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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블로거 인큐베이팅

대기업의 대학생 사회봉사 활동의 진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9. 22.


<독설닷컴>에서는
'기자가 되고 싶으면,
스스로 기자임을 증명하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예비 언론인을 대상으로
'블로거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기사를 보내오신 분은 
한유나님입니다. 
('소통포럼'에 이어 벌써 두 번째 포스팅이죠)


냉정한 '지적질' 부탁드립니다.
   
 



마케팅의 세계적인 대부 필립 코틀러 교수는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일류 기업들은 모두 사회책임활동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사회책임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은 물론 생존하는 것조차 어렵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코틀러 교수의 말을 증명이나 하듯,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KT&G는 복지재단, 사회환원사업 등을 통해 '사회를 위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얻었다. (구 담배인삼공사 라는 사실이 쉽게 매치되지 않을 정도다.) LG전자(렛츠고), 현대자동차(허브), SK텔레콤(비써니) 등은 대학생 봉사단을 꾸려 '젊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있다.


고도의 마케팅 수법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기업은 이미지 제고를, 사회는 복지 혜택을, 봉사자는 봉사활동의 장을 얻을 수 있으니 참여자 모두가 win-win 하는 방법이다. 다만, 사회공헌활동이 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2005년 S기업의 대학생 봉사단의 임원으로 활동했다. 봉사활동 OT에서 기업임원은 봉사활동의 내용을 소개했다. 기업이 지정한 독거노인분께 주치의를 맺어드리고, 학생들이 주치의와 함께 정기적으로 노인 분을 찾아뵙는 활동이다. 한 조에 3명의 학생들이 배정되어 독거노인 한 분을 찾아뵈었다. 기업 임원은 "본 대학생 봉사단은 학생 여러분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핵심입니다. 6개월 간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께는 해외봉사의 혜택이 있습니다. 열심히 해주십시오." 라고 말했다.



독거노인 아닌 독거노인에게 봉사

 

그러나 내가 찾아뵙던 분은 독거노인이 아니었다. 몸이 좀 불편하셨지만 아들과 함께 살고 계셨으며 친척들이 자주 댁에 놀러 오셨다. 많은 사회복지사가 할머니를 정기적으로 찾아 뵈었으며, 정치인 J씨 등 유명 인사들이 할머니와 사진을 찍기 위해 가끔 방문한다고 했다. (물론 사진만 찍고 바로 간다지만)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때에 맞춰서 찾아뵈어야 했다. 할머니는 봉사장의 유명인사 이셨던 셈이다. 물론 저소득층에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셨지만, 그 분보다 더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업이 대상자를 선정할 때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주치의 분과 함께 봉사하는 것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할머니를 맨 처음 찾아 뵐 때만 동행했다. 할머니 댁에서 가까운 곳에 주치의 분의 병원이 있어서 자주 들렸는데, 바빠서 잘 못 찾아 뵙는다며 되려 할머니의 안부를 물어왔다. 필요한 의약품은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주치의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참여 역시 별로 없었다. 공식행사의 준비과정 때나 기업직원을 볼 수 있었다. 주관업체가 따로 있기는 했는데, 주관사의 사람들 역시 봉사활동 현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나마 기업, 주관 측과 봉사자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간 것은 “필요한 돈이 있으면 청구하라.”는 정도였다. 주치의 분이 봉사활동은 바빠서 못하지만 필요한 의약품은 지원해주겠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봉사와 희생의 정신보다 아부와 아첨 배우는 대학생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의 봉사활동 참여자세가 좋을 리 만무했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모두가 활동에 전념했지만, 1,2개월이 지나자,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사람, 활동비를 챙기고 대기업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이력에 만족한다며 봉사활동을 그만둔 사람, 봉사활동만으로는 해외봉사활동을 할 수 없겠다며 봉사활동은 다른 조원에게 떠넘기고 기업 직원들과 친해지려는 사람. (봉사단 임원이다 보니 봉사 단원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등 3그룹으로 나뉘어졌다. 6개월 간의 봉사활동이 끝난 뒤, 해외봉사티켓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봉사활동을 뒷전으로 하고 임원들과 친분을 쌓은 사람들이었다. 정해진 시간 외에도 틈틈이 봉사활동을 하고, 활동이 끝난 뒤에도(지금까지) 꾸준히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뵈며 열심히 활동하던 한 친구는 정작 해외봉사티켓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기업은 “성공적인 봉사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어디까지나 보이는 면에서의 성공이었다. 많은 곳에서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분을 사회소외계층이라며 선정한 것도 문제였고, 봉사자들이 제대로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정작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어야 했으나 재정 지원 등 형식적인 참여에 그친 기업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자발적 활동' 운운하며 모든 것을 봉사자와 주관사에게 맡긴 기업의 태도는 분명 '방관'이었다. 기업의 사회참여라는 명목으로 봉사활동을 기획했다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조사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봉사자의 활동사항도 기업의 직접참여를 통해 파악할 문제였다. 그 과정을 생략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젊고 따뜻한 기업'의 이미지는커녕 '돈만 제공하는 방관자'라는 이미지만 심어주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마케팅 수법이라는 비난을 넘어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활동이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자금제공에 그치는 등 형식적인 참여가 아닌, 실질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봉사자들의 활동을 관찰하며, 어떤 부분에서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고 개선되어야 하는지 직접 찾아 나서는 노력은 기본이다. 기업들은, 기업 스스로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얻을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아무쪼록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잘 정착해, 기업, 사회, 봉사활동가 모두 win-win 하는 장을 만드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
 
 
주> 한유나님 블로그 : yunagenius.tistory.com (방문하시고 응원글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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