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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국내 여행감독 1호

숲길의 지존, 아카사와 히노키(편백나무) 자연휴양림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5. 20.





나가노현 히노키 숲길 - 옛길 - 구릉길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따라나섰다. 

확실한 것은 사람이었다. 

일본 여행의 프로들이 새로운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한 ‘스터디투어’라는 얘기에 두말 않고 따라나섰다. 

국내외 ‘100개의 길’을 걸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천천히 실천하고 있는 터라 일본 전통 숲길과 에도시대 옛길을 걷는다는 얘기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와서는 몇 가지 숙제가 생겼다. 

일단 일본의 숲길을 더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사와 휴양림은 감동이었다. 전통 히노키 숲을 보존하기 위한 일본인들의 배려가 세심했다. 야쿠시마 원시림은 다음 숙제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에도시대 교통로를 더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조선통신사가 행차한 ‘동해도’가 가장 유명한데, 에도로 향하는 5개의 길을 다 걸어보고 싶다. 이번에 걸었던 길은 교토와 에도를 잇는 ‘나가센도’이다.  

마지막으로 일본 알프스에 한 번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남부알프스와 중부알프스의 설산을 조망했는데, ‘저 산에 꼭 올라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추천 여행 코스 : 2박3일로 타이트하게 다녀오거나, 3박4일로 좀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1) 공항 - 나고야 공항이 편하다. 확장 공사를 마친 국제공항이라 여유가 있다. 반면 한국 노선은 밀리지 않는 곳이어서 좌석이 늘 여유가 있고 주말 요금도 따로 없다. 나고야 공항에서 나가노현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2) 아카사와 휴양림을 가장 여유 있는 둘째 날에 배치하고 첫날과 마지막날은 각각 나가센도 옛길(츠마고와 마고메 사잇길)과 일본 남부알프스와 중부알프스의 설산을 조망할 수 있는 구릉길을 걷는 것이 좋다. 

3) 중간중간에 호수나 강가처럼 물이 많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를 권한다. 음양이 맞아야 여행길이 즐겁다. 



1편 - 아카사와 히노키(편백나무) 자연휴양림


세 개의 길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는데... 먼저 ‘숲길 - 아카사와 자연휴양림’이다. 

이 숲을 간단히 설명하면 일본 천황가의 신사인 이세 신궁 개보수에 사용하는 히노키(편백나무)를 기르는 곳이다. 에도시대부터 조림을 해온 곳이라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많다. 

나무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삼나무에 비해 히노키(편백나무)는 더 단단하고, 물에 강하고, 향기가 나서 병충해에 강하다. 흔히 말하는 피톤치드의 제왕이라서 삼림욕에 최고다. 


한마디로, '숲의 이데아'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숲에 가서 보고 싶은 풍경, 느끼고 싶은 공기, 만끽하고 싶은 기분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가을에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는데 5월초에는 한가했다. 이 숲에는 히노키(편백나무)를 비롯해 측백나무와 금송 등도 두루 분포하고 있다. 나무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일본의 3대 아름다운 숲

- 일본 삼림욕의 발상지 

- 21세기 남기고싶은 자연100선

- 삼림욕 일본100선

- 향기의 풍경 일본100선

- 국가 산림테라피기지

이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숲이다. 

별도의 수식어가 필요 없다.   


이 숲을 보기 위해 일본 남부알프스와 중부알프스 사이의 계곡길을 지나게 되는데 이 길이 또한 절경이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이고(5월10일이었는데도 아직 눈이 남아있었다.)... 계곡은 깊고 눈 녹은 물로 유량이 풍부했다. 물 색깔이 진한 것이 일본 가루녹차(말차) 색깔 같았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내륙 쪽 휴양지인 베트머알프나 체르마트로 들어가는 길과 비슷했다. 

고도 1080미터 높이에 아카자와 휴양림이 위치해 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숲 얘기다. 

히노키(편백나무)는 인상적인 특징이 많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잘 썩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30여년 전에 태풍에 쓰러진 나무가 아직도 다 썩지 않고 쓰러진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다른 특징은 길을 걸으며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자 이제 길을 걸어보자~~~


아카사와 휴양림에는 총 8개의 코스가 있다. 코스 길이가 보통 2km~3km 정도여서 전체를 합쳐도 20km가 조금 넘는다. 하루에 충분히 다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답사는 푸레이 코스(1코스) - 코마도리 코스(2코스) - 주메타자와 코스(5코스) - 카미아카사와 코스(6코스) - 코마도리 코스(2코스)의 일부를 연결해 걷는 코스를 오전에 걷고 점심을 먹은 후 나카다치 코스(4코스)와 무카이야마 코스(3코스)를 걸었다. 


(코스 사진을 못 넣어서 아쉬운데... 대체로 관리 사무실을 중심으로 꽃잎 모양으로 퍼져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1~2코스를 걸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외곽으로 쭈욱 돌아보는 방법도 있다.)


1) 

관리동에서 휴양림에 들어가는 길은 나무껍질 조각을 다져서 만들었다. 일본인다운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옆으로 개울이 흐르는데 자세히 보면 소형 보가 있다. 물을 채웠던 흔적인데... 예전에는 히노키를 냇물에 띄워 하류로 보내 강을 통해 바다로 옮겼다고 한다. 바위가 넓다

첫 코스(푸레이 코스)로 들어서면 히노키(편백나무)와 다른 나무를 비교하는 표지가 있다. 





숲 가이드는 왜 히노키(편백나무)가 건축자재로 우수한 지 설명해 주었다. 

