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B급 좌판 위원회/행복한 책꽂이

여름을 똑똑하게 보낼 수 있는 정재승 교수의 책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2. 8. 9.





1>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물리학으로 영화를 읽었던(<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41·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이번에는 뇌과학으로 영화를 읽었다. 천체물리학자로서 우주의 섭리를 연구하다 인간의 뇌라는 소우주에 천착하게 된 자신의 과학적 궤적을 따라 영화읽기의 관점도 변한 것이다. 젊은 물리학도 시절 그의 영화읽기가 ‘영화처럼 진짜 그럴까’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해주었다면 중년의 뇌과학자가 된 지금의 영화읽기는 ‘인간이란 그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위로를 준다.   


정재승 교수는 대중적 글쓰기에 능한 과학자로 통한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을 전공할 때는 달랐다. “천체물리학은 우주의 탄생과 섭리를 탐구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다. 그런데 128광년 떨어진 시그너스X1 중성자별에 대해서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볼 곳도 아니고, 확인도 안 되고, 지구상에서 내 연구를 알아줄 사람이 서른 명도 안 된다는 사실에 무기력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그가 복잡계 물리학, 그중에서도 뇌과학으로 방향을 튼 것은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물리학자의 영화읽기와 뇌과학자의 영화읽기는 어떻게 다를까. 그는 “물리학자로서는 미래라는 배경, 상황 설정, 캐릭터들의 특징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 그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조건은 어때야 하나 위주로 영화를 보았다. 지금은 주인공 캐릭터들의 행동과 말로 성격을 살피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에 주목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책에 인용된 영화들은 대체로 두세 번 이상 본 영화들. 정 교수는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즐겨서 본다. 그러나 두 번째 볼 때는 미친 듯이 메모하면서 본다. 즐기면서 얻는 재미와 분석을 통해서 얻는 이면의 재미, 둘 다 의미가 있다. 영화를 볼 때 한 번은 아무 생각 없이 보지만, 두 번째부터 끝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보면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를 거치면 과학이 즐겁다. 그가 스물아홉에 펴낸 <과학콘서트>가 들려준 이야기는 “세상은 놀랍도록 복잡하지만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복잡하며, 복잡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의 유쾌한 과학 이야기는 <도전 무한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탔고(MBC 라디오),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 이번에 두 권이 함께 나와서 벌써 세 권째다(방송작가 전희주 공저). 






2> 도전 무한지식 


사람들은 그를 ‘일상의 물음표를 지식의 느낌표로 바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과학적 깨달음으로 이끌어준다. 그에게 과학은 복잡한 이론과 수식이 아니다. 재미난 놀이다. <도전 무한도전> 1권을 보고 그의 아내는 깔깔 웃으며 “이 책은 똥 눌 때 읽기에 최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용 과학서’라는 평가가 책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라며 좋아했다. 



사람들은 과학적 지식을 맵시 있게 풀어내는 그의 설명 솜씨에 탄복하지만, 그가 방점을 찍었던 것은 사실 질문이었다. 그는 “답변보다 질문에 더 공을 들였다. 질문을 진부하지 않고 기발하게 하려고 궁리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 답을 통해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주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과학은 한 우물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온 사방에 관심이 뻗쳐 있는 그는 이해하기 힘든 과학자다. 그는 “가장 포괄적인 과학인 물리학으로 시작해 박사 후 연구를 의대에서 하고 지금은 공대에 재직하다보니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연구 주제는 인간의 뇌인데, 역시 다양한 분야의 융합적 지식이 필요하다. 배워서 남 주는 일이 보람차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전쟁 같은 스케줄’이라 말할 만큼 바쁘게 생활하는 그가 요즘 빠진 것이 있다. 트위터다(http://twitter.com/jsjeong3). 트위터러들과 어울려 쉴 새 없이 지저귀는데 그는 “연구에 찌든 뇌를 트위터 글쓰기로 씻어낸다. 나름대로 실험을 하고 있다. 140자의 제한을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그려 링크해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데 과학 지식이 오랜 울림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