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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실험실

SNS로 세상을 바꾸는 '소셜코디네이터'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5. 16.

탤런트 김여진씨



‘사회 참여 연예인’을 뜻하는 ‘소셜테이너’라는 말은 원래 ‘정치 참여 연예인’을 뜻하는 ‘폴리테이너’와 구분하기 위해 기자가 만든 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용어가 더 넓은 뜻으로 재해석되는 듯하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사회 활동을 벌이는 연예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배우 김여진, 가수 박혜경씨가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 꼽힌다. 두 사람은 각각 함께 활동하는 친구 그룹이 있다.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한 김여진씨에게는 ‘날라리 외부세력’이라는 친구들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녀를 지원하는 박씨에게는 ‘레몬트리 공작단’이라는 친구들이 있다.
 
만약 이들이 좌파라면 ‘신종 좌파’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기존 좌파와는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은 홍익대 청소 노동자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 그 돈으로 일간지 광고를 냈다. 다름 아닌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서였다. “사람들이 그런 우리 행동을 비판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총장님이 (광고를)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자기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광고하기 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활용하듯 우리도 <조선일보>를 이용했다.”

박혜경씨는 스스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나는 단지 아이들을 돕고 싶은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활동을 시작하면서 쌍용차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중이다. 그분들에게 잊혀진 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가수 박혜경씨

 

나름 블로그와 트위터계의 고수라고 자부했다. ‘독설닷컴’ 블로그 방문자는 2천만 명에 근접했고 트위터 팔로워 숫자는 10만 명에 육박했다. 블로그라는 대안미디어와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를 제법 활용했다고 생각했다. 콘텐츠의 성과 망을 적절히 활용해 이슈의 패자부활전을 도모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소셜미디어의 진짜 고수들은 따로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이른바 소셜디자인을 하는 고수들이 있었다. 김여진의 ‘날라리외부세력’이나 박혜경의 ‘레몬트리공작단’에 버금가는 다양한 소셜디자인 그룹이 만들어졌다. 소셜미디어의 단순한 취미그룹과는 달랐다. ‘힘 없는 자의 힘을 모아’ 우리 사회를 바꾼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진 소셜디자인 그룹이었다. 
 
이런 소셜디자인 그룹을 이끄는 사람을 '소셜 코디네이터'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역할은 리더라기 보다는 시숍에 가깝다. PC통신 초기에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운동권의 전통이 아니라 1990년대 X세대(신세대, 신인류...) 전통에 있는 이들은 느슨한 연대를 통한 자유로운 결사체를 지향한다.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10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10월의 하늘’이라는 이름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10월30일 하루 동안 지방 중소도시에서 과학콘서트를 동시다발로 여는 프로젝트였는데, 강의 장소 대여, 강사 섭외, 강의 진행이 모두 기부와 자원봉사로 진행되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외부협찬도 없이 전국 29개 도시에서 69개의 과학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 기적에 대해 정 교수는 “트위터의 잠재력을 느낀 순간이었다. 8시간 만에 300여 통의 멘션으로 강연기부, 운영기부, 책 후원을 약속받았다. 트위터는 신뢰네트워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로워들과 평소 맺어진 신뢰관계는 약하지만 효과적인 유대였다. ‘기억으로 가입되고 망각으로 탈퇴되는’ 집단이지만 유쾌하게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통일의 꽃’ 임수경씨는 트위터를 ‘전국민 비상연락망’으로 활용해 암투병 중인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 김은숙 씨를 도왔다. 트위터를 활용해 김씨의 어려운 처지를 동년배인 386세대에게 ‘정의를 위해 싸웠지만 잊혀진 사람들을 돕자’고 호소해 75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단순히 후원 활동에 그치지 않고 ‘김은숙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난했던 1980년대를 함께 추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페이스북에 ‘세금혁명당’을 만들어 뜻을 함께 하는 수천 명의 회원을 모았다. ‘프리라이더’ ‘세금혁명’ 등의 책을 내며 조세구조와 예산분배 문제를 제기하고 트위터로 설파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연 ‘세금혁명당’ 팬페이지는 보름 만에 3천5백여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했다.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고 '탈토건 친생활'을 재정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소득조사청을 설립해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자는 그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탁현민의 시사콘서트’도 소셜미디어 팬덤을 소셜디자인 그룹으로 잘 묶어낸 사례다. 매월 시사 이슈를 테마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 공연은 트위터 등을 통해 예약을 받는 후불제 공연이다. 신영복 조국 선대인 정재승 등 트위터에서 인기 있는 강사들을 초빙해 강의도 듣고 인디 밴드들의 공연도 들을 수 있는 이 공연은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가 함께 하고 있다.


춘천MBC 박대용기자


 
춘천MBC 박대용 기자는 공익적 목적을 지닌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굿앱스’를 조직했다. 총 400여 명이 가입했는데, 기획자부터 개발자까지 전문가들도 수십 명이 결합해 함께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이 모임의 주역들은 ‘화천 산천어 번개’를 통해 만난 사람들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 구체화 되었다. 박 기자는 “SNS를 활용한 사회변혁운동 모형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공익 어플리케이션이 나오면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소셜디자인 그룹들은 대부분 지난해 말부터 활동이 활발해졌는데 원조격인 모임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자식연합(대자연)’이라는 그룹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대항마로 나선 이 그룹은 정부에 비판적인 패러디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며 트위터에 시사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30~40대 사무직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키며 트위터에서 큰 세를 형성하고 있다. 
 
트위터의 원조 소셜디자인그룹으로는 ‘트위터방송국’을 빼놓을 수 없다. 트위터에 ‘번개킴’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김성주씨는 정대웅씨 등과 함께 트위터방송국을 통해 기부문화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온두라스 한지수 돕기 바자회’를 열었던 그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열리는 트위터 축제인 ‘트웨스티벌’ 한국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데 올해는 기부 물품을 모아 일본에 전달했다. 
 
김성주씨와 함께 ‘트위터방송국’을 운영하며 기부 봉사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김태연 목사는 올해 ‘고은소나타’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어 인디아티스트를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은소나타’라는 이름은 최근 사망한 시나리오작가 최고은씨의 이름을 딴 것으로 어려운 창작환경에 있는 인디아티스트들을 돕기 위해 사람들을 조직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만화가 고필헌(메가쇼킹)씨의 ‘쫄깃패’도 주목할만한 그룹이다. 제주도에 복합문화센터를 겸하는 게스트하우스, ‘쫄깃센터’를 만들고 있는 고씨는 트위터를 통해 뜻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았다. 그렇게 구성한 ‘쫄깃패’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장기휴가를 내고 제주도 ‘쫄깃센터’에서 벽돌을 나르고 벽에 회칠을 하고 있다. 고씨는 “트위터를 통해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꿈으로만 품고 있었던 것을 현실화 시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소셜디자인그룹이 창궐하는 모습을 보고 기자도 그룹을 하나 만들어 보았다. ‘산책콘서트’라는 이 모임은 서울 안팎의 둘레길이나 산책로를 걷다가 쉬는 곳에서 인디아티스트의 즉석 공연을 관람하는 모임인데, 회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모임을 할 때마다 참가자들이 인디아티스트를 위해 후원도 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제작해 제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