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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교류 왕국, '백제'를 지금 이야기하는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9. 18.

세계대백제전의 두 주역 김명곤-안태경 인터뷰


2010 세계대백제전의 예술적 성취를 책임진 
김명곤(전 문화관광부 장관) 개막식·폐막식 예술총감독과 
안태경 예술감독(2012 여수엑스포 예술감독)을 만났다. 





- 개막식은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가? 
김명곤(김) : 고대 백제의 제천의식을 재현했다. 부여의 영고에서 유래한 백제의 제천의식 형식을 통해 천신에게 사비궁 입궁을 고하는 행사로 만들었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잠든 백제를 다시 깨운다는 의미다. 국립극장장 시절 경주문화엑스포 개막식을 함께 만들었는데 그때의 경험도 참고했다. 


- 관객도 함께할 수 있나? 
김) 국립국악원·충남도립국악원 등에 소속한 총 310여 명이 출연한다. 의전을 최소화해서 개막선언이나 개회사 같은 것도 제천의식의 한 부분으로 진행할 것이다. 관객이 단순히 바라만 보지 않고 함께 제천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여러 가지 만들었다. 특히 백제 미마지탈을 나눠줘 관객 전체가 퍼포먼스를 할 수 있게 했다. 


- 김명곤 예술총감독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도 맡은 것으로 안다.  
김) 우연의 일치인지, 이번 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테마가 ‘천년의 사랑여행’이다. 고대 백제가요를 복원한 것인데, 세계소리축제를 통해서 백제를 청각적으로 복원하고 세계대백제전으로 백제를 시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재미있다.  


- 미마지탈 퍼포먼스를 한다는데 미마지가 무슨 뜻인가? 
안태경(안) : 미마지는 일본에 가서 일본 기악의 기초를 확립한 백제 음악가다. 그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화려했던 백제문화를 복원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김) 보통 지역 축제의 경우 지역 신화와 전설을 복원하고 영웅을 되살리려고 하는데 지역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계가 온다. 전국적으로 혹은 전세계적으로 공감할 요소를 찾아야 한다. 그 요소가 바로 미마지다.  


- 미마지를 통해 백제문화의 어느 측면을 부활시키고 복원하겠다는 것인가? 
김) 백제는 해상왕국·교류왕국이었다. 주변국에 문화예술적 영향을 많이 끼쳤다. 한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미마지는 예술가로서 문화 교류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다. 그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백제가 갖는 의미를 살필 것이다.  


- 일본이 백제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안) 일본인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백제에 대한 아련한 정서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백제 부흥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왜나라는 전함 400척과 군사 2만7000명을 파병해 백제 부활을 도모했다. 결국 전멸했지만 백제 멸망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정서가 이어지는 것 같다. 일왕도 자신이 백제인의 피를 이어받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 백제문화단지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안) 일본 현지 관광 안내문구를 보니까 ‘백제는 마음으로 느끼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어떤 일본 관광객은 부여와 공주의 공기를 마시고 흙만 밟아도 좋다고 했다. 그들이 충분히 백제를 느끼고 가게 만들겠다. 


- 백제문화단지는 어떻게 활용하려는가? 
김) 절반의 숙제를 풀었다고 본다. 경주문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경주에 비해 부여와 공주에는 그런 역사 인프라가 부족했다. 이제 하드웨어는 만들어졌으니 이곳을 채울 소프트웨어를 충실히 준비할 때다. 
안) 어떤 분들은 ‘일본풍’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데 백제를 모델로 한 일본 문화재를 참고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인데, 자격지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리지널은 우리였다. 


- 안 감독은 4년째 세계대백제전을 연출하고 있는데 4년 동안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었는가? 
안)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에 신경 썼다. 프로그램이 너무 많았다.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구분했다. 그리고 축제 때만 반짝 빛나지 않고 계속 남겨질 콘텐츠를 고민했다. 이번에 수상 공연 두 편을 올리는데 대표 사례가 될 것 같다. 


- 수상 공연에 기대가 큰 것 같다. 장이머우 감독의 수상 공연과 비교하기도 하고.  
안) 장이머우 감독의 수상 공연 시리즈를 직접 찾아가서 대부분 보았다. ‘실경 공연’ 혹은 ‘산수 공연’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았다. 부러웠다. 솔직히 ‘이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스베이거스까지 수출할 것이라고 하더라. 


- 장이머우 감독의 수상 공연은 스케일이 크다.
안) 출연자만 1000명에 이르고 예산도 수백억 원이다. 스케일에서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감동은 뒤지지 않게 만들겠다. 21세기 들어 신화적 사고와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공연이 조명받고 있다.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우리 작품을 만들고 싶다. 


- 그런 공연을 만들어내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 장이머우 감독의 성과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시스템·예산·제작과정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 분석해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 때 개막식 시나리오를 빼내보려 했는데 ‘1급 비밀’이라며 안 된다고 하더라. 어렵더라도 해야 한다. 중국은 중화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장이머우를 적극 활용하고, 장이머우는 그것을 다시 예술적 성취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화적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