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여행서가 있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론>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오도릭의 <동방기행> 그리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4대 여행서로 꼽힌다.
여행작가분들 중에 이 책들을 다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여행서의 역사는 두 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뻥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해의 역사라는 것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거짓말에 환호하고...
타인에 대한 오해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여행은 역설의 세계다.
여행의 전문가는 여행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비전문가이고
여행의 비전문가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가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살아본 사람은 그 지역에 대한 여행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여행자의 시선을 잃어버렸으니까.
나는 여행가의 여행기를 읽지 않는다.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행가들과 여행을 함께 한 뒤 얻은 결론이다.
여행가의 여행기가 가치가 없는 것은 그들에게 일상이 없기 때문이다.
여행이 아름다운 것은 빛나는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쉼표가 의미 있는 것은 우리가 거칠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쉬러 간다.
그런데 왜 일하러 다녀온 사람의 여행기를 읽나?
여행의 프로는 의미 없다.
여행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여행이 의미 없어진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여행가를 동경하지 마라.
허우적 거릴 일상이 없는 여행은 도피에 불과하다.
여행가가 쏟아내는 감상은 달콤한 여행 포르노에 불과하다.
포르노 배우가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듯 그들의 감상도 가공이다.
더 멋진 곳을 보여주고, 더 맛있는 것을 먹게 해준다는 여행가의 훈수따윈 의미 없다.
바쁜 일상을 떠나왔다는 벅찬 감동이 그들에겐 없다.
돌아가 빈둥거릴 사람이 결코 맛보지 못할 해방감을 당신은 느낄 수 있다.
여행은 일상의 화음일 뿐이다.
멜로디를 구성하는 것은 일상이다.
돌아올 항구가 있기에 당신의 항해가 아름답다.
잊지 마라.
당신의 여행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그 찌들대로 찌든 일상이다.
빛나는 것은 일상이다. 여행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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