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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

아웃도어 입고 유럽 관광하는 한국 중년이 창피한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10. 28.

아웃도어 입고 유럽 관광하는 한국 중년이 창피한가?


아웃도어 과잉 착용자로서 그분들을 좀 변호해 보려고 한다. 


먼저, 상투적인 비난인 ‘동네 뒷산 오르면서 히말라야 오를 것처럼 차려 입는다'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젊은 사람들이 야구나 축구하면서 야구복 축구복 차려입은 것을 보고 동네야구 하면서 메이저리거처럼 차려 입는다, 라거나 조기축구 하면서 프리미어리거처럼 차려 입는다, 라고 비난도 하시는 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분들이 과연 동네 뒷산 오르면서 산소통 메고 선글라스 고글 쓰신 분 보신 적 있으신지, 아니면 침낭같은 패딩 입고 부츠 신고 오르는 분을 보신 적 있으신지… 


동네 뒷산(편의상 500미터 내외의 산이라고 하자. 서울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르는 것도 운동화보다 등산화를 신는 것이 더 안전하고 청바지보다 신축성 있는 등산복 입는 것이 편하다. 야구할 때 야구복 입고, 축구할 때 축구복 입는 것이 편한 것처럼… 


다음, 아웃도어 입고 유럽 관광하는 한국인들이 창피하다는 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는… 


유럽 여행할 때 드레스코드가 있는지 묻고 싶다. 노숙자 저리 가라 수준의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젊은 배낭여행족을 보면 젊은 사람들이 창피해야 하는 것인가?


옷을 못 입어서 창피한 것보다는… 여행 가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그들이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그런 것이 더 촌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은 혹시 안 해보셨나? 


유럽사람들이 아웃도어 입은 사람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관광객들 보면서 패션 평론을 하는지 궁금한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알프스 들렀다 왔나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패션에 대한 접근 태도다. 


아웃도어 입고 여행하는 것이 어색해 보이는데, 트레이닝복을 외출복으로 입고 다니는 것은 어색해 보이지 않나? 란제리룩은? 밀리터리룩은?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입는 것은 촌스러운데… 그럼 몽클레어나 캐나다구스 입고 다니는 것은? 이건 간지나는 것인가? 


<꽃보다 할매>에서 이승기랑 여성 연예인들이 아웃도어 입고 유럽 여행하는 것은 옷을 잘 입었기 때문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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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과잉을 희화화 하는 데에는 3040 세대의 5060 세대에 대한 ‘취향적 우월의식'이 자리잡고 있지 않나 싶다. 호황의 시대에 X-세대 신세대 타이틀을 얻으며 소비세대로 성장한 세대와, 그 이전 산업화 세대의 차이가 극명하게 읽힌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입고 자랐던 세대와 그 이전 세대… 


5060 세대가 시장브랜드 아웃도어가 아닌 고가 브랜드 아웃도어를 본격적으로 입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안 된 것 같다.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옷 중에는 고가 옷일 것이고, 여행할 때 그 옷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기능성이라 여러모로 유용하고. 


취향은 그냥 자기 길을 찾아가는 일 아닌가? 

내가 만한전석 에 불도장 먹는다고… 맛있는 짜장면 짬뽕 찾아다니는 사람을 우습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동안 살기 바빴던 분들이… 조금씩 맛을 알아가는 모습으로 봐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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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시장의 과잉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댄스음악 과잉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류를 일으킨 뒤에 잠잠해진 것을 보자. 아웃도어 시장 과잉과 캠핑 시장 과잉은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한다. 자기 길을 찾는 브랜드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재밌을 때는 그냥 재밌는 거 하는 것이 답이다.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웨어가 과잉이었을 때가 있었다. 골프도 치지 않으면서 골프웨어를 입는 것보다는… 등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아웃도어 입는 것이 진화한 것 아닐까? 


두서 없이 써봤다. 

아웃도어 과잉에 대한 과잉반응이... 우리 부모세대를 부끄러워하는 우리 세대의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