이세 신궁이나 호류지에도 기둥이나 대들보를 히노키(편백나무)로 쓰는데 1000년이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히노키와 비슷한 다른 품종(이를테면 아수나로)과의 차이도 설명해 주었다. 

히노키는 껍질이 붉은색이고 물고기 비늘처럼 생겼는데 사람 피부처럼 계속 떨어진다. 


히노키(편백나무)는 뿌리가 아래로 파고들지 않고 아래 사진처럼 옆으로 퍼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바람에 약하다고 한다. 이렇게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으면 바람이 파고들 여지가 없어서인지 넘어져있는 히노키(편백나무)는 거의 없었다. 





히노키 숲에 키가 작은 나무들이 있는데 아수나로라는 품종이다. 

히노키에 비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나무인데 숲을 가만히 두면 기생하는 것처럼 있던 아수나로가 점점 숲을 점령한다고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그래서 인공 조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그대로 둔다고 했다. 그것 또한 숲의 일부라는 것이다. 


히노키와 비슷한 삼나무도 사실 건축자재로 우수하다. 

단단하고 곧아서 이 삼나무로 지은 집은 일반 주택도 우리나라 법당 크기만큼 넓었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보다 두 배 정도였다. 나무가 길어서 2층을 올리기도 쉬웠다. 

‘저 삼나무를 우리나라도 많이 심었더라면 우리 전통 주택 구조도 많이 달라졌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다음 코마도리 코스로 들어서면 죽은 히노키(편백나무)에서 새로운 히노키(편백나무) 싹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죽은 나무가 숙주가 되고 거기서 새순이 나오는 모습이 마치 불사조같다. 이렇게 자란 나무는 죽은 히노키(편백나무)가 썩어서 사라지면 그 부분의 뿌리가 지상 위로 나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이세 신궁에 기둥으로 쓰일 나무를 베어가고 남은 밑둥을 볼 수 있다. 이세 신궁에 쓰일 히노키(편백나무)는 전통방식에 따라 도끼로 찍어낸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남은 그루터기에서 무수한 도끼자국을 볼 수 있다. 당시 제사를 지내고 나무를 찍어내던 모습이 자료로 간단하게 전시되어 있다. 


3)

주메타자와 코스에서는 산림열차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실재로 목재를 실어 날랐던 열차가 지금은 관광객을 태우고 왕복한다(1950년대 후반까지 실제로 운영되었다). 

산책을 마치고, 혹은 점심을 먹고 타보면 좋은데, 티켓이 히노키(편백나무) 조각으로 되어있어 기념품으로 그만이다. 





아카자와 휴양림에서 인상적인 것은 바닥이다. 히노키(편백나무) 숲은 빛의 투과율이 낮아 바닥이 진편이다. 그런데 숲길에 히노키(편백나무) 나무칩을 깔아둬서 푹신하게 걸을 수 있다. 히노키(편백나무) 칩은 자원봉사자들이 뿌렸다고 했다. 사람이 칩을 밟으면 밟을 수록 피톤치드가 더 나오게 해둔 것이다. 


또 주목할 것은 우리 숲길에 흔한 나무데크가 최대한 절제되었다는 점이다. 정말 필요한 곳에서만 볼 수 있었고 대부분 오솔길을 그대로 살렸다. 우리가 숲길을 조성할 때 참고해야 할 방식이다. 길 중간중간에는 쇠막대기와 종이 있었다. 소리를 내서 곰과 멧돼지를 쫓으라는 것이다(실제로 사람과 마주치는 빈도는 1년에 한두 번 정도라고 한다). 





4)

가미아카사와 코스를 걸을 때는 전망대에 꼭 가봐야 한다. 일본-중부 알프스의 고봉 중 하나인 온다케가 보인다. 5월10일인데도 정상에 눈이 남아있어서 아름다웠다. 

마치 스위스의 로우알프스 지역에서 알프스 설산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히노키(편백나무) 숲 넘어로 보이는 설산이 아련했다. 

전망대에 내려와서 다시 코마도리 코스를 따라 내려오면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5)

점심을 먹고 나카다치 코스를 걸었다. 이 코스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은 엄마 히노키(편백나무)와 아기 히노키(편백나무)의 모습이다. 다른 나무들을 다 베고 수령이 오래된 히노키(편백나무)만 남겨두면 그 히노키(편백나무)가 씨를 뿌려 주변 일대를 히노키(편백나무) 숲으로 만드는데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쓰러진지 50년이 지나고도 아직 다 썩지 않은 히노키(편백나무)를 볼 수 있다. 


6)

무카이야마 코스는 주로 계곡을 따라 걷는다. 계곡에 내려가서 물에 발을 담그면서 쉬어보길 권한다. 알프스 눈 녹은 물과 비슷하게 맑다. 물속에 유기물이 적고 흐름이 빨라 물이 무척 맑다. 





1) 이 아카자와 히노키(편백나무) 자연휴양림 상품을 개발한 곳이 일본 등산 트레킹 전문 여행사인 JT투어다. 홈페이지에 이 트레킹이 포함된 여행상품 안내가 나와 있다. 조만간 하나투어/ 혜초여행사/ 산악투어 등 스터디투어를 함께 했던 여행사에서 관련 여행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http://trekjapan.co.kr/goods/goods_content.asp?g_code=1-2-1-96-00137-201211123632



2) 만약 아카자와 히노키(편백나무) 자연휴양림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 기념품은 모두 이곳에서 히노키 제품으로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 다양한 히노키 제품이 있다. 아이들이 블록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히노키블록이 있는데, 욕조에 넣으면 그대로 히노키탕이 된다.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을 볼 수 있는 나무공예품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