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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이 만난 사람

일본인에게 부산영화제 안내를 받았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9.


3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왔다.
아무 준비 없이 훌쩍 떠나왔다.
그런 나에게 영화제 정보를 주고
영화 티켓도 끊어주고
밤에 갈 맛집까지 소개해준 안내자는
일본인 츠치다 마키씨였다. 
덕분에 나는 3년 만에 온 영화제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국 기자들보다 한국 영화를 더 많이 보고
한국 기자들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더 정통한
츠치다 마키씨를 인터뷰했다.

 



츠치다 마키 서울스코프 영화팀장


츠치다 마키 선배와의 만남은 우연히 이루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취재를 가는 영화담당 기자 친구에게 무작정 따라 붙었는데, 마키씨는 친구와 동행하고 있었다.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함께 베니건스에서 느끼한 점심을 먹으면서, 함께 술을 마시면서, 함께 숙소에서 딩굴면서 농담 같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1박 더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인터뷰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독설닷컴 인 부산)


- 어떻게 해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원래 영화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영화사 기획실에 근무하던 여성과 사귀게 되면서 한국영화에 '급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서울스코프 영화팀장을 8년 째 맡고 있다.  내년 3월23일이 한국에 온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 원래는 무슨 일을 했나?

명지대학교 일본문화연구소에서 강사로 일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조선경제사로 경제학 석사를 수료했는데, 영화의 매력에 빠져 경제학자가 되려는 꿈을 접었다.  



- 영화인들하고도 인연을 많이 만들었을 것 같다.


설경구씨가 역도산에 출연했을 때 일본어 지도를 맡았다. 비가 <바람의 파이터>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도 잠깐 일본어 지도를 했는데 비가 출연을 번복해 오래하지는 않았다. 배우 정준호씨나 이준익 감독 등과 친하다.


- 영화에 직접 출연한 적도 있나?


<불어라 봄바람>에 일본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로 나왔다. <비상구가 없다>의 오토바이 장면에 출연했다. 지금 몸매를 보면 상상이 안 가겠지만 전직 모토사이클 선수였다.




- 좋아하는 여배우는?

이아로다. <천국의 계단>에 출연했던 배우. 
(이아로?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겨우 기억해 낼 수 있었다.)

http://www.adic.co.kr/ads/list/showDaumTvAd.do?ukey=71433
(전성기 때 그녀가 찍었던 광고다)



- 요즘 배우 중에는 없나?


흠...여고생이었던 이미연 정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시절의 이미연을 말하는 듯.
왼쪽 사진처럼 복근 나오는 이미연이 아니라...
저러다 한 10년 쯤 지나면 남자가 되는 것 아닌가? ㅋㅋ)

 

 



 

 

 

 



- 한국영화 중 어디에 관심이 많나?


전공이 경제학이라 그런지 흥행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오락영화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 요즘 한국영화를 어떻게 보나?

한국영화는 탄탄한 영화가 많았다. 여기에 '스타의 힘'이 보태져 큰 힘을 발휘했다.
요즘은 스타의 힘이 약해졌다. 이대로 '스타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 한류가 불었지만 일본에서 한국영화의 반향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에서 한국영화의 주 수용자 층은 아줌마들이다. 그런데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는 영화는 아줌마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거기에서 비롯된 괴리인 것 같다.
 


-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1회 영화제 때 자원봉사를 했다. 외국인 자원봉사자 1호였다. 1회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 개근하고 있다. 오면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다 보고 간다.



- 그 정도면 부산국제영화제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함께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들이 지금도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다. 양정화씨는 여성영화인모임 사무차장으로 있고, 김영진씨는 사이더스 제작PD로 있고 해외게스트 안내를 맡았던 폴 이는 명필름에서 일했다. 



- 부산국제영화제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좋은 영화도 만날 수 있지만 좋은 영화인도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인 뿐만아니라 세계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는 정거장이다.



- 단점은?


단점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교하자면 동경영화제는 정확하다. 몇 시 몇 분에 스타가 나온다고 하면 틀림없이 나온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변동이 많고 사전정보가 잘 제공되지 않는다.
통제가 잘 안된다는 것도 단점이다. 동경영화제에서는 사진 찍지 말라고 하면 찍지 않는데 여기서는....



- 오면 꼭 들르는 맛집은?


오뎅집 미나미와 신촌연탄갈비다. 가면 영화인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밤 늦게 오뎅집 미나미에서 다시 만났다. 함께 미나미의 오뎅을 먹으며 회포를 푸는 동안 그의 일본인 친구들이 몰려왔다. 일본판 버라이어티 에디터, 겐 스즈키씨오 일본 TBS 영화팀 마케터, 미유키 타카마추씨와 밤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들의 유창한 일본어를 들으며,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나만의 소회에 빠졌다. 


격세지감을 느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오면 내가 외국 감독이나 프로듀서를 데리고 술자리를 다녔는데(이상하게 중국 감독이나 프로듀서와 잘 통했다. 서로 엉터리 영어를 주고 받으며...) 이제 내가 그들을 따라다니는 처지가 되었다. 술 마시는 와중에도 미유카씨는 영화담당 기자인 친구에게 자신이 배급하는 영화의 배우 인터뷰를 부탁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도 화제는 자살한 최진실씨였다. 고 최진실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명확한 인식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최진실은 '조성민의 전 아내'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조성민이 '최진실의 전 남편'일 뿐이라고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