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중 많은 수가 신해철 의료사고 논쟁과 관련해...
'관련된 모든 정보를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떠들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전제에서 내 욕도 많이 하는 것 같고...
의사도 아닌 놈이 떠든다고...
맞다. 나는 의료전문기자가 아니라서 매체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룰 역량이 없다.
내가 준비된 것이 있다면... 논쟁을 통해서 이 사건에서 뭔가를 배우겠다는 태도 정도였을 것이다.
내가 의견을 낸 것은 의료사고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 의혹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의사들에 대한 것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어처구니 없는 일로 생각하는 이 사건에 대해...
(내가 아는 의사분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이 사건에 대해)
설명이 가능한 부분은 어디까지고,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은 무엇인지...
국과수 발표로 확인 된 부분이 있고...
가족이 밝힌 부분과 병원 측이 해명한 부분이 있다.
이 정도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과 확인할 수 없는 부분 등에 대해 얘기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모든 법적 판단이 있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 에서 논의되어야 할 내용이다.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에서 이에 대한 기본적인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수술한 의사와 비슷한 수술을 하는 의사도 섭외했고,
의료사고 분쟁에 대해 설명해 줄 변호사도 섭외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사안에 대해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http://www.podbbang.com/ch/1249
(신해철 관련 의무 기록 없이 이 사건을 논의한 이 의사들은 그럼 돌팔이인가?
이 방송에 대해서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반응 중 가장 많은 것이... '궁금증을 풀어줘서 고맙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이들 역시 언론에 보도된 정보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개된 정보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얘기와 확인할 수 없는 얘기를 구분해서 말했다.
그것이 시작이다.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보태면서 살을 보태면 된다.
그리고 내가 처음부터 문제제기한 것은 의료사고가 아니라 의료시스템이다.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다.
배가 사고날 수 있는 것과, 사고난 배의 승객을 구하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는 다르니 구분해서 따져야 하는 것처럼...
의료사고가 난 부분과, 사고가 난 환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시스템을 따져보자는 것이었다.
세월호 사건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배가 침몰하게 되는 부분과 침몰한 배에서 구조를 하지 못한 부분. 지금 세월호 재판은 앞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신해철 씨 사고도 의료사고 중 천공 발생 책임에 집중되어 있는데...(세월호로 치면 배가 침몰하는 부분)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술 중 발생한 천공에 대해서... 증세가 심함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적절히 조치받지 못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인가 하는 부분이다.
세월호 사고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배에서 사고가 날 때 국가가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 최선을 다해서 구조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은 것처럼, 신해철씨 사고에서 국민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발견해주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이다, 라는 믿음을 잃을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들이 지켜만 본다면... 나는 의사들이 '그런 일은 없다. 그 의사가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라고 확인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사들은 의료 사고가 문제가 아니라 의료시스템(특히 의료 수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맞는 얘기다.
논의를 그쪽으로 끌고 가서 이야기하면 된다.
침묵하면 아무 것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마녀사냥' 밖에 남지 않는다.
그냥 그 한 의사만 나쁜 놈 되고 끝나는 것이다.
다른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회복된다.
<나는 의사다> 신해철 편 이후에 더 진전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주) 아래는 의사들에게 욕먹었던 페이스북 글
그 많던 의사들은 다 어디로 갔나?
방송에 의사들이 참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 의사들 중에서 신해철 씨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복기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의사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 의사가 국민에게 해주어야 하는 설명은 바로 이것 아닌가?
방송에서 예능감만 겨루지 말고...
이 기본적인 의문을 좀 풀어주었으면 한다.
배가 침몰하면 안 되지만, 침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하지 못한 것은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마찬가지로 수술하다 실수하면 안 되지만,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술하다 생긴 천공을 감지하지 못하고 후유증을 방치하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문제다.
한 의사만 족치고 끝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신뢰에 관한 문제다.
대한민국 의사들의 고민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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