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더비’, 4월 재보선 강원도지사 선거를 일컫는 말이다. MBC 사장 출신인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민간단체협의회 엄기영 회장이 각각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로 선거에서 맞서게 되자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더비란 원래 같은 지역을 연고로한 팀간의 경기 즉 지역 라이벌간의 경기를 뜻한다. MBC 집안싸움이 강원도에서 벌어진 꼴이다.
여야의 주요 후보가 MBC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할 일일까? 일단 둘의 행태를 짚어보자. 최문순 후보는 2008년 MBC 사장을 그만두자마자 곧바로 민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자리를 꿰찼다. 엄기영 후보는 사장 자리에서 자신을 쫓아낸 집권 여당에 후보직을 받고 백기투항하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양을 연출했다. 여기서 굳이 둘의 차이를 나누자면 최 후보는 그런 전력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염치가 있다는 것이고 엄 후보는 그런 것에 무감각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사실 이들의 행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명박정부 들어서 펜과 마이크를 던지고 권력에 투항한 전현직 언론인, 이른바 폴리널리스트가 100명을 넘는다. 삼권분립보다 엄격히 지켜져야 할 원칙이 권언분리인데 권언유착을 넘어 이제 권언일치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참으로 부끄러운 시대다.
언론이 암울한 ‘개와 늑대의 시간’을 보낼 때 MBC는 그 최전선에서 맞섰다. ‘미디어 악법’의 날치기 통과에 맞서 몇 차례 ‘언론 총파업’을 주도했고 <PD수첩> ‘쇠고기협상’편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맞섰다. 그런 와중에도 ‘검사스폰서’편을 방영해 검사들의 성상납 실태를 낱낱이 까발렸다. 마치 언론자유의 마지막 해방구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MBC마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성원 절대다수의 연임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한 김재철 사장은 고삐를 바짝 죄었다. ‘검사스폰서’ 편을 연출한 최승호 PD 등 <PD수첩> 주요 제작진 6명을 타 부서에 발령냈다. 최 PD는 지난 겨울 한국PD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수상의 대가는 어이없게도 좌천이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게 된 전말을 <PD수첩>이 취재했지만 방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이를 취재한 연출자를 징계하겠다고 발표했다. PD저널리즘의 정도를 걷고 열심히 일한 대가가 좌천과 징계인 것이다. 마지막 보루인 MBC에서 개념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MBC의 현실은 KBS가 독립성을 잃고 정권 홍보 방송으로 변환되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방송장악은 프로그램 폐지-제작진 교체-출연진 교체의 3단계를 거친다. KBS의 경우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시사기획 쌈>이 폐지되고, 탐사보도팀이 해체되고 주요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이 교체된 후, 윤도현 김제동 김미화 등 ‘사회참여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서 배제되었다.
이런 MBC의 현실은 KBS가 독립성을 잃고 정권 홍보 방송으로 변환되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방송장악은 프로그램 폐지-제작진 교체-출연진 교체의 3단계를 거친다. KBS의 경우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시사기획 쌈>이 폐지되고, 탐사보도팀이 해체되고 주요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이 교체된 후, 윤도현 김제동 김미화 등 ‘사회참여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서 배제되었다.
정권의 방송장악을 위한 3단계 과정, 프로그램 폐지-제작진 교체-출연진 교체 중에서 MBC는 <W><뉴스 후> 폐지를 거쳐 지금 제작진 교체(<PD수첩>)라는 2단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조만간 손석희 김미화 등 정권이 껄끄러워하는 사회자가 교체되는 3단계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사장의 연임도 막지 못하고 프로그램 폐지와 제작진 교체도 막지 못했던 MBC 구성원들은 아마 이들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고난의 행군’을 거칠 때 예능프로그램은 흥미 일변도로 변했다. 히트 상품을 모방하는 ‘카피캣’ 전략을 구사하며 <위대한 탄생>, <신입사원>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시청률 전쟁에 가세했다. 심지어 아나운서 선발을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하는 등 ‘오디션 중독증’의 행태를 보였다. 가히 ‘오디션 종결자’라 할 만하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 검투사 시합을 닮았다. 젊은 지원자들이 오디션이라는 원형경기장에서 무명 검투사처럼 박 터지게 싸우고, 기성세대 관객들은 TV로 한가롭게 구경하며 응원 함성을 보내고, 연예인 심판들은 황족처럼 저 높은 곳에서 엄지손가락 올렸다 내렸다하며 합격 불합격을 결정짓는다.
로마시대 검투사 시합보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은 점이 있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한 명의 승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들은 심사위원들의 갖은 독설을 받아내야 한다. 신처럼 군림하는 심사위원 앞에서 그들은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도 죄인처럼 서서 꾸중을 들어야 한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무정한 사회의 뒷그림자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의 신화를 완성시키는 우리 사회의 알레고리다.
대중을 대상으로 스타를 선발하는 방식의 가수 오디션과 평범한 입사 시험인 아나운서 선발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의 불문율은 입사 관련 정보는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의 미래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C 아나운서 오디션에 떨어지는 모습이 전국민에게 노출된 사람을 KBS나 SBS가 뽑을 수 있을까?
MBC는 곧 시험에 들 것이다. 정가에는 4월27일 재보선이 끝나고 나면 MBC가 김미화를 찍어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해 재보선 전에 김제동을 찍어낸 것 때문에 여당견제표가 많이 생겨났다고 보고 선거가 끝나면 교체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 슬픈 예감이 실현이 될지, 그때 MBC가 김미화를 지켜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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