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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무리한 박태환 인터뷰에 대한 생각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2. 7. 29.





어제 박태환 선수에 대한 실격처리 발표 직후 행해진 MBC의 인터뷰에 대해 이런저런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단순히 개념 무개념 문제를 떠나서 파업 기자와 스포츠 PD들을 배제하고 중계를 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나는 이 일이 '잘한,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장난이냐고? 풀어보자면 이렇다. 현장기자로서 무리하게 박태환을 붙들고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라 예정된 인터뷰를 한 것이었고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을 물었던 것이므로 잘못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텍스트적인 상황에서 판단했을 때 그렇다. 


그러나 당시는 텍스트적인 상황이 아니라 콘텍스트적인 상황이었다. 현장 기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청자들과 박태환을 연결해주는 '중재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전력으로 경기하고 실격처리의 충격에 빠져있는 박태환에게 따지듯이 묻는 모습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고생한 박태환을 위로해주고 싶은데 타박하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박태환을 인터뷰한 MBC 대체인력은 케이블TV 등에서 스포츠 캐스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갑작스런 실격처리에 당황해서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다. 그러나 실격처리에 대한 어제 MBC의 대응은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섣부르게 중국인 주심에 대한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김재철 체제의 MBC 모습 그 자체였다. 


현장 리포터를 비롯해 MBC 대체인력에 대해 내가 느낀 점은 '공영방송 의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국인으로 자랑스럽다'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는 이유도, 상복을 입고 진행하고, 수영복을 입고 진행하겠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공영방송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대체인력으로서 어떻게든 튀어보려는 욕심이 무리한 실험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 의식'이다. MBC와 KBS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에게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공영방송 의식'이다.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한, 불가능한 일'이 많다. 쉽고 빠른 길이라도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기꺼이 포기하고 느리더라도 정도를 걷는 것이다. 조중동 종편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의식이다. MBC의 런던올림픽 중계는 이 마지노선이 깨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는 '이성적 감성'이 필요한 일이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성만 넘치면 '국가주의'적 중계가 되고 이성적 분석만 하면 시청자들이 외면한다. 그 중간의 중용을 도모해야 한다. MBC의 중계는 이 밸런스가 깨졌다. '나 하나만 튀면 된다'는 생각이 무리수를 두고 낚시 기사 제목 같은 아이디어만 넘쳐난다. 김재철아, 제발 정신 좀 차리자...



MBC 남상호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글 : 


"지난 주 저희가 복귀한 뒤 현장취재인력의 절반가량이 징계를 받거나 보도국 밖으로 인사가 났습니다. 재기넘치는 스포츠PD가 드라마 세트 관리하는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수년간 스포츠 경기를 중계해오던 아나운서들은 징계를 받고,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회사를 나간 사람들이 그 자리에 대신 슬그머니 앉았습니다. 런던올림픽에 출장을 간 사람들은 대부분 파업대체인력들이었습니다. 


김재철의 MBC는 한쪽에서는 방송정상화를 위해 눈물을 억지로 삼키고 올라온 사람들을 한직으로 쫓아버리고 올림픽같은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취재한 경험도 없을 뿐더러, 방송기자로서의 취재경험도 충분한지 의문스러운 사람들을 꾸역꾸역 저 현장으로 밀어낸 것입니다. 당황스러운 일이 언제든 일어나는 곳으로 말입니다. 그리고서는 승리의 MBC,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오늘 일은 이런 황당한 행태의 균열이 고작 실금 정도 눈에 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철 사장은 스포츠 중계의 국가대표들을 징계하고 보복인사로 쫓아내고 아마추어를 고용해 개판을 만들었다. 우리가 MBC를 욕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피눈물을 흘리며 이 장면을 보고 있을 MBC 아나운서 PD 기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김진혁 PD의 이 말을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 이 시간 파업했단 이유로 올림픽 현장은 커녕 말도 안되는 부서에 배치된체로 설움을 목구멍으로 삼켜내는 엠비시 노동조합원들에게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싶다. 당신들 없으니 방송이 개판이네요. 역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