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통해 할리우드가 들어왔고, 비디오를 통해서 포르노가 들어왔다. LP판을 통해 로큰롤이 들어왔고, 워크맨을 통해서 빌보드가 들어왔다. 컬러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드라마가 들어왔고, 케이블TV를 통해서 일본 드라마가 들어왔다.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한국에 새로운 외국 문화가 들어왔다.
그런데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는 그 반대이다. 유튜브를 거쳐 외국 문화가 안으로 유입된 것은 미약한 반면, K-POP(한국 대중음악)은 날개를 달고 해외로 뻗어나갔다. 소녀시대·원더걸스·2NE1·슈퍼주니어·샤이니가 영어권을 넘어 히스패닉 문화권에까지 알려졌다. 일종의 문화 역전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트위터로 물었다. “K-POP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 압도적으로 유튜브를 꼽았다. 특히 한국과 거리가 먼 곳일수록 유튜브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유튜브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을 처음 접했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최신 소식을 접한다는 것이다.
안수욱 SM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처음에 유튜브는 우리 가수의 해외 홍보 채널로서 의미가 컸지만, 지금은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을 유튜브를 통해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SM 조회 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
유튜브에서 K-POP은 얼마나 퍼져나갔을까? 일단 수치를 들여다보자. 구글코리아가 밝힌, 유튜브의 한국 3대 콘텐츠 파트너사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는 각각 3억5700만(SM), 3억4800만(YG), 1억7100만(JYP)에 이른다. 3사를 합친 조회 수는 약 7억9300만 회로, 동영상이 평균 3~4분 정도 분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 조회 수라는 점이다. SM의 경우 국내 조회 수는 2400만 회가량으로 전체 조회 수의 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조회 수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YG와 JYP도 SM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K-POP이 뚫은 유튜브 실크로드를 이어받은 건 한국 드라마(K-DRAMA)이다. 한류 스타 김현중을 내세운 MBC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가 좋은 예다. 지난해 국내 방영 때는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방영 직후 유튜브에 10분 분량의 7부작 <장난스런 키스 특별판> 동영상이 올라오자 전 세계 팬들에게서 폭발적 반응이 일어났다.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겼다. 댓글도 무려 2만6000개가 달렸다.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담당 서황욱 이사는 “아시아는 물론 미주와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제 기업들도 ‘디지털 한류’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LG전자, SKT 등이 유튜브를 글로벌 마케팅에 활용하는데, 현재 추세라면 한류 연예인을 활용해 윈윈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의 비밀을 풀기 위해 SM·YG·JYP의 유튜브 전략을 살펴보았다. SM은 지난해 10월 소속 걸 그룹 소녀시대의 신곡 ‘훗’의 티저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서 최초 공개했다. 둘 다 공개한 지 이틀 만에 조회 수 100만 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 세계 톱 클래스 가수들에 버금가는 수치다.
소녀시대가 인텔의 글로벌 모델이 된 것은 한류가 아시아권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 백인이나 흑인들도 소녀시대 좋아해
YG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9월 뮤직비디오 ‘박수쳐’ ‘캔트 노바디(Can’t Nobody)’ ‘고 어웨이(Go away)’를 유튜브에 순차적으로 공개했는데, 2주일 만에 조회 수 1000만 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룹 ‘빅뱅’의 새 앨범 쇼케이스를 유튜브로 진행해 39만명이 이를 시청했다.
2010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2010 월드투어 인 LA’에서 SM은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간부는 “우리는 7대3 정도로 교포가 주관객일 줄 알았다. 그런데 교포보다 백인·흑인 등이 더 많았다. 미국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중요한 것은 국경이 아니다. ‘문화권’이다. K-POP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 문화권,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한 이슬람 문화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아랍 문화권, 멕시코를 시작으로 한 히스패닉 문화권에 고루 퍼졌다. 특히 아시아 시장 통합에 유튜브가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2월10일, SM엔터테인먼트의 서울 청담동 본사 사무실에서 글로벌 한류의 사례를 목격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K-POP 탤런트 쇼에서 그룹 샤이니의 노래를 불러 우승해 부상으로 한국 여행 기회를 얻은 빅토리아 양(16)이 SM 본사를 언니와 함께 방문했다. 연습실 무대에서 샤이니의 히트곡 ‘헬로’를 열창한 그녀는 “유튜브 화면 속에서만 보아왔던 꿈의 무대에 서게 되어 기쁘다. 언젠가 여기서 정식 오디션을 받고 싶다”라며 기자에게 자신의 사이트 주소가 적힌 명함을 주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K-POP 탤런트 쇼에서 우승한 샤이니 팬 빅토리아 양이 SM엔터테인먼트 본사를 방문했다.
TGIF 날개 달고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
유튜브는 한류 가수들의 TGIF(트위터, 구글·유튜브, 아이폰, 페이스북) 뉴미디어 전략의 핵심이다.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통해 공감대를 얻은 가수와 팬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서로 소통하고, 아이폰 콘텐츠 다운로드 사이트인 아이튠스에서 곡을 구입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YG 소속의 빅뱅은 아시아 가수 최초로 아이튠스 R&B 차트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SM에서 뉴미디어 비즈니스를 맡은 안수욱 이사는 “처음에 유튜브는 우리 가수의 해외 홍보 채널로 의미가 컸다. 그러나 지금은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을 유튜브를 이용해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류 스타가 아시아의 스타를 넘어선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글로벌 모델이 될 가능성이 열렸음을 뜻한다. SM의 소녀시대는 글로벌 기업 인텔의 한국 모델이 아닌 글로벌 모델로 선정되었다. 소녀시대의 인텔 광고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주로 방영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권에 국한되었던 한류가 글로벌 한류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SM은 이제 유튜브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 전략은 바로 HD급의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서비스하는 최고 수준의 영상 압축기술을 활용하면 직경 7m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는 화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정착되면 현장감 있는 콘서트 화면을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한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바로 정부의 규제다. 현재 구글은 정부의 실명제 규제 때문에 한국 계정의 업로드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한국 유저들은 유튜브에서 댓글로 소통하기가 매우 힘들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달리 유튜브만 막혀 있다. 활발한 소통이 이뤄져야 디지털 한류도 더 뻗어나갈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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