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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몸값 PD들의 '이적 전쟁' 막전막후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5. 17.


방송가가 술렁인다. PD들의 이적 열풍 때문이다. MBC에서 여운혁·임정아·성치경 PD가 종합편성채널로 옮기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KBS에서도 김석윤·김시규·김석현·조승욱 PD 등이 역시 같은 이유로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방송사 모두 간판급 예능 PD들이 종편행을 선택하면서 예능국이 동요하고 있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등을 기획·연출한 여운혁 PD,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1> <위대한 탄생> 등을 연출한 임정아 PD, <느낌표> <쇼바이벌> <스친소> <일밤-단비> <추억이 빛나는 밤에> 등을 연출한 성치경 PD는 모두 능력을 인정받은 예능 PD이다. 이들은 MBC 출신 주철환 교수가 방송제작본부장으로 재직하는 jTBC행이 대부분 결정되었다.

KBS는 이동 규모가 더 크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김석현 PD가 CJ E&M으로 스카우트된 것을 시작으로, <해피선데이-1박2일>의 초기 연출자이자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까지 총괄했던 이명한 PD 역시 CJ E&M으로 간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한 김석윤 PD, <해피선데이-1박2일>을 초기에 기획했던 김시규 PD 등은 jTBC로 이적한다. 이들의 ‘몸값’은 대체로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1박2일> 제작현장. 


신생 방송사들이 스타 PD 영입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데려오면 조연출이나 작가 등 제작 스태프가 딸려오고, 연예인 섭외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 졸지에 종편 채널의 ‘인력 공급소’로 전락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대규모 경력자 공채를 통해 빈자리를 메워야 할 판이다. 군소 방송사 등에서 일하는 PD들이 몰리면서 대규모 인력 이동이 예상된다.

현재 예능 PD 스카우트는 <중앙일보> 종편인 jTBS와 케이블TV 최대 콘텐츠 제작사인 CJ E&M이 주도하고 있다. 두 방송사가 몇몇 PD를 놓고 영입 경쟁을 벌이면서 PD들의 몸값이 단기간에 급상승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종편인 CSTV와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는 아직까지 특별한 영입 성과가 없다.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을 연출한 이명한 KBS PD(위)는 CJ E&M으로 옮기기로 했다. 

 
파업 참여 PD들, 대거 옮기는 까닭

장윤택 전 KBS 편성·제작본부장을 전무로, 김현준 KBS 전 드라마제작국장을 콘텐츠본부장으로, 윤석암 전 CJ미디어 방송본부장을 편성실장으로 영입한 CSTV는 KBS 쪽 영입이 여의치 않자, CJ E&M 계열의 케이블TV PD들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계에서는 <조선일보> CSTV의 스카우트 실적이 부진한 것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아일보> 채널A의 경우 자금력이 부족해 본격 스카우트 전쟁에 뛰어들지 못하는 것으로 다른 종편사들은 추측한다. <동아일보>는 안국정 전 SBS 부회장을 방송설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하고, 박희설 전 SBS아카데미 원장을 방송사업추진단 기획본부장으로 데려와 SBS 쪽 PD 영입에 공을 들였는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스카우트 전쟁에서 SBS는 비켜서 있다. CJ E&M과 jTBC의 스카우트 대상도 주로 KBS·MBC 사람들이다. 두 방송사가 공영인 데 비해 SBS는 민영이기 때문이다. SBS가 옮기려는 PD들을 승진과 연수 같은 ‘당근’으로 붙드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는 데 반해, KBS와 MBC는 그렇지 못한 구조이다. 주로 KBS와 MBC 출신이 종편 본부장급 간부로 가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보인다.

그러나 양사 노조는 이보다 더 큰 이유로 ‘경영진의 무개념과 무관심·무신경’을 꼬집는다. 인재를 붙들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 KBS 새 노조는 “회사 경영진 누구도 KBS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다. 조직의 경쟁력을 키울 의지조차 없다. 능력 있는 구성원의 중요성도 알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최근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를 하차시킨 영향도 크다. 공정 사회를 위해서 자른다는 회사를 보면서 PD들이 할 말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양사 노조는 또 이번에 이직하는 PD들이 노조 파업 때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주도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들이 회사 간부들에게 지속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옮기게 된 PD가 하소연하는 말이, 회사에 남으려 마음을 다잡고 출근해도 국장 태도를 보면 오만 정이 떨어진다더라. 차기, 차차기 국장도 그런 인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재철 사장의 잘못된 인사가 원죄다”라고 말했다.

이들 공중파 방송사가 PD들을 붙드는 데 소극적인 반면 jTBC나 CJ E&M의 구애는 적극적이다. MBC의 한 PD는 “예능 PD 중에서 CJ E&M 이미경 부회장에게 식사 초대를 안 받아본 PD는 무능한 PD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jTBC의 경우 100억 규모의 예산을 PD 스카우트 비용으로 책정해둔 것으로 안다. 일부 PD 중에서는 jTBC와 CJ E&M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며 몸값을 올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올드미스 다이어리> 김석윤 PD, <개그콘서트> 김석현 PD, <황금어장> 여운혁 PD. 



종편 스카우트 전쟁에서는 <중앙일보> jTBC가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방송가는 본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2007년 KBS에서 코엔미디어로 8억원을 받고 옮겼던 이훈희 PD를 jTBC가 영입하면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MBC와 KBS에서 유능한 PD를 빼왔기 때문에 jTBC는 지상파 3사나 CJ E&M 계열에 버금가는 예능 PD 라인업을 보유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CJ E&M의 적극적인 공세도 눈에 뛴다. 애초에 조·중·동 종편들의 스카우트 전쟁에서 PD들을 빼앗기는 수세적 입장일 줄 알았던 CJ E&M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스카우트에 나섰다. 한 CJ E&M 계열사 PD는 “어차피 조·중·동 종편 중 한두 곳은 망할 것이다. 그곳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CJ E&M뿐이다. 지금 이적했다가 그때 ‘부역 방송인’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어서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는 조만간 2차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 방송사 PD는 “지금 스카우트 전쟁은 일종의 예고편이다. 조만간 PD들의 2차 엑소더스가 있을 것이다. 선발대로 간 PD들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갈 PD들이 많다. 지상파 방송은 규제가 많아서 예능 프로그램 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찾아서 종편행을 택할 PD가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