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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족 여행 여기가 딱이다. 느낌 아니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1. 19.


날이 추워졌다. 몸이 움츠러들겠지만 지금이 바로 밖으로 나가야 할 때다. 이열치열(以熱治熱)과 마찬가지로 이한치한(以寒治寒)도 할 수 있다. 추위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 겨울 가족여행은 추운 곳으로 가야 제맛이다. 추운 곳에서 뛰어놀며 추위와 한바탕 싸우고 나면 겨울이 한결 가뿐해질 것이다.



가족여행으로 가볼만한 겨울축제, 

주로 제가 가본 곳 위주로 소개합니다

(평창송어축제는 최근에는 못가봤네요. 초창기에 가봤는데...). 

긴긴 겨울, 지루하지 않게 보내려면 함 도전해 보세요~~~





@ 겨울 축제의 지존 - 화천 산천어축제


겨울 축제의 원조라면 아무래도 ‘화천 산천어축제’(1월26일까지)를 들 수 있다. 얼음낚시 체험, 얼음궁전, 얼음놀이 등 여러 겨울 축제의 전형이 산천어축제에서 나왔다.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참여한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캐나다의 오로라’ ‘스웨덴 순록의 대이동’ 등과 함께 CNN 선정 ‘겨울철 7대 불가사의(7 wonders of winter)’로 선정된 행사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다. CNN이 주목한 것은 무엇보다 이한치한(以寒治寒)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는데,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라고까지 표현했다. CNN 보도 이후 산천어축제에 외국 관광객이 늘었는데, 화천 읍내에는 면세점까지 들어섰다.


최근 5년 동안 매해 화천 산천어축제를 찾았는데 진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자 주최 측은 축제를 세분화했다. 낚시 부문의 경우 산천어 얼음낚시·루어낚시·맨손잡기·어린이 전용 낚시·외국인 전용 낚시터 등으로 쪼갰다. 얼음자전거·봅슬레이·얼음썰매·얼음축구는 ‘아이스 펀 파크’에서 즐길 수 있고, 썰매·빙벽 체험, 눈사람 광장 등은 ‘스노우 펀 파크’에서 운영된다.


관광객들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도 있다. 축제장 내에 과거 화천읍내 상가를 재현해두었는데 추억의 군것질 과자인 ‘쫀쫀드기’와 ‘뽑기’를 파는 문방구가 가장 인기 있다. 뮤직박스가 갖춰진 다방도 있다. 화천에 사는 다문화 가정에서 꾸린 ‘다문화 가정 스낵코너’에서는 쌀국수나 양꼬치·카레밥 등을 사 먹을 수 있다. 산천어 요리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회를 쳐주거나 구워주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맛객 김용철씨가 ‘산천어 미식쇼’를 진행하며 산천어 튀김·산천어 된장구이·산천어 초절임·산천어 스테이크·산천어 김밥·산천어 떡만두국 등을 판매한다(주말에만).


화천 산천어축제를 매년 찾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산천어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천어 낚시는 메탈이나 웜 등 인조 미끼를 사용한다. 낚싯바늘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낚싯줄을 풀고 바닥에서 10~30㎝ 정도 띄운 다음 낚싯대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물고기를 유인한다. 산천어는 물 온도와 날씨에 민감한데, 육식 어종이라 공격성이 강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잘 안 잡힌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화천 산천어축제의 산천어는 모두 양식이다. 연어·송어와 마찬가지로 회귀성 어종이지만 한강을 거슬러 수십m 댐을 뛰어넘어 화천까지 올 ‘슈퍼 산천어’는 이 세상에 없다. 주최 측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축양장을 조성해 산천어를 더 많이 양식했다. 올해는 이전보다 잘 잡힐 것이다”라고 장담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 화천 맛집 : 


동촌식당(033-441-3579) : 이외수 선생님 단골집.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꼭 여기로 데려와서 사주시더군요. 메기매운탕이 맛있어요.

화천어죽탕(033-442-5544) : 해장으로 좋아요. 요즘도 겨울에 생각납니다. 



@ 산천어축제 별책부록 - 화천 바로파로 겨울축제


겨울 축제의 표준인 산천어축제를 살폈으니 이제 다양한 응용 축제로 가보자. 먼저 화천 산천어축제의 별책부록과 같은 ‘화천 바로파로 겨울축제’(2월2일까지)가 있다. 화천 읍내보다 훨씬 북쪽인 파로호 일대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축제 기간이 더 길다. 화천 산천어축제를 놓쳤을 때 가볼 만하다. 면 단위 행사라 훨씬 소박하고 정겹다. 한국전쟁 격전지였던 파로호의 겨울 풍경을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다.



@ 떠오르는 다크호스 - 평창 송어축제


다음은 화천 산천어축제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평창 송어축제’다. 겨울 축제의 규모는 물고기 방류량으로 가늠할 수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에 사용되는 산천어의 양은 모두 110t으로 대략 44만 마리다. 평창 송어축제에 사용되는 송어는 80t으로 9만6000마리 정도다. 마릿수로 따지면 차이가 있지만 무게로 따지면 거의 육박해 있다. 평창 송어축제는 올해로 7회째인데 급성장한 축제 가운데 하나다.


송어의 매력은 산천어보다 크다는 점이다. 크기가 보통 30~40㎝여서 잡았을 때 손맛이 묵직하다. 평창 송어축제의 송어 역시 양식 송어다. 토종 송어는 살이 붉고 선명한 것이 마치 소나무 마디를 닮았다고 해서 ‘송어(松魚)’라고 불렀는데, 축제에 쓰는 송어는 북미와 러시아가 원산지인 무지개송어다. 평창은 원래부터 무지개송어의 주 양식지였다. 회귀성 어종인 송어는 기름기가 오른 겨울에 가장 맛있다. 평창군은 가족이 추위를 피해 송어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바람막이 텐트를 제공한다(작은 차이지만 중요하다).


