 일단 규모로서 다른 축제를 압도한다. 김명곤·이창동 등 전직 문화관광부 장관이 개막식 총감독과 영상 자문역으로 축제에 관여하고, 김광림·박근형 등 당대 최고의 연출가들이 공연을 맡았다. 이 정도면 ‘전국구’ 행사다. 

지난해 신종플루 때문에 열리지 못했던 ‘2010 세계대백제전’은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옛 백제 수도인 공주(웅진)·부여(사비)를 비롯해 충청남도 일원에서 열린다. 세계대백제전은 ‘백제문화제’의 명맥을 이은 행사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첫 행사의 흑백사진을 보고 울컥했다. 전후 끼니도 잇기 힘든 시절 도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백제 충신과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궁녀들의 영혼을 위로했다는 사실에 감명받았다. 

올해는 특히 축제의 주무대인 백제문화단지가 개장해 의미가 깊다. 1994년부터 16년에 걸쳐 조성된 백제문화단지에는 사비성과 능사(금동대향로가 발견된 절터)·위례성 등이 복원되었다. 약 3800억원이 들어간 대공사로 대목장·단청장·번와장·석장·칠장 모두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감독했다.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낙화암 수상공연장, 왕흥사지 행사장, 구드래 행사장, 그리고 공주의 고마나루 예술마당,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무령왕릉 행사장, 공산성과 금강 둔치에서 벌어지는 세계대백제전의 10대 행사를 꼽아본다(황산벌 전투 재현은 논산천 둔치에서 열린다). 





<개막식/폐막식> 

개막식 9월17일 사비궁 광장
폐막식 10월17일 고마나루 예술마당 

세계대백제전 개막식에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대다. 개막식이 열리는 복원된 사비궁은 철저한 고증과 역사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중국 장이모우 감독을 빼고는 이런 역사적 장소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은 운 좋은 연출가는 별로 없었다.  

이런 특별한 기회를 잡은 연출가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다. 장관 퇴임 후 더 바빠진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를 주관했고,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과 세계대백제전 개막식 총감독을 겸직하고 있다. 오정해씨와 송소희양을 비롯해 국악계 신예 주자들이 개막식에 두루 출연한다.  

웅장한 사비성을 무대 배경으로 활용해서 관객들이 궁중 연회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백제 고유의 미마지 탈을 받아든 관객들은 탈을 쓰고 ‘백제맞이’ 맞두들이를 관람하게 된다. 맞두들이는 1400년 만에 돌아온 백제를 맞이하는 행사로, 백제 혼불을 금동대향로 성화대에 안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폐막식은 공주 고마나루 예술무대에서 열린다. 세계대백제전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과 주요 행사 갈라쇼 형태로 진행되는데, 깃발 문양 연을 하늘로 날리며 끝이 난다. 폐막식 이후에는 가수 장윤정과 걸그룹 F(x) 등이 등장하는 화려한 식후 행사가 뒤따른다. 


* 수상 공연 <사마 이야기> 

9월18일~10월2일, 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수상 공연 <사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연출가 박근형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름값 때문이다. 1999년 <청춘 예찬>으로 연극계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대학로 최고의 연출가로 부상한 그는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확실한 연출가였다. 그가 드물게 연출하는 블록버스터 공연이라 관심을 모은다. 

<사마 이야기>는 백제 25대 무령왕의 이야기다. 웅진항까지 밀고 들어온 고구려 군대를 막아내고, 모반으로 왕비를 잃고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된 영토 확장을 통해 해상왕국의 기반을 만들어낸 무령왕의 기상을 보여주준다. 장이모우 감독의 수상 공연에 비견될 만큼은 아니지만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 수상 공연 <사비 미르> 

9월27일~10월11일, 부여 낙화암 수상공연장

중견 연출가 김광림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연출하는 <사비 미르>는 <사마 이야기>와 쌍벽을 이루는 수상 공연이다. 두 작품 모두 대규모 예산이 투여된 공연으로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공연이라 관심을 모으는데, 두 연출가의 은근한 라이벌 의식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부여 낙화암을 배경으로 한 <사비 미르>는 서정성과 음악에 방점을 찍었다. 상상 속 인물인 가물 왕자와 미르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엮어낸 이 작품에는 신세대 소리꾼 조주선 명창의 판소리와 크로스오버 해금 연주가 꽃별의 해금 연주가 녹아들어 있다.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영상 자문을 맡았고 서울월드컵 개막제와 한·일월드컵 전야제 미술감독을 맡았던 윤정섭씨가 총감독을 맡았다. 


* <사비궁의 하루> 

9월18일~10월17일, 부여 백제문화단지 사비궁

‘사비궁의 하루’는 세계대백제전의 강력한 하드웨어인 백제문화단지를 채워주는 소프트웨어다. 사비궁의 정전인 천정전을 중심으로 한 무대에서 재현극 형태로 성왕의 사비천도 행렬 재현 과 선포식 및 서동-선화 공주의 결혼식을 보여주고, 창작극 사비별곡 ‘산유화여 산유화여’를 공연한다. 

