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시간을 걷다
섬에 오면 해의 시간 뿐만아니라 달의 시간도 맞춰 살아야 한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노둣길이 달의 시간에 맞춰 열리고 닫히기 때문이다.
노둣길은 천천히 잠기고 천천히 열린다.
달의 시간에 맞춰 살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섬을 여행한다는 건, 다른 시간을 살아보는 것이다.
기점소악도 순례길 트레킹을 간다면 보름달에 맞춰 가길 바란다.
우뚝한 봉우리가 없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는
달빛 트레킹을 하기에 딱이다.
올레길을 완주하듯 단박에 걷지 말고,
반은 낮에 걷고,
반은 밤에 걸으며 천천히 만끽하시길~
내년 봄에 청년예술가들을 데리고 와서 이 순례길을 걸어보려고 한다.
하나하나 방문하며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읽어가는 과정이 그들에게 의미있을 것이다.
기점소악도 순례길, 모든 걸음이 좋았다.
1 베드로의 집
처음에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겉멋으로 저기다 만들었나 싶었다.
실제로 가보니 가장 실용적인 곳에 만들어진 예배당이었다.
연락선을 기다리며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 화장실도 있었다.
2 안드레아의 집
고양이가 많은 마을에 고양이들의 성소를 만들었다.
창으로 보는 병풍도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3 야고보의 집 (마무리 작업 중)
4 요한의 집
12사도 예배당을 만든다는 게,
뜬금 없고 인위적이라고 생각했다.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얘기를 들으며 맥락을 이해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게 만든 것은 4번 요한의 집을 찾아 매일 기도하는 낙지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다.
고생만하고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낙지할아버지는 아내의 무덤을 집 근처에 만들고 수시로 가꿨다.
그런 사연을 들은 작가가 요한의 집 창을 바다쪽으로 내지 않고 묘지쪽으로 냈다고 했다.
그리고 낙지할아버지는 이 예배당을 매일 찾아 아내의 무덤 방향으로 기도한다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프로젝트는 명분을 얻었다.
5 필립의 집
이 예배당을 만든 장 미셸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그가 만든 필립의 집과 작은 야고보의 집을 좋아하는 일행이 가장 많았다.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이 있는 작가인 것 같았다.
마리오 보타보다 귀한 작가다.
6 바르톨로메오의 집 (작업 중)
7 토마스의 집
밤에 가면 좋은 곳이다.
초를 켜놓고 조용한 시간을...
어린왕자의 행성에 있는 예배당같다.
8 마태오의 집 (작업 중)
9 작은 야고보의 집
순례길 트레킹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예수의 제자들 중에는 어부가 많았다는데, 물고기 상징을 두루 썼다.
10 유다 타대오의 집
묵묵히 바다를 보며 묵상하기 좋은 곳이다.
11 시몬의 집
강영민 작가의 작업인데, 이곳은 석양에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볕이 따뜻할 때도 좋다.
캠핑을 즐기는 작가답게 해먹을 걸 수 있는 고리를 설치해 두었다.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12 가롯 유다의 집
물이 차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다음에 가볼 곳으로 숙제로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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