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켜지는 촛불 숫자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그룹 중 하나는 바로 청와대 참모들이다. 거칠게 말해서 광화문에 켜지는 촛불 숫자에 따라 청와대에 남느냐 밀려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최대 규모인 20만개의 촛불이 광화문에 켜졌다. 이 20만개의 촛불이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날렸다. 라고 말하면 과잉 해석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애초 청와대 수석은 소폭으로 바꾸고 문제 장관을 교체하는데 초점을 두었던 개편안은 장관보다 청와대 수석 교체를 대폭으로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는 당연한 결론이었다. 장관은 국회의 임명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교체가 매우 번거롭다. 반면 수석 교체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런데 수석보다 장관 교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청와대가 더 힘이 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수십만명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면서 이제 청와대가 책임져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
청와대 참모진의 이야기가 먹혔던 것은 지난 주 초반, 비가 온 탓에 촛불집회 참가자가 적었던 것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였던 탓에 한나라당의 책임론 공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참모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광장의 촛불은 권력의 핵심부를 조여가고 있다. 아직까지 청와대의 대응 방식은 민심의 추이를 보면서 대처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6월10일 촛불집회다. 이때 얼마나 많은 촛불이 모이느냐에 따라 청와대 참모진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6월10일에 얼마나 모일까? 일단 ‘낙관론’은 6월10일 집회가 가장 선전이 많이 된 집회라는 점을 꼽는다. 언론을 통해서도 이미 많이 보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비만 오지 않는다면 기록 갱신을 자신하고 있다. ‘광우병 대책위’의 경우 6월13일 ‘미선이 효순이 6주기’ 집회까지 농성을 연장할 계획이지만 관건은 6월10일 집회다.
‘비관론’은 6월10일이 평일이라는 것에 기인한다. 주말 촛불집회에 20만명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10일은 이런 ‘주말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 과격 시위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참가자가 생각보다 적어질 수 있는 이유다.
참가 숫자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달라질까? 만약 6월10일 촛불집회가 10만명 이내면 정부의 조치가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촛불집회 기간이 길어져 동력도 한계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정부 조치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20만~25만 개의 촛불이 켜진다면 예정된 청와대 수석과 내각 개편에 한승수 총리가 더 포함될 수도 있다. 현재 거취 문제가 가장 불투명한 사람이 한 총리인데, 촛불집회의 기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자리보전이 힘들어질 것이다.
만약 50만 명 내외가 모인다면 이것은 현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심판의 의미를 가지게 되므로 대규모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 총리 외에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의 경질까지도 상정할 수 있다.
오늘 광화문에 촛불 100만개가 모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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