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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실험실

배우 김여진과 가수 박혜경의 아주 특별한 소셜미디어 활용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5. 1.

폴리테이너? 아니, 소셜테이너!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배우 김여진씨, 가수 박혜경씨가 대표적이다.
그들이 어떻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지 들여다보았다. 


‘사회 참여 연예인’을 뜻하는 ‘소셜테이너’라는 말은 원래 ‘정치 참여 연예인’을 뜻하는 ‘폴리테이너’와 구분하기 위해 기자가 만든 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용어가 더 넓은 뜻으로 재해석되는 듯하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사회 활동을 벌이는 연예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배우 김여진, 가수 박혜경씨가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 꼽힌다. 두 사람은 각각 함께 활동하는 친구 그룹이 있다.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한 김여진씨에게는 ‘날라리 외부세력’이라는 친구들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녀를 지원하는 박씨에게는 ‘레몬트리 공작단’이라는 친구들이 있다.

먼저 파업 노동자의 전원 복직과 처우 개선 등으로 ‘홍대의 기적’을 일궈낸 김여진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상징적인 사건 이후 그녀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세상과 만날 수 있게 이어주는 ‘창’이 되었다. 지난 3월 대학생 학술 동아리인 자본주의연구회 소속 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대공분실에 이를 항의하러 간 동료 학생들이 연행되었을 때, 고려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과 한국대학문화연대가 새내기 콘서트를 준비하다가 좌절됐을 때, 맨 처음 찾은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배우 김여진씨(위)는 ‘날라리 외부세력’과 함께 재미있고 유쾌한 방법으로 홍익대 청소 노동자를 도왔다. 이후에도 다양한 이슈 현장을 찾고 있다.


청소 노동자들에게 무심했던 대학생들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김씨에게는 보람이다. 경희대에서는 학생들이 등록금 경감분 일부를 청소 노동자 복지후생비로 지원했고, 성공회대에서는 학생들이 앞장서서 청소 노동자도 함께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끔 변화를 이끌어냈다. 김씨는 이 같은 변화의 원동력을 ‘공감력’이라고 말했다. “공감력이 중요하다. 장기하나 십센치 같은 홍대 인디 밴드들이 조용히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공감력 때문이었다. 그냥 솔직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이 무슨 이야기인 줄 알겠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직접 행동하는 연예인


공감과 교감을 위해 김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들어보는 일이다. “난민 구호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베푼다고 생각한 일이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뭐든 직접 가서 보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버릇이 들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 한 가지가 자연스럽게 공론을 형성하는 일이다. “모두가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있고 누구도 특별 대우를 받지 않는다. 누군가 제안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일이 시작된다. 정치인들이 찾아온다고 해서 따로 소개해주지도 않는다. 그냥 같이 김장을 담그든지, 아니면 조용히 가시라고 한다.”

처음부터 의지가 있었던 김여진씨와 달리, 박혜경씨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활동 목표가 바뀐 경우이다. 처음에 박씨가 구상한 것은 무명 아티스트를 돕는 활동이었다. 이를 어떻게 이슈화할 수 있는지, 소셜 미디어에 문의하던 중 박씨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길로 타던 승용차를 판 박씨는 트럭을 빌려서 ‘트럭 콘서트’를 열기로 작정했다. 그 무대에 무명 아티스트들을 세우고 수익금으로 그들의 자립도 도우려 했다. “가수를 하겠다고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정말 어렵게 지냈다. 돈이 없어서 일산에서 서울까지 걸어다니기도 했고 자다가 연탄가스를 마시고 질식하기도 했다. 이제 좀 여유가 되니 후배들이 꿈을 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임무창씨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아내가 자살한 데 이어 임씨까지 세상을 등지면서 두 자녀만 달랑 남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흔들렸다. “뜻을 같이하던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녀들을 돕는 것으로 활동 목표를 바꿨다. 그것이 우리가 더 원하는 일이었다.” 마침 고 최고은씨 측에서도 다시 고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연락을 전해왔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역풍이 불었다. ‘사회 참여 연예인’으로 찍히면서 박씨에게 좌파 연예인 딱지가 붙은 것이다. ‘가수 박혜경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를 이슈화시킨다’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씨는 당황했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앞으로 불리해질 것이라고,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염려했다. 처음에는 나도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하려고 했던 일을 계속 진행해서 진정성을 보여주기로 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김여진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한 이후 그녀에게도 비슷한 딱지가 붙었다. “그들이 나를 좌파로 보고 싶으면 나는 좌파인 거다.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그런데 그런 기준으로 보면 우리 사회에 좌파가 너무 많지 않나? 웬만큼 중간에 있어도 다 좌파로 보는데, 그런 기준이면 <100분 토론>에 함께 나온 전원책 변호사도 좌파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가수 박혜경씨는 세상을 상큼하게 만들고 싶 쌍용차 해고 노동자 아이들을 돌보는 '레몬트리공작단'을 조직했다.

