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닷컴> 연속기획,
‘강남좌파를 말한다’ 제6편
(with 김은남, 시사IN 사회팀장)
지난 총선에서 강남을 선거구에 출마했던 진보신당 신언직 후보(왼쪽)와 민주노동당 김재연 후보(오른쪽)
"강남좌파 덕에
'진보정당의 무덤' 강남이
'진보정당의 산소호흡기'로
바뀌고 있다"
‘팔자니 양도세, 살자니 종부세’, 선거 때마다 강남 아파트지역에 나붙는 구호다. 지난 4월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입주자 대표자들의 초청 강연회에서 진보신당 신언직 후보(45)와 민주노동당 김재연 후보(27. 민주노동당 조직국장)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둘 다 뭇매를 각오하고 종부세 유지 입장을 밝혔다.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투표 결과 신 후보는 5.24%를, 김 후보는 4.93%를 획득했다. 소속 정당의 서울 평균 득표율을 웃돈 것으로 제법 선전한 결과였다. 김씨는 “선거 직전에 당이 깨지지만 않았다면, 후보 인지도가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10% 이상 득표했을 것이라 자신한다. 선거 한 달 전에야 투입이 돼 준비가 부족했다. 강남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총선 뒤에도 여진이 계속되었다. 신씨는 “총선 때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경쟁할 수 있는 야당이 못되었다는 점과 민주당 후보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변수가 있었다. 진짜 바람은 선거 뒤에 불었다. 촛불 효과로 인해 당원이 급증했다. 강남구 진보신당 당원이 서울 25개 구 중에 3번째로 많다. 자발적으로 학부모회 직장인 협의회 등을 만드는 등 활동도 열심히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도 진보 정치세력에 대한 선입관의 벽은 높았다. 김씨는 “블로그에 들어온 20대들에게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직접 해봤다. 후보가 직접 연락을 하니 처음엔 무척들 반가워했는데, 막상 번개 당일이 되니 대부분 못나오겠다고 했다. 민노당 후보를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다들 말리더라는 것이다. 간신히 설득해 겨우 만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지역의 장점이 있었다. 논리적인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블로그에 들어와 댓글을 자주 다는 중년 남성이 있었는데, 그분은 종부세 부과 대상자였다. 몇 차례 토론이 오간 끝에 그분이 이런 글을 보내왔다. 종부세를 반대하지만 민노당은 지지하겠다. 현재 강남의 기득권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나 세력은 없다. 그런데 젊은 당신이 거기에 균열을 내겠다고 나섰다.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희망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신씨 역시 강남은 말이 통할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총선 때 ‘다양한 가치의 공존’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보수적인 한나라당과 개혁과 진보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공존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공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강남 지역 진보 정당 지지자들의 특성은 ‘적극성’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이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지지정당을 돕고 있다. 신씨는 “선거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한나라당 아성에서 고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지지자들이 더욱 열심히 활동한다. 특히 이들은 대의정치의 한계를 안다. 투표로는 어림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행동하는 촛불집회 등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다음 총선에서 후보로 나설지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두 후보는 모두 진보 정당에게 강남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며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씨는 “진보정당이 발전하려면 수도권과 서울, 특히 강남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보수의 목소리가 강한 이곳에서 진보의 목소리를 내야 당이 발전하고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선거 때 내가 나름 세운 원칙이 있었다. 민노당이 핵심적으로 대변할 계급계층은 노동자, 서민 라는 우리의 주장을 지키면서 강남에서 선전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남이 진보정당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돈 문제다. 신씨는 “강남 당원들은 당비 납부율이 높다. 열악한 당 재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작은 소모임부터 행사에 이르기까지 참여자가 직접 비용을 나눠서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당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진보정당의 무덤'이었던 강남이 '진보정당의 산소호흡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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