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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글라디에이터

열 다섯 살 소년의 유튜브 조회수가 소녀시대보다 많은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3. 16.


 
2월17일, 서울 강남의 한 라이브 카페에서 ‘유튜브 국내 론칭 3주년 기념 파티’가 열렸다. 행사 사회를 본 사람은 유튜브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는 선현우씨였다. 이날 파티에서는 존 레넌의 아내 오노 요코에게서 극찬을 받기도 한 열여섯 살 천재 기타리스트 정성하군이 그룹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등 6곡을 연주했다.

무대 바로 앞자리에는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는 사이먼과 마티나 부부가 앉았다. 부부는 유튜브에 한국의 대중문화를 소개하는 채널을 열고 있다. 유튜브 개인 채널을 블로그처럼 활용해 전 세계인과 소통하는 이들을, 파티가 시작되기 전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어 강사 선현우, 기타리스트 정성하, 구글코리아 직원, 사이먼·마티나 부부.
 

기자:어떻게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게 되었나?

선현우:‘아무도 안 보겠지’ 하는 생각으로 비보잉 동영상을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신이 나서 계속 올렸다. 외국인들과 소통하다 한국어를 가르쳐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한글날은 전 세계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받는다.

정성하:열한 살 때 내가 기타 치는 모습을 아빠가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어린 아이가 기타를 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봐주었다. 조회 수가 2억 회를 넘어섰다. 오노 요코가 댓글로 칭찬을 남겼다고 아빠가 알려주셨는데,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사이먼:2008년 5월 한국에 원어민 교사로 왔는데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뉴스가 있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무사히 도착해 잘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
 

기자:유튜브를 활용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선현우: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많았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책도 쓰게 되었다. 지금은 사업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정성하:해외 기타리스트에게 초청을 받고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칸디나비아 투어 공연도 다녀왔고 일본 투어 공연도 했다.

마티나:처음에는 한국 음식을 소개했는데, 외국에 있는 한류 팬들이 한국 연예인들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요즘은 그쪽 이야기를 많이 한다. 조만간 원어민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으로 나서려 한다. 
 

기자:유튜브는 본인에게 어떤 공간인가?

선현우:영감을 많이 얻는다. 한국 누리꾼은 ‘잘 보고 간다’며 예의 있는 댓글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 누리꾼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싫었는지 말한다. 도움이 많이 된다.

정성하:나도 그런 도움을 받는다. 전에는 무표정하게 기타를 쳤는데, 웃으라는 충고를 듣고 웃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사이먼:여러 사람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이런저런 요구가 많아 그런 걸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기자:유튜브가 아닌 다른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가?

마티나:한국에 오기 전까지 동영상을 올릴 줄도, 찍을 줄도 몰랐다. 그런데 텍스트보다 동영상이 훨씬 보기 편할 것 같아 시도했다. 전파력도 있다.

정성하:유튜브가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연주 동영상을 올렸다면 이렇게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특이한 아이 정도로만 보였을 거다. 유튜브는 나를 알아봐줄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선현우:유튜브에는 구독 서비스가 있다. 그래서 팬덤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





기자:유튜브 덕분에 ‘이런 일도 겪어봤다’ 하는 게 있다면?

정성하:해외 투어 공연을 다니게 된 것이 가장 큰일 같다. 미국 콜로라도 공연 때는 1000명 가까이 관객이 찾아왔다.

선현우: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를 구독자들과 함께 불렀다. 전 세계에서 온 녹음 파일을 모아 합창을 만들어 김종서씨에게도 보내줬더니 ‘감동받았다’고 하더라.

사이먼:한국의 방송사에서도 우리를 취재해갔다. 해외 거주 한국인들이 우리 방송을 보면서 한국을 동경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기자:유튜브를 제대로 즐기는 법은 무엇인가?

마티나:유튜브에는 모든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레시피를 주로 찾는다. 김밥 마는 법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시 있었다.

선현우:전자제품을 살 때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는다. 외국에서 먼저 이용해본 사람의 이용 후기를 보면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정성하:선생님을 찾는다. 좋은 기타 연주를 찾아본다.




유튜브를 통한 디지털 한류

스크린을 통해 할리우드가 들어왔고, 비디오를 통해서 포르노가 들어왔다. LP판을 통해 로큰롤이 들어왔고, 워크맨을 통해서 빌보드가 들어왔다. 컬러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드라마가 들어왔고, 케이블TV를 통해서 일본 드라마가 들어왔다.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한국에 새로운 외국 문화가 들어왔다.

그런데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는 그 반대이다. 유튜브를 거쳐 외국 문화가 안으로 유입된 것은 미약한 반면, K-POP(한국 대중음악)은 날개를 달고 해외로 뻗어나갔다. 소녀시대·원더걸스·2NE1·슈퍼주니어·샤이니가 영어권을 넘어 히스패닉 문화권에까지 알려졌다. 일종의 문화 역전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트위터로 물었다. “K-POP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 압도적으로 유튜브를 꼽았다. 특히 한국과 거리가 먼 곳일수록 유튜브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유튜브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을 처음 접했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최신 소식을 접한다는 것이다.