산천어와 달리 송어는 전국에 양식장이 많다. 그래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겨울 축제 프로그램에 송어낚시를 넣는다.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사가 대규모로 시행되는 곳은 ‘평창 송어축제’ 외에 ‘홍천강 꽁꽁축제’(1월19일까지)나 ‘동강 겨울축제’(1월26일까지) 정도다. 다른 곳은 소규모이고 낚시 체험료도 1만5000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다.



@ 눈썰매장은 여기가 최고 - 철원 화강 얼음마당축제


아이를 데리고 겨울 여행을 갔을 때 통과의례는 얼음낚시다. 막상 현장에 갔는데, 날도 춥고 물고기도 안 잡히면 아이들은 다른 놀 거리를 찾는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눈썰매와 얼음썰매다. ‘철원 화강 얼음마당축제’(2월9일까지)는 이런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곳이다.


철원 화강 얼음마당축제는 ‘화천 바로파로 겨울축제’처럼 규모가 작은 축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이 축제의 백미는, 긴 눈썰매장이다. 중간에 둔덕이 있어서 1회 활강인데도 두 번 내려오는 듯한 묘미가 있다. 눈썰매장 아래는 넓은 얼음광장과 연결되어 상당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 비주얼은 이곳이 최고 -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 / 산정호수 썰매축제


유명한 겨울 축제의 경우 행사장이 읍내인 경우가 많다. 지자체 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유권자가 많은 읍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축제가 자연과 가깝지 않다. 보이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건물이나 상가 같은 인공물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이 아쉬운 이들에게는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2월2일까지)와 ‘산정호수 썰매축제’(2월2일까지)를 권한다. 


읍내가 아니라 계곡과 호수에서 축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는 맛이 시원하다.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는 눈썰매장이 종류별로 나뉘어 있고, 산정호수 썰매축제는 다양한 얼음썰매 기구를 제공한다.


다른 겨울 축제는 인파를 피해 평일에 가는 것이 좋지만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와 산정호수 썰매축제는 가능하면 주말에 가기를 권한다. 주말에 인근 군부대에서 탱크·장갑차·야전포 등을 전시하고 아이들에게 시승시켜주기 때문이다. 실제 전투에 사용되는 군장비를 전시한 것인데, 아이들이 직접 올라가보고 매우 좋아한다.


사실 민간지원 활동을 하는 군부대들은 겨울 축제의 숨은 조력자이다. 보통 경기도 북부나 강원도 지역에서 하는 겨울 축제에 가기를 꺼리는 것은 눈길에 승용차가 미끄러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가보면 의외로 길에 눈이 없다. 눈이 올 때마다 바로바로 군인들이 수고롭게 치우기 때문이다.



# 포천 맛집 : 


이동산장갈비 : 김미자할머니네가 원조집인데, 개인적으로 이 집을 더 선호합니다. 1인분이 500g인 양념갈비 추천~~~

미미향 : 짜장면과 탕수육이 맛있다. 이동산장갈비에서 양념갈비 먹고 냉면 대신 이집 짜장면으로 후식 먹는 것 강추~~~



@ 철원에서는 독수리를 꼭 봐야~


포천의 겨울 축제나 ‘철원 화강 얼음마당축제’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철원의 ‘한양육 가공 공장’이다. 고기를 사러? 아니다. 이곳에 가면 독수리 떼를 볼 수 있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독수리 떼가 있다. 점심 무렵에 가면 상승기류를 타고 회오리 모양으로 날아오르는 독수리 떼를 볼 수 있고, 다른 시간에 가면 논밭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독수리 떼를 볼 수 있다. 육가공 공장에서 내다 버린 고기 부산물을 주워 먹기 위해 몰려든 것인데,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사진가들도 많이 온다.



한양육가공공장에 딸린 정육점 식당도 괜츈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고기 사면 다양한 등급의 다양한 부위가 있어서 좋아요. 

저는 등급 낮은 등심 주로 사오는데 덩어리로 팝니다. 



@ 올 겨울에 놓치지 말아야 할 축제 -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축제


자, 그리고 이번 겨울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바로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축제’(1월18~26일)다. 꼭 기억하고 가보시길 권한다. 얼음 트레킹을 하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놓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스위스 알프스 빙하 트레킹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빙하 트레킹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지만 한탄강 얼음 트레킹이 훨씬 더 좋았다. 얼음의 두께는 빙하 트레킹 쪽이 두껍지만 한탄강에는 강물이 흐른다. 빙하 트레킹은 눈만 즐겁지만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귀까지 즐겁다. 두꺼운 얼음 사이로 흐르는 청명한 강물 소리를 들으면 상쾌함이 온몸을 감싼다. 마치 한겨울에 봄을 들으면서 걷는 기분이다.


경치도 알프스 못지않다. 태봉대교와 승일교 사이 얼음 트레킹 구간에 기기묘묘한 주상절리가 계속 펼쳐져 있다. 한탄강은 특이 지형이다. 산을 휘감아 돌면서 주상절리가 생긴 것이 아니라 용암이 녹아내려 생긴 U자형 현무암 협곡으로 지표면보다 낮게 흐른다. 그래서 지표면보다 바람이 덜 불고 온도도 조금 높아 걷기에 수월하다. 걷다 보면 폭포가 빙벽으로 바뀐 곳도 볼 수 있다. 꼭 가보시라.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