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책꽂이 프로젝트로 10만권의 책을 모았습니다
‘기적의 책꽂이’를 시작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일이다. 남는 책을 모아 책이 꼭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책을 통해 소통한다는 ‘기적의 책꽂이’의 정신은 지금도 계속 이어진다. 시즌 1(2011년 6월24일~9월3일), 시즌 2(2011년 10월17일~2012년 2월4일)에 이어 시즌 3(5월6일~6월10일)가 진행되었다.
비영리단체인 ‘기적의 책꽂이 자원봉사단’(cafe.daum.net/bookgive1004)이 이 소셜디자인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시사IN>은 공식 후원사로 함께하고 있다. '기적의 책꽂이'는 지난 1년여 동안 책 10만 권이 넘는 책을 모아 전국 80여 곳에 전달했다(시즌1 3만5천권/ 시즌2 5만 5천권/ 시즌 3 2만 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집단지성을 구현하며 진행되는 기적의 책꽂이는 시즌을 더해가며 진화하고 있다. 기적의 책꽂이 기본 모형은 여러 사람이 기증한 책을 중앙의 책정거장에 모아 전시한 다음 이를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시즌 2부터는 책을 기증받는 곳에서 직접 책정거장에 와서 책을 골라 갈 수 있게 함으로써 효과를 높였다.
시즌2부터 '글로벌 소셜디자인 프로젝트'로 진화했다. 미국에서 교포 김태자씨가 책을 모으고 있고 시즌3에서는 일본에서도 필기구와 책이 왔다. 몽골에 봉사활동을 가는 대학생들을 책으로 지원했고 라오스 한인학교에도 책을 보냈다. 시즌4에서는 더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시즌 3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디자인 갤러리의 전시 형태로 진행되었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기부·봉사 시스템을 바꾸는 ‘소셜 디자인’의 하나로, 책을 모으고 분류하고 고르고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전시의 소재가 된 것이다. 대신 장소가 전시장이다 보니 짧게 진행되었다(5월6일~6월10일).
디자인 갤러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상주해서 책을 받아서 정리했다.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인 김형욱 사진가는 자신이 찍은 아시아 오지 어린이 사진을 갤러리에 전시하며, 이 아이들을 위해 만드는 어린이 도서관에 보낼 필기구도 모았다. 지난 한 달간 와인 상자 20개 분량의 필기구가 모였다.
기적의 책꽂이가 노리는 것 중 하나는 ‘책의 패자부활전’이다.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헌 책이 새 주인을 만날 때마다 실감한다. 기적의 책꽂이 기본 모형이 책을 기증받는 곳에서 책을 골라가는 방식이라 책이 재발견될 수 있었다.
시즌 2 때 도서대여점을 폐업하면서 무협지·판타지·대본소 만화 1만여 권을 보내온 기증자가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 책을 받아왔는데 이를 가져가는 사람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그런데 공식 온라인 카페에 무협지·판타지·만화를 보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방의 정신요양원이었는데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이 이런 책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여러 곳의 정신요양원에 책을 나눠줄 수 있었다.
잡지 과월호도 처분하기 힘든 종류의 책이었다. 과월호를 골라 가는 곳은 거의 없다. 궁리하다가 아이디어 삼아 해외 한류 팬들에게 한국 잡지(특히 패션지나 연예지)가 유용하지 않겠느냐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물어보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그 결과 이들 한류 팬에게 한국에서 모은 과월호 잡지를 보내주고 이들로부터 자국어 동화책·그림책을 받아 다문화 도서관에 전달하는 모형이 만들어졌다.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모국어로 된 책을 아이에게 읽어줌으로써 부모 나라 문화에 친숙해지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최근에는 각종 학습용 교재를 둘러싼 새로운 모형도 만들어졌다. 학습용 교재는 보면서 공부를 하는 책인 만큼 이곳저곳 표시가 되어 있는 책이 많았다. 역시 골라가는 곳이 별로 없어 고심했는데 군부대에서 복무 중인 군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교재 역시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6월7일에는 기적의 책꽂이 시즌 3을 정리하며 자원봉사자와 기증자들이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여행스케치, 카피머신 등 밴드들이 흥을 돋우고 <시사IN> 주진우 기자와 공연기획자 탁현민 교수, 문정희 시인 등이 출연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증할 책 3권만 들고 오면 누구나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었다.
‘기적의 책꽂이’ 시즌 4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7월 중 시작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를 함께 하거나 후원을 하거나 책을 기증하거나/기증받고 싶은 사람들은 공식카페(cafe.daum.net/bookgive1004)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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