인덕전에서는 ‘임금이 효자면 백성도 효자’라는 의미를 담은 인형극을 공연하는데, 해동증자로 불렸던 의자왕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조석 다리의 전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사비 천도 행렬단 체험과 혼례 체험 어린이 수문병 교대식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 <웅진성의 하루> 

9월18일~10월17일, 공주 고마나루 예술마당

‘사비궁의 하루’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백제를 재현한다면 ‘웅진성의 하루’는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한 백제의 일상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응용해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보며 오감을 통해 백제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이다. 주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개장한다. 

무령왕이 왕권을 상징하는 데 활용한 환두대도 조형물을 가운데 설치하고, 백제의 의식주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물을 주변부에 세웠다. 세계역사도시관을 비롯해 백제음식문화관, 백제문화 예술체험관, 백제문화유산 디지털영상관이 위치하고 있어 세계대백제전을 찾는 관람객이라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

9월19일/25일, 10월2일/9일/16일 
부여군청~구드래

세계대백제전 광고와 홍보 동영상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이다. 백제 기마군단의 위용을 확인시켜주는 이 행사는 기승전결 스토리가 있다. 2km 남짓 행진하므로 기마군단을 따라 부여읍내를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출정한 백제군이 승리하고 돌아와 씩씩하게 구보로 퇴장할 때까지 함께해주기를 권한다. 

부여군청 앞에서는 대야성 전투에 임하는 백제 기마군단의 출정식이 진행된다. 의자왕의 어명을 받고 윤충 장군이 출정 선언을 한 뒤 구드래 주무대로 이동한다. 구드래 주무대에서는 윤충 장군의 승전 보고 무대 연기가 펼쳐지고, 승전을 기념하는 마상교전과 마상무예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 <황산벌 전투 재현>

10월2~3일, 논산천 둔치 

두 편의 수상 공연과 함께 세계대백제전에서 가장 가볼 만한 행사로 꼽히는 행사는 <황산벌 전투 재현>이다. 역시 규모가 압도적이다. 사극 전문 배우 등 1000여 명이 출연한다. 이번 축제 행사 중 가장 공이 많이 들어간 행사로 군영과 군기·목책·공성무기·투석기·충차·운제 등 전통무기가 재현된다. 

백제 무사들의 검무 공연으로 시작되는 공연은 백제 왕궁 어전회의를 거쳐 계백이 가족을 칼로 치는 비장한 장면과 결사대의 출정식에 이어 백제 군사 5000명과 신라 군사 5만명이 대치해 펼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 재현된다. 백제가 끈질기게 공성전을 펼치는 와중에 상영 장군이 관창을 생포했다 풀어주는 장면, 백제가 끝내 패배하는 장면, 계백 장군의 최후 장면을 거쳐 백제 군사들의 원혼을 달래는 진혼굿으로 마무리된다. 


* 퍼레이드 <교류 왕국 대백제>

9월18일/19일/24일/25일, 10월2일/3일/15일/16일
공주 문예회관 ~ 예술마당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세계대백제전에서 가장 부각하고 싶어하는 백제의 모습은 교류 왕국으로서의 모습이다. 동북아 평화 교류의 중심이 되었던 백제를 복원하는 것을 이번 행사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류국 사신 행렬을 재현하는 <교류왕국 대백제> 퍼레이드는 의미가 깊다.  

그동안 기마군단 행렬이 부여군의 대표 행사라면 야간 전식 퍼레이드는 공주시의 대표 행사였다. 백제왕 알현을 위해 겸익이 불교를 가지고 온 천축국(인도), 이를 검게 칠한 열대의 나라 흑치국(필리핀), 스모로 백제 사신을 맞이했던 왜(일본), 양탄자를 교류한 부남(캄보디아), 학문과 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교류했던 양나라(중국) 사신이 재현된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퍼레이드 의상을 맡았던 박용두씨가 의상감독인데, 이번에는 LED 조명으로 복장에 화려함을 더했다. 9월18일 첫날 퍼레이드에는 오사카 왓소문화교류협회 회원 30명이 특별 출연하고, 9월25일 도민체전 개막식 때는 행사 피날레를 장식한다. 


* <세계역사도시 전시관> 

9월18일~10월17일, 공주 고마나루 예술마당

공주 고마나루 예술무대에 설치한 <세계역사도시 전시관>은 소박한 ‘역사 엑스포’다. 백제·고구려·신라 삼국의 불교문화 고분 의상을 비교할 수 있는 관이 설치되고 백제와 교류가 활발했던 주요 도시들, 일본의 나라와 구마모토, 그리고 중국의 뤄양과 양조우의 문화가 전시된다. 이외에 세계 다양한 역사도시관이 설치되는데 여권도 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즐겁게 ‘역사 여행’을 할 수 있다.  


* 국제학술회의 <교류 왕국 대백제의 발자취>

9월30일~10월1일, 공주대학교
10월7~8일, 부여롯데리조트

전임 이완구 지사는 ‘세계대백제전’이라는 이름을 명명하며 백제의 영광을 되찾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반면 후임 안희정 지사는 이 행사를 한 계단 승화시키기를 바랐다. 국제학술회의는 그래서 공을 들인 행사다. 교류 왕국 백제의 발자취를 더듬어 잃어버린 역사, 패자의 역사에서도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얻어보자는 것이 학술회의의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