만약 이들이 좌파라면 ‘신종 좌파’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기존 좌파와는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은 홍익대 청소 노동자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 그 돈으로 일간지 광고를 냈다. 다름 아닌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서였다. “사람들이 그런 우리 행동을 비판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총장님이 (광고를)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자기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광고하기 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활용하듯 우리도 <조선일보>를 이용했다.”

광고를 낸 뒤 ‘총장님, 언제 저랑 밥 한번 드시죠’라고 여유 있게 한마디를 던지는 그녀에게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환호했다. 그녀와 ‘날라리 외부세력’의 활동을 아낌없이 지원해주었다. “트위터는 요술 방망이였다. 돈이 필요하다면 돈이 왔다. 광고 시안을 만들어줄 사람, 광고 에이전시 역할을 해줄 사람, 세금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손을 들고 나섰다.”

박혜경씨의 ‘레몬트리 공작단’도 비슷했다.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소셜 미디어에 도움과 참여를 호소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매주 토요일 봉사활동을 가는데 치약·비누 등 생필품을 보내주는 사람, 비타민을 보내주는 사람, 과자를 직접 구워서 가져오는 사람 등 다양한 지원자가 등장했다. 요술 방망이라도 얻은 기분이었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박씨도 모든 과정을 직접 함께했다.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보람은 컸다. “연예인은 모두가 만들어놓은 멍석에 ‘짠’ 하고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같이 멍석을 깔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니까 모든 일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다. 홍보대사랍시고 얼굴마담 구실만 하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소셜테이너에게 “트위터는 요술방망이”
 

박씨의 활동이 트위터에 알려지면서 천군만마 같은 전문가가 한 명 결합했다. 신경정신과 의사 정혜신씨였다. 정씨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 상담을 해주고 싶었다. 엄두가 안 나서서 못하고 있었는데 레몬트리 공작단과 연결이 되었다. 덕분에 그들이 아이들을 맡아주는 동안 나는 부모와 여유 있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날라리 외부세력’이나 ‘레몬트리 공작단’의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의 문제의식이 깊어진다는 점도 의미 있다. 김여진씨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운동은 인내하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가장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면 운동의 성패는 얼마나 쿨한가를 보여주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스스로 깨달아간다. 요즘에는 멤버들이 한진중공업 김진숙씨를 한번 찾아가자고 해서 만나고 왔다”라고 말했다.

박혜경씨는 스스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나는 단지 아이들을 돕고 싶은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활동을 시작하면서 쌍용차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중이다. 그분들에게 잊혀진 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총 8주로 예정된 쌍용차 가족 돕기 주말 행사는 4월 둘째 주 현재, 아직 네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희망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 박씨는 “지역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택시청은 장소를 제공해주고, 평택대 사회복지학과에서 연락이 와서 함께하기로 했다. 부녀회에서도 거들겠다고 했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온 세상을 밝고 상큼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레몬트리 공작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가지가 무성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