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NCSI 누리꾼 수사대

영문 국호 'Korea'는 일본이 'Corea'를 수정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6. 1. 9.

13년 전인 2003년에 썼던 기사다. 그런데 아직도 'Corea'였던 영문 국호를 일본이 'Korea'로 바꿨다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올린다. 'Korea' 영문 국호는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썼던 국호다. 당시 일본은 ‘Chosen’과 ‘Tyosen’을 사용했다.  



동해도 일본해도 아닌 중국해?17세기까지 세계지도에 동해의 지명은 한국해와 일본해가 혼재 되었는데 심지어 중국해라고 나온 지도들도 있었다.



북한측 공개 제안으로 쟁점화…

전문가들은 “일본의 국호 수정설 사실 아니다”



'FROZA COREA(힘내라 코리아)’. 지난해 월드컵 기간에 경기장과 광장에 차고 넘친 붉은 물결 위로 새겨진 한국의 영문 국호는 Korea(코리아)가 아니라 Corea(꼬레아)였다. 관람하는 김대중 대통령 목에 걸린 붉은 머플러 위에 새겨진 글씨에서도, 경기장에서 시민과 만났던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얼굴에 그려진 페이스 페인팅에서도, 한국팀의 완승을 기원하는 붉은악마의 카드섹션에서도 한국의 국호는 Korea가 아닌 Corea였다.


월드컵을 통해 ‘거리의 국호’로 사람들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진 Corea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 불씨를 당긴 곳은 북한이다. 지난해 12월27일 조선중앙방송은 국호의 영문 표기를 바로잡기 위한 학술토론회가 전날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며 영문 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바꾸는 문제를 의논하는 남북·해외 학자들의 공동토론회를 갖자고 공개 제의했다. 


북한이 국호의 영문 표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일본의 국호 수정설이다. 원래 한국의 국호는 Corea였는데, 일본이 식민지 조선이 국제 무대에서 (알파벳 순서로) 일본보다 뒤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Korea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속설이다. 그런데 과연 일본이 정말 한국의 영문 국호를 바꾸었을까?



원로 해양학자인 한상복 박사는 이런 주장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일제 시대 이전에도 Korea라는 명칭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였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이 처음 조선을 Corea라고 유럽에 소개한 이후 불어(Coree)권과 스페인어(Corea)권 등 라틴계 국가에서는 Corea가 일반적으로 쓰였고, 독어권과 영어권 국가에서는 Korea가 주로 쓰였다는 주장이다.



일제는 ‘Korea’ 대신 ‘Tyosen’으로 표기



한씨의 이런 주장에 미국 남가주대학(USC) 동아시아도서관의 조이스 김 학예연구사 역시 동의한다. 동아시아 지도자료실의 고지도(17~19세기)에 나와 있는 한국의 영문 표기 역시 Korea와 Corea가 함께 쓰였기 때문이다. Korea가 일제 시대 이전에도 많이 쓰였다는 것은 엘로드 사가 발행한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출판된 영어문헌 색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Korea가 일제 시대 이전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국호 개정주의자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당시 병기되었던 두 표기 중에 일제가 Korea만 취함으로써 Corea는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지도 전문가인 국립중앙박물관 오상학 학예연구사는 “일제는 한일합병 이후 대한제국을 이조(李朝)로 격하했다. 이에 따라 일제는 조선의 영문 표기를 일본어 발음에 맞추어 ‘Chosen’과 ‘Tyosen’으로 썼다”라며 이를 반박했다. 실제로 조선총독부의 정확한 영문 표기를 보면 ‘Government-General of Tyosen’이었다. 오씨는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Korea가 일반화한 것에 대해 단순히 영어가 세계어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국호 바꾸기 운동이 대부분 반일 감정에 기대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한상복 박사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는 “대한제국의 영문 국호, <독립신문>의 영문 제호, 3·1운동 때 발표된 <독립선언서>의 영문 제목, 하와이에서 발행된 독립 국채의 영문 명칭, 미주 독립운동 단체의 영문 국호 모두 Korea를 사용했다. Korea를 매도하는 것은 이들의 정신까지 매도하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국호 논쟁이 반일 감정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기는 했지만 Corea를 함께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박사도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Korea보다 Corea가 원조 표기이고 K를 잘 쓰지 않는 라틴계 언어 국가에 친숙할 수 있다. Corea는 또한 상해 임시정부가 썼던 국호이기도 하므로 살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성래 교수(외국어대·사학)도 “Korea보다 좀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Corea를 사용하는 것은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촛불 시위와 함께 이번 국호 논쟁은 월드컵 이후 생성된 민족적 에너지의 성격을 ‘닫힌 민족주의’와 ‘열린 민족주의’로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호 논쟁도 반일 감정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통일연대 등 통일운동 단체들은 지난해 남북축구대회와 아시안게임 때 ‘One Corea!’ 구호를 외치며 Corea를 통일 이후의 단일 국호로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200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