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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

<슈퍼스타K2> 앞세운 'CJ 콘텐츠 제국'의 전략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10. 12.

1996년 <남자셋 여자셋> 2000년 <세친구> 
트랜디한 시트콤으로 안방극장을 사로 잡았던 송창의 PD
CJ미디어 제작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그는 CJ계열사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케이블TV 프로그램 15편 중
12편이 CJ미디어 계열사 프로그램이다. 
외세(외국 프로그램) 덕을 봤던 다른 채널과 달리 
CJ미디어 계열사들은 자체 제작을 중시했다. 
그 덕에 콘텐츠 제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국 케이블TV의 역사는 <슈퍼스타K2>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이미 <슈퍼스타k2> 결선 진출자의 인기는 왠만한 연예인을 능가한다. 
이제 연예인들도 케이블 채널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송창의 PD를 만나 미래를 가늠해 보았다. 




Mnet <슈퍼스타K2>의 시청률이 연거푸 10% 이상을 기록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던 지난 9월28일, CJ 계열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는 송창의 CJ미디어 제작본부장은 연출자(PD)들을 소집했다. PD 60여 명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그는 ‘탈변방 선언’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지상파의 변방이 아니다. 비록 주류는 아닐지언정 변방은 아니다. 주류에 한 발은 걸쳐 있다. 그러니 변방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MBC 재직 시절 대표적인 스타 PD로 꼽혔던 그는 PD들에게 주류 의식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이제 더 이상 찌질이 마인드는 버려라. 주류 의식을 가져라.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주제에 접근할 때도, 프로그램을 찍을 때도 주류라면 어떻게 기획할지 생각하고, MC를 섭외할 때도 에이스는 안 되니까 접자는 생각은 버려라. <슈퍼스타K2> 이전과 이후는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럼 우리도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CJ미디어를 콘텐츠 제국으로 이끈 송창의 제작본부장은 MBC 재직 시절 스타 PD였다. 그는 ‘4억 명품녀’ 소동을 일으켰던 <텐트 인 더 시티>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할 것을 주문했다. “프로그램 관련 논란은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달리 해석할 부분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어도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고 관련 보도가 나오지도 않았다. 욕먹는 것보다 더 불쌍한 것은 관심 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CJ미디어 계열 케이블TV 프로그램이 화제의 중심에 있지만, 불과 4년 전 그가 처음 tvN 제작본부로 부임할 때만 해도 상황은 천지차이였다. “시청률이 0.2~0.3%를 왔다갔다 했다. 그 소숫점 아래 시청률 표를 보고 일희일비하는 게 우스웠다. 지상파에선 10% 안 되면 명함도 못 내미는데…. 솔직히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하고 생각했다.” 


자립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지상파와의 차별화였다. “지상파를 따라 하면 망한다고 봤다. 지상파를 따라 하면서 지상파보다 더 못 만드는 프로그램을 누가 보겠는가? 철저한 차별화가 필요했다. 지상파가 할 수 없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그것만이 부귀영화 속에 가라앉은 지상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차별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수립한 전략은 목표 타깃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지상파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우리는 다르다. 타깃이 아니면 아예 쳐주지도 않는다. 여성 채널에서 여성 대상 프로그램을 만들면 남성 시청률은 전혀 고려 안 한다. 20~40대를 목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tvN에서는 그 위아래로는 아예 시청률 조사도 안 한다.” 


목표가 아닌 것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목표 타깃이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 답은 명확했다. 왜 당신 보라는 것도 아닌데 보고 욕하느냐, 보고 욕하지 말고 그냥 지상파를 보라, 하는 것이 우리의 답이었다. 온 가족이 보되 취향대로 ‘따로’ 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케이블 프로그램 15편에 CJ 계열사 프로그램이 12편이나 꼽혔다.



이런 전략에 서서히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2> 외에도 <재밌는TV, 롤러코스터> <막돼먹은 영애씨> <화성인 바이러스> <현장토크쇼 택시> 등 히트작이 연거푸 나왔다. “하나라도 새로운 게 없으면 하지 않았다. 어딘가 삐딱하든, 기존의 관념을 뒤집든, 새로운 것을 끄집어내든, 새로움이 있는 것만 했다. 케이블TV니까 그냥 독하게 하면 돼, 하며 안이하게 기획된 것들은 제외했다.” 


인기 프로그램이 나오고 언론에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채널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선호도로 연결되었고 덕분에 브랜드파워가 생겼다. 어쩌다 보는 채널에서 찾아서 보는 채널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일로 MBC에서 <슈퍼스타K2>를 모방한 것을 꼽았다. “왜 부자가 가난뱅이를 따라 하나? 그 프로그램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크게 밑지는 장사다.”


그는 CJ미디어가 지상파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 기업으로서 CJ가 돋보이는 점은 콘텐츠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대기업이 콘텐츠 산업에 진출했다가 전부 나가떨어진 이유는 비즈니스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CJ는 누적 적자를 감당하면서도 콘텐츠에 대한 비전을 놓지 않았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는 창의성에 기업가 정신이 결합해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CJ 계열 케이블TV 제작사가 지상파 방송보다 우월한 점이 있다면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시스템이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지상파에 가장 부족한 대목이다. 지상파에는 없고 케이블TV에만 있는 말이 있다. 360도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케이블TV는 콘텐츠를 전방위로 판매한다. 미디어 콘텐츠의 산업화는 우리가 더 앞선다.”


지상파와 케이블TV의 경쟁이 본격화한 지금, 그는 경쟁 너머를 보라고 주문했다. “케이블의 진화 속도는 지상파보다 빠르다. <슈퍼스타K2>를 계기로 임계점을 넘겼기 때문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다. 어느 순간 지상파와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미국은 케이블TV 제작사가 3대 지상파 네트워크사를 전부 샀다. 그런 반전이 한국에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