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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이 만난 사람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는 이유' 김문수 지사 인터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8. 18.




 

“대통령이 잘해야 되는데,
그래야 희망이 있는데,
지금 봐서는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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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 식으로 표현한다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소원은 ‘나의 첫 번째 소원도, 두 번째 소원도, 세 번째 소원도 규제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지사와의 인터뷰는 수도권 규제 완화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 이야기로 끝이 났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지방, 후수도권’ 지원 정책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그는 이 대통령의 이런 방침에 대해 ‘배은망덕하다’ ‘떼놈보다 더하다’는 등 온갖 격한 언어로 비난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 등과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김 지사의 이런 발언이 일회적인 ‘치고 빠지기’가 아닌 지속적인 ‘물고 늘어지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의 ‘선지방 후수도권’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경기도에 대한 규제완화라는 실리를 챙길 수는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김 지사와의 인터뷰는 온갖 수치의 나열로 점철되었다. 가끔 자료를 참고하기도 했지만 그는 대부분의 수치들을 외우고 있었다. 그 수치들은 경기도의 억울한 사연을 담고 있는 수치들이었다. 그의 목표는 그 수치를 바꿔나가는 것이었다. 그는 반환점을 돈 도정의 성과를 수치의 변화로 설명했다. 

손학규식 ‘외자유치’와 구별되는 김문수식 ‘규제완화’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그는 어느덧 중앙 정계에서도 주목하는 정치인이 되었다. 요즘 한나라당에서는 김 지사를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과 함께 차기 대권 후보군의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놓고 할 말이 너무나 많은 김 지사를 8월14일 집무실에서 만나보았다(이 글은 <시사IN> 49호에 실린 김문수 지사 인터뷰 기사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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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히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그만큼 절실해서다. 경기도에 대해서 제대로 알면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경기도는 인구가 가장 많은 지자체다. 면적도 서울의 17배다. 그런데 빈틈이 너무 많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KBS 총국이 없는 곳이다. 국립대학도 국립박물관도 하나 없다.

그럼 경기도는 어떤 곳인가. 포사격장 등 훈련장만 117 곳이 있다. 전투비행장만 33곳이 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전체 면적의 29%고 팔당지역 등 상수원보호구역이 21%고 그린벨트가 12%다(김 지사는 이 수치를 다시 서울의 몇 배인지로 바꿔서 설명했다).


- 최근 쏟아낸 격한 발언 때문에 청와대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나?
청와대 관계자들과는 여러 통로로 만나고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부담스럽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하는 일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 그렇다고 해도 표현이 너무나 과격했던 것 같다.
그만큼 경기도민이 강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선출한 이유가 무엇인가. 기업 친화 정책을 써서 투자 더 하게 하고 외국 투자 유치해서 일자리 늘리라는 것 아니었나. 다른 것이 더 있나. 이런 식의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잘해야 되는데, 그래야 희망이 있는데, 지금 봐서는 걱정이 된다.


-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규제를 푸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광명 공장 이야기를 해보겠다. 공장이 생기고 나서 나중에 공장 땅 일부가 그린벨트로 묶였다. 그 땅에 대해 정부가 계속 이행강제금을 물리고 있다. 시설 개보수를 하려고 해도 그린벨트에 묶여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장이 발전하지 못한다. 이런 사례가 부지기수로 많다.

기업들이 수도권의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라면 정부말대로 그대로 옮기는가. 아니다. 중국으로 간다. 우리 정부 통계를 보면 2만개 공장이 중국으로 갔다. 중국 정부 통계로는 4만개 공장이 갔다(김 지사는 이런 차이가 우회 투자 포함 여부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발언에 대한 정치적 해석도 나오는 것 같다.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을 견제하고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대권을 생각한다면 인기를 끄는 발언을 해야 정상 아니겠나. 경기도 지사로서 이야기한 것이다. 누가 들어도 흐믓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도 문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득표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인기에 영합한 말이 아니라 필요한 말이라 한 것이다.


- 만약 본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때도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소신을 지키겠나? 
‘수도권 규제 완화’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경제특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와 경쟁할 수 있다. 그래야 아시아의 로마처럼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 이번에 발언이 특히 주목 받았던 것이 대통령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너무 없어서였던 것 같다. 한나라당이 견제 기능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권 대권 분리 문제 뿐만아니라 견제 기능도 복원되어야 한다. 때로 국회에서의 발언이 못마땅할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가급적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좋다. 그래야 불행해지지 않는다. 권력이 집중돼서 불행해진다.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이 그랬다. 국회의원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미리 조심하는 풍토 사라져야 한다. 자율적으로 자각적으로 국민의 편에 서서 3권 분립의 원칙에 입각해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행복해진다.


