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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이 만난 사람

대책회의 안진걸 팀장 구속이 부당한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6. 29.

더 이상 안진걸 간사에게서 문자가 오지 않는다. 올 수가 없다. 그는 구속됐다. 전화를 해도 신호만 갈 뿐이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오늘(6월28일) ‘미신고 불법집회를 주최하고 시위대의 청와대 방면 진출을 선동’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35)씨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 윤희숙(32.여)씨를 구속했다.


안진걸 간사가 보내는 문자의 내용은 늘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참가를 독력하는 내용이었다. 여러 번, 그의 문자가 나를 광화문으로 이끌었다.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그의 문자가 오지 않아 광화문으로 나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서 그가 맡고 있던 역할은 조직팀장이었다. 참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안진걸은 ‘조직의 귀재’였다. 그의 주변엔 늘 사람들이 몰렸다. 언제든, 안진걸이 부르면 달려갔다. 그가 좋은 사람들을 모아놓았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광장에서 만난 그는 늘 지쳐있었다.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그러다가도 시민들이 광장에 몰려오면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구수한 사투리의 안진걸 간사(나에게는 예전부터 부르던 간사라는 호칭이 익숙하다)는 원래 에너지가 ‘만땅’으로 차 있던 사람이었다. 아마 유치장에서 그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면, 넘치는 에너지일 것이다. 그의 에너지는 주로 입으로 분출되었다. 유치장에 그와 함께 구금된 사람들은, 최소한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진걸 조직팀장은 참여연대(민생희망팀장)와 희망제작소(사회창안팀장)에서 활동한 전업 시민운동가다. 그리고 마당발 시민운동가다. 대한민국 사회부 기자는 크게 ‘안진걸을 아는 기자’와 ‘안진걸을 모르는 기자’로 나뉜다. 종로서를 출입했으면서도 안진걸을 모르는 기자가 있다면, 그것은 안진걸이 아니라 기자의 죄다.


안진걸은 세상 모든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지난해 <시사IN> 기자들이 시사저널 사태를 겪고 파업을 할 때도 그는 가만있지 않았다. 아름다운가게 활동가들을 독려해 후원주점을 열어주었다. 후원주점은 파업 기자들에게, 금전적인 면과 심리적인 면 모두에서 큰 힘을 주었다.


그는 시위 문화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다. 지난해 참여사회연구소가 발행하는 <시민과 사회>에 집회와 시위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의 집회·시위가 국민들에게 감동이 아니라 짜증을 주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회현장에서 나타나는 교통체증과 행사장을 뒤덮은 깃발, 경찰과의 충돌, 소음, 화형식, 음주 등이 시민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해 참여는 물론이고 반감마저 갖게 만든다"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시위 문화에 대한 안진걸의 고민은 촛불집회에서도 계속되었다. 지난 6월9일, 희망제작소 세미나실에서 '2008년 촛불시위가 창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란 주제의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안진걸 간사는 "한 마디로 감동이었죠, 그러나 광우병 대책위 활동을 하는 저로서는 (누리꾼들이) 무섭기도 해요. 저만 보면 '대책회의다'하고 몰려와서 항의하곤 하죠. 이제는 '쫄아서' 대책회의 티를 잘 안 내려해요. 가장 무서운 것은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들이에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가 알고 있는 아고라 논객들은 이번 촛불집회 기간 동안 안 간사에 대한 욕을 입에 달고 다녔다. 끝까지 그들과 대립하며 불법 폭력시위를 막았던 안 간사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 멤버 중에 가장 먼저 구속된 것은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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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안진걸이 구속되었다. 구속되기 전에 그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들에게 목이 심하게 졸리는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법원이 안진걸 간사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법원의 이런 설명이 안 간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안진걸은 그런 ‘법대가리’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도망갈 이유가 없다.


안진걸 간사를 구속한 이유는, 그가 ‘청와대로 가자’고 선동했다는 것이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람들에게 청와대로 가자고 하는 것이 왜 죄가 되는지.


안진걸 간사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가장 아끼는 활동가 중의 한 명이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가장 아끼는 활동가’다. 사회를 잘 보기 때문이다. 안 간사가 사회를 보는 술자리는 내내 유쾌하다.


내가 관심을 갖는 사안은 안진걸 간사나 박원석 광우병 대책회의 상황실장 등 참여연대 멤버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며 박원순 변호사가 분연히 떨쳐 일어나느냐 하느냐다. 젊은 실무자들이 잡혀가면 원로들이라도 나서야 한다. 그들이 나서면, 이명박 대통령이 한번 더, 제대로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 사진은 이번 촛불집회 때가 아니라 파병반대 시위 때 경찰에 연행되던 모습니다. 참여연대 관련 사이트에서 이 사진을 찾았다. 블로그 <임시연습장>에 올라온 안진걸 간사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다(http://retired.tistory.com/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