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산성’에 숨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름 모를 촛불소녀가 말했다.
“이 한몸 다 ‘받’쳐 한 대 ‘쥐박’고 싶‘읍’니다”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름 모를 촛불소녀가 말했다.
“이 한몸 다 ‘받’쳐 한 대 ‘쥐박’고 싶‘읍’니다”라고.
촛불의 바다는 기사의 바다였다. <시사IN>은 청계광장 입구에 ‘거리편집국’을 차려놓고 6월2일부터 11일까지 9박10일 동안 촛불집회 현장을 밀착취재했다. 그리고 137개 기사를 <시사IN> 블로그(blog.sisain.co.kr)에 쏟아냈다.
거리편집국을 차려놓자 여기저기서 제보가 밀려들었다. 정태인 진보신당 서민지킴이운동본부장(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추부길 비서관(청와대 홍보기획)이 서울광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전화했고, 정범구 전 의원은 경찰이 광화문에 쌓은 컨테이너 장벽에 누군가 ‘명박산성’이라는 현수막을 붙여놓았다며 헐레벌떡 뛰어와 제보했다.
이 밖에도 ‘영양가’ 있는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 특수임무수행자회(HID)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난 직후 위령제 장소를 급히 시청광장으로 바꿨다고 제보한 시민도 있었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현장에 와서 자유발언을 할 예정이라고 귀띔해주는 경찰도 있었다.
청와대 근처에서 근무하는 한 환경미화원의 제보는 매우 절실했다. 전경들이 일회용 도시락을 먹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공권력을 행사한다는 사람들이 먼저 법을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조만간 경찰청장을 상대로 벌금형에 해당하는 ‘무단투기’ 신고를 할 예정이다”라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전경들에게 폭행당한 뒤 실종됐다는 소문에 휩싸였던 ‘너클 아저씨’ 김태성씨와 전경버스 위에서 전경들이 바지를 벗기는 바람에 전 국민에게 엉덩이를 노출한 ‘국민 엉덩이’ 박태훈씨는 거리편집국에 와서 밝고 해맑은 얼굴로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시사IN>과 거리인터뷰를 했던 진중권 겸임교수와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 후에, 각각 진보신당 칼라TV와 KBS <취재파일 4321>의 리포터로 나서 취재 경쟁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기자들의 취재만 받던 사람들이 현장을 직접 취재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거리편집국의 가장 큰 장점은 독자들과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많은 독자들이 거리편집국을 찾아 기자들을 응원해 주었다. 대부분 빈손으로 오지 않고 먹을거리를 사왔는데, 너무 많이 사오시는 바람에 '사오시지 말아주십사' 공지를 냈다. 그랬더니 '사오지 않고 싸왔어요'라며 주먹밥을 내미시는 분이 있었다. 정말 못말리는 독자분이었다.
집회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유머감각도 발전했다.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막는 컨테이너 장벽을 ‘명박산성’이라 명명한 것은 특히 탁월했다. ‘명박사전’은 다국어판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도 게재되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명박산성(明博山城)은 “광종(狂宗)(연호:조지) 부시 8년(戊子年)에 조선국 서공(鼠公) 이명박이 쌓은 성으로 한양성의 내성(內城)”이다.
환경단체는 ‘쇠고기 협상 백지화’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 따위 문구를 커다란 흰색 운동화에 새겨 들고 다녔다. ‘백지화’를 흰색 운동화로 형상화한 것이다. 서울 명동의 향린교회 교인들은 ‘명박지옥 탄핵천국’이라는 팻말을 들고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기발한 문구들 사이에서 최고의 문구는 어느 이름 모를 ‘촛불소녀’가 들고 있던 손팻말이었다. “이 한몸 다 ‘받’쳐 한 대 ‘쥐박’고 싶‘읍’니다”라고 썼는데 이 대통령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모든 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잘못 적었던 걸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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