- 다시 규제 이야기로 돌아와서, 규제에 대해서 문제를 많이 느낀 것 같다. 현장에서 규제와 관련된 문제점을 느낀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었나? 
비합리적인 것이 너무나 많다. 과천의 예를 들어보겠다. 과천은 그린벨트가 90%다. 그런데 정부종합청사가 충남 연기군으로 옮기면서 ‘인구 과밀’ 때문이라고 한다. 말이 되나. 그린벨트에 묶여 개발이 안돼서 과천 인구는 6만명뿐이다.

동두천은 미군기지가 42%다. 기지촌 경제에 의존해 사는 곳이다. 그런데 미군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동두천 지역의 공장까지 이전시키려고 한다. 왜 미군기지는 안 가져가고 공장만 가져가는가.

양평 읍내에 134만평 규모의 훈련장이 있다. 주로 사격장이다. 이 시설을 양평군 내의 다른 지역으로 옮기자는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도대체가 합리적인 것이 없다. 


- 그런데 김 지사의 ‘수도권 규제완화’ 발언에 대해 경기도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지원 사격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경기도의 특성은 넓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단일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수도권이 있고 군사 접경지역이 있고 상수원 보호구역이 있고 낙후 지역이 있다. 근접해도 수원과 화성이 다르고 과천과 의왕이 다르다. 공통점은 국가 혜택을 못받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목소리가 합쳐지지는 못하고 있다. 지방 국회의원들은 똘똘 뭉쳐서 반대하는데 경기도 의원들은 ‘되겠나’ 하고 기가 죽어 있는 것 같다. 이쪽에 나와 있으니까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 지사로서 어떤 것들을 바꿔냈나?
농업진흥지역 6천만평을 해제시켰다. 군사보호구역 통제도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서해안 철조망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 상수원 유효거리도 20km에서 7km로 바꿔냈다. 물류단지 물량제도도 총량제를 폐지했다.


- 규제 완화와 관련 없는 성과도 말해달라.
대중교통 환승할인제를 개선했다. 경기도민이 가장 불만인 것이 바로 대중교통이었다. 이에 대한 개선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보육과 관련해서는 영세아 보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보육에서는 영세아 보육이 핵심이다. 산후 휴가 직후 아이 맡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가정파견 보육교사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험실시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방과 후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추석이나 명절 때도 아이를 맡아주는, 학교가 학원의 역할과 함께 가정의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것이다. 올 2학기부터 시험 실시될 예정이다. 


- 전임 지사와 이것이 다르다. ‘김문수식 도정은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나? 
규제 완화 혹은 규제 철폐와 관해서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규제 완화와 관련된 논리 실태 해법 노력 투쟁 설득 홍보 연구 토론...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정말 철저하게 했다. 경기도 공무원들도 이에 대한 부분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서 따로 교육시키고 있다.


- 어떻게 교육시키는가?
<경기도 바로알기>라는 교재를 만들었다. 이 과목을 합격(60점 이상)해야 경기도에서 5급 이상 간부가 될 수 있다.


- 도지사로서 ‘규제와의 전쟁’을 벌인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같은 법을 고쳐야 하는데 이것은 힘들다. 저항이 어마어마할테니까. 그 다음은 시행령을 바꾸는 것이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인데, 지방 눈치를 보느라 이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나하나 바꿔나가려고 한다. 이를테면 남양주 지역에서 평지 그린벨트를 산 그린벨트로 바꾸려고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개선해나가려고 한다. 


-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극단적인 ‘친기업’ ‘친보수’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운동가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이제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예전에는 대통령 비판은 고사하고 헌법만 비판해도 감옥에 갔다. 5공 때까지만 해도 노조를 만들기만 하면 박살이 났다. 옛날에는 데모를 해보지도 못하고 사형도 당했다. 나도 5.3 인천사태 때 데모 5시간 하고 2년간 복역했다. 두 시간 한 사람은 제적당했다.

촛불집회처럼 100일 연속 데모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민주주의의 꽃이 만발해있다. 지금은 법치가 더 엄격하게 확립되어야 한다.  


- ‘경찰이 맞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나’라는 발언 등 촛불집회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광우병 소가 나오면 내가 나서서 불매운동, 아니 아예 먹지 못하게 하겠다. 아직 탈난 사람 있는 것 아니지 않는가. 현존하는 위험이라면 정부가 나서겠지만 현존하지도 않는 위험인데, 어느 정도 경종을 울렸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시위는 정당한 민주주의 표현 방식이지만 너무 과하면 오히려 그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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