SM 조회 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

유튜브에서 K-POP은 얼마나 퍼져나갔을까? 일단 수치를 들여다보자. 구글코리아가 밝힌, 유튜브의 한국 3대 콘텐츠 파트너사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는 각각 3억5700만(SM), 3억4800만(YG), 1억7100만(JYP)에 이른다. 3사를 합친 조회 수는 약 7억9300만 회로, 동영상이 평균 3~4분 정도 분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 조회 수라는 점이다. SM의 경우 국내 조회 수는 2400만 회가량으로 전체 조회 수의 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조회 수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YG와 JYP도 SM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K-POP이 뚫은 유튜브 실크로드를 이어받은 건 한국 드라마(K-DRAMA)이다. 한류 스타 김현중을 내세운 MBC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가 좋은 예다. 지난해 국내 방영 때는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방영 직후 유튜브에 10분 분량의 7부작 <장난스런 키스 특별판> 동영상이 올라오자 전 세계 팬들에게서 폭발적 반응이 일어났다.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겼다. 댓글도 무려 2만6000개가 달렸다.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담당 서황욱 이사는 “아시아는 물론 미주와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제 기업들도 ‘디지털 한류’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LG전자, SKT 등이 유튜브를 글로벌 마케팅에 활용하는데, 현재 추세라면 한류 연예인을 활용해 윈윈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의 비밀을 풀기 위해 SM·YG·JYP의 유튜브 전략을 살펴보았다. SM은 지난해 10월 소속 걸 그룹 소녀시대의 신곡 ‘훗’의 티저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서 최초 공개했다. 둘 다 공개한 지 이틀 만에 조회 수 100만 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 세계 톱 클래스 가수들에 버금가는 수치다. 


미국, 백인이나 흑인들도 소녀시대 좋아하게 만들어

YG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9월 뮤직비디오 ‘박수쳐’ ‘캔트 노바디(Can’t Nobody)’ ‘고 어웨이(Go away)’를 유튜브에 순차적으로 공개했는데, 2주일 만에 조회 수 1000만 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룹 ‘빅뱅’의 새 앨범 쇼케이스를 유튜브로 진행해 39만명이 이를 시청했다.

2010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2010 월드투어 인 LA’에서 SM은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간부는 “우리는 7대3 정도로 교포가 주관객일 줄 알았다. 그런데 교포보다 백인·흑인 등이 더 많았다. 미국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중요한 것은 국경이 아니다. ‘문화권’이다. K-POP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 문화권,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한 이슬람 문화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아랍 문화권, 멕시코를 시작으로 한 히스패닉 문화권에 고루 퍼졌다. 특히 아시아 시장 통합에 유튜브가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2월10일, SM엔터테인먼트의 서울 청담동 본사 사무실에서 글로벌 한류의 사례를 목격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K-POP 탤런트 쇼에서 그룹 샤이니의 노래를 불러 우승해 부상으로 한국 여행 기회를 얻은 빅토리아 양(16)이 SM 본사를 언니와 함께 방문했다. 연습실 무대에서 샤이니의 히트곡 ‘헬로’를 열창한 그녀는 “유튜브 화면 속에서만 보아왔던 꿈의 무대에 서게 되어 기쁘다. 언젠가 여기서 정식 오디션을 받고 싶다”라며 기자에게 자신의 사이트 주소가 적힌 명함을 주었다.


TGIF 날개 달고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 

유튜브는 한류 가수들의 TGIF(트위터, 구글·유튜브, 아이폰, 페이스북) 뉴미디어 전략의 핵심이다.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통해 공감대를 얻은 가수와 팬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서로 소통하고, 아이폰 콘텐츠 다운로드 사이트인 아이튠스에서 곡을 구입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YG 소속의 빅뱅은 아시아 가수 최초로 아이튠스 R&B 차트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SM에서 뉴미디어 비즈니스를 맡은 안수욱 이사는 “처음에 유튜브는 우리 가수의 해외 홍보 채널로 의미가 컸다. 그러나 지금은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을 유튜브를 이용해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류 스타가 아시아의 스타를 넘어선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글로벌 모델이 될 가능성이 열렸음을 뜻한다. SM의 소녀시대는 글로벌 기업 인텔의 한국 모델이 아닌 글로벌 모델로 선정되었다. 소녀시대의 인텔 광고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주로 방영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권에 국한되었던 한류가 글로벌 한류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SM은 이제 유튜브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 전략은 바로 HD급의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서비스하는 최고 수준의 영상 압축기술을 활용하면 직경 7m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는 화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정착되면 현장감 있는 콘서트 화면을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한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바로 정부의 규제다. 현재 구글은 정부의 실명제 규제 때문에 한국 계정의 업로드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한국 유저들은 유튜브에서 댓글로 소통하기가 매우 힘들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달리 유튜브만 막혀 있다. 활발한 소통이 이뤄져야 디지털 한류도 더 뻗어나갈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