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B급 좌판 위원회

'슈퍼스타K2'가 대표하는 '케이블 키즈'의 탄생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10. 13.

올해로 15년째인
케이블TV의 도약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10년째 되던 해인 2005년에 들여다 보았을 때는 양적 성장이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은 대부분 외세(외국 드라마/외국 스포츠 중계)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15년째인 올해 들여다보니 질적 성장을 이룬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늘었고 
그 프로그램은 유행을 선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슈퍼스타K2>와 같은 대박 프로그램도 나오고...

아마 20년째인 2005년에 들여다보면 
지상파와 역전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조중동 종편 등장도 영향을 끼칠 것이구요.)
어린이 만화채널에서 시작해서 게임채널과 음악채널을 거쳐 
여성채널과 취미채널로 분화되었다가 종교채널로 마무리하는...
다음 세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케이블로 생활하는 
'케이블키즈'로 살아가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케이블TV가 출범한 지 올해로 15년째다. 출범 초기 자리를 잡지 못했던 케이블TV는 가입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출범 10년째인 2005년, 양적인 면에서 지상파에 버금갈 정도의 성장을 일궈냈다. 총매출액 규모에서 지상파에 근접했고 자산 규모에서는 지상파를 뛰어넘었다. 

15년째인 올해는 질적 성장 부분이 돋보인다. <슈퍼스타K2>가 마의 10%대 시청률을 돌파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그동안 케이블TV 시청률을 떠받들었던 콘텐츠가 외국 드라마나 외국 스포츠 프로그램 중계, 그리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재방송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한 만한 성과다. 현재 케이블TV의 시청 점유율은 45% 내외로 지상파 55%를 위협하고 있다. 

케이블TV의 이런 발전은 케이블업계의 ‘종가’라 할 수 있는 CJ그룹이 이끌었다. CJ미디어(tvN, 채널CGV, XTM, 올리브TV, 챔프, 중화TV, 내셔널지오그래픽), 온미디어(OCN, 투니버스, 슈퍼액션, 온게임넷, 바둑TV, 캐치온, 온스타일, 스토리온, OCN 시리즈) 엠넷미디어(Mnet, KM) 등 총 18개 채널을 보유한 케이블계의 절대 강자 CJ그룹은 자체 제작 역량을 강화했다. 
   
자체 제작한 콘텐츠들은 이제 유행을 선도한다. Mnet <슈퍼스타K>를 MBC가 모방해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을 편성하듯, 이제 케이블이 한 것을 지상파가 따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상파의 엄숙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케이블TV의 탈계몽적 프로그램은 특히 10대와 20대의 시선을 붙들었다. 

<슈퍼스타K2>의 대성공이 보여주는 것은 ‘케이블 키즈’의 탄생이다. 케이블TV에서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아이돌 음악방송 혹은 게임 채널을 보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여성 스타일 채널과 스포츠 채널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낚시·바둑 등 취미 채널에서 중장년기를 보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케이블TV와 함께하는 ‘케이블 키즈’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다.




<슈퍼스타K2>가 최고의 케이블TV 프로그램

트위터 투표(9월27일~10월1일)를 통해 지난 5년간 질적 변화를 일궈낸 케이블TV 프로그램을 꼽아보았다. 700명 이상이 참여한 투표 결과는 <슈퍼스타K2>(Mnet 13%) <재밌는 TV, 롤러코스터>(tvN 13%) <돌발영상>(YTN 9%) <정재용의 순결한 19>(Mnet 7%) <막돼먹은 영애씨>(tvN 6%) <스타리그>(온게임넷 5%) <별순검>(MBC드라마넷 5%) <화성인 바이러스>(tvN 4%) <현장토크쇼 택시>(tvN 3%) <2NE1 TV>(Mnet 3%) <끝장토론>(tvN 2%) <무한걸스>(MBCevery1 2%) <서인영의 카이스트에 가다>(Mnet 2%)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tvN 1%) <연애 불변의 법칙>(올리브TV 1%) 순서였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성공한 케이블TV 프로그램에 나타난 공통적 속성에 대해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정재용의 순결한 19> <막돼먹은 영애씨> 등 B급 정서를 가진 프로그램이 각광받았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롱테일 방송 생태계’가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케이블TV 프로그램의 강점은 타깃 시청자들을 잘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tvN)의 인기 코너 ‘남녀탐구생활’이 20~30대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애청자 홍주현씨는 “‘남녀탐구생활’은 동성 이야기는 공감하면서 보고, 이성 이야기는 궁금해하면서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연예의 정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남녀 간의 본심을 담은 ‘남녀탐구생활’처럼 실수와 언쟁 속에서 정치인의 본심을 읽어낸 <돌발영상>도 각광받았다. EBS <지식채널e>를 제작했던 김진혁 PD는 “저널리즘이란 비판과 비평 이전에 ‘날것’ 그대로를 전달할 때 가장 저널리즘답고, 그렇기에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평했다. 




“선전성과 관음증에 기댄다” 비판도

지상파가 할 수 없는 것을 독하게 한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케이블TV 프로그램은 예의를 차리지 않고 출연자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백지연의 <끝장토론>은 단순히 찬반 토론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격한 언쟁을 동반한 ‘토론 배틀’로 이끈다. 침이 튀고 땀이 흐르는 토론을 이끈 백지연씨는 지상파 토론 프로 진행자를 제치고 <시사IN>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수입 프로그램에 의지했던 케이블TV는 외국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꾸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아메리칸 아이돌>을 모방한 <슈퍼스타K2>다. 재능 경쟁과 함께 휴머니즘을 보강해 한국 시청자들을 붙들었다.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도 창조적으로 수용했는데, 조선시대판 CSI라는 평가를 받는 <별순검>이 대표적이다. 윤성호 감독은 “캐릭터를 부각한 <막돼먹은 영애씨>는 외국 시트콤을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케이블TV 프로그램의 한계도 명확하다. 선정성과 관음증에 기댄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출연자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막장 방송’이라는 비난도 거세다. 그러나 ‘케이블 키즈’에 힘입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는 다음 5년 동안 케이블TV 업계는 더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5년 뒤 지상파 방송과의 진검 승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