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언론 장악 저지를 위해
<KBS PD협회보>와 <독설닷컴>이
기사 특약을 맺었습니다.
<KBS PD협회보>에서
언론 장악 저지의 최전선에 선
언론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독설닷컴>을 통해서
누리꾼들에게 전하기로 했습니다.
(<KBS PD협회보>가 만난 사람은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낙하산 사장 출근저지 100일을 맞은 YTN노조를 만나다
글 (김효진, KBS 시사정보팀 PD)
YTN노조의 구본홍씨 출근저지투쟁이 100일째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낙하산은 안된다’는 간명한 상식에 기반한 YTN의 저항이 전 언론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노조 집행부를 비롯한 33명 사원에게 해임조치를 포함한 보복인사가 단행했지만 아랑곳 않고 더욱 기세를 드높이고 있는 ‘막둥이 윤택남’의 저항 본부인 YTN 노동조합을 찾았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회사 후문 앞 노변에 세워진 자그마한 천막. 그는 천막 한쪽 서늘한 그늘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노조사무실은 15층이었으나 해임조치로 출입이 차단된 이후로 그냥 편하게 천막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며 씁쓸히 웃는다.
이날은 구본홍씨 출근저지 92일째. 사원들은 처음에 그가 대선 특보 출신이라는 흠결 때문에 반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본홍씨에 대한 실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구본홍씨의 비밀 집무실 운영 얘기부터 꺼냈다.
노력했다. 그러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YTN은 알다시피 넉넉한 회사가 아니다. 몇 달 동안 월급 못받고 회사가 존폐 위기에 서 있기도 했고, 이제사 겨우 언론사 위상 갖춰가는 신생사나 다름없다. 그런 기관의 사장으로 온 사람이 주총에서 인정받기도 전부터 호텔 스위트룸에서 식사하고 술먹고 회의하고 잠자고 비밀회동하는 데 4500만원정도 썼다. 이건 상식 이하다.”
국감에서 공개된 구본홍씨의 호텔사용내역서
특히 낙하산이라는 비난과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내가 사장도 되기 전에 청와대 비서관을 왜 만나냐’면서 경영과 보도를 분리하겠다던 구본홍씨의 대응논리마저도 결국 국감을 통해 거짓이었음이 드러나면서 노조는 믿음을 완전히 거두었다고 했다.
“구본홍씨가 그동안 와서 한 일이라고는 돈 쓰고, 보복인사 하고, 고소하고, 징계한 것 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노조와 대면 없이 회사 밖에서 처리하고 있다. 그는 자기 앞에 놓인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지나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이미 여러 가지 면에서 YTN 사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지금은 대화 할 이유가 없다.”
복잡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여야 했다.
구본홍씨 내정 직후, 낙하산이기는 하지만 경영능력은 별개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YTN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노조는 구본홍 사장을 인정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신임투표를 결정하지만 이는 곧 대의원투표에서 부결된다. 그러면서 회사는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노 위원장은 이때를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우리 조직이 수평적인 분열을 처음 경험해 본거다. 선후배 간의 수직적인 분열이야 뭐 선배들이 자리보전 하려고 한다 하고 치부해 버리면 쉬운데 우리 조직이 태동한 이래로 한번도 그렇게 적나라하게 편가르고 인신공격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 조합원들이 가진 공통의 생각이 다른 건 몰라도 노조가 깨지면 안된다. 노조는 하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돌발영상을 탄생시켜 YTN을 자리잡게 한 노종면기자는 새 노동조합 위원장에 출마했고, 지지율 80%로 당선됨에 따라 YTN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때 선거구호가 ‘생각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였다. 단순히 득표전략이 아니라 어떻게든지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모두가 다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대한 지지율이 76-80% 였지... 저희 출마한 사람 개개인에 대한 지지나 공약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고 본다.”
괴로웠다... 그러나 명분은 날카로워야 했다.
봉합이냐 분열이냐의 기로에서 가까스로 하나로 뭉친 YTN의 새 노조는 명분을 더욱 단순하고 날카롭게 확인하는 것으로 조직을 추스렸다. 노조는 ‘공정방송점검단’을 만들어 간부들의 발언을 감시했고 특히 보도와 관련된 간부들의 결정, 행동을 기록하고 고발했다. 동고동락하며 한솥밥을 먹던 선배들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것은 단호하지만 위험한 초강수였다. 왜 내부에서 우리끼리 싸우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 즈음 인사가 단행된다. 예정보다 앞선 간부급 인사발령이었다.
“돌이켜보면 보도국 팀장 인사가 분수령이었다.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사장이고 인사권도 없다. ‘선배들, 제자리로 돌아가 주시고 저희 의견을 따라 주십시오. 선배님께 죄송한 말이지만 부적절한 인사에 동조하는 사람은 부역자로 간주하겠습니다.’ 부당한 인사는 거부한다는 자연스러운 대척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인사명령 불복종 투쟁이 벌써 52일째. 지난 한달 반 동안 간부들은 인사발령난 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후배들에게 업무지시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단호함이 또 다른 상처로 기억되지 않겠냐며 조심스레 물었지만 노위원장은 의외로 담담했다. 개인적인 선배, 후배의 입장을 떠나 노조원들의 총의를 대리하는 위원장으로서 원칙에 따르는 것만이 결국 내부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구본홍씨가 출근하면 간부 20명 정도가 나와서 영접했는데 오늘만 해도 간부는 3명밖에 안 나왔다. 나오더라도 노조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줄기차게 갖은 협박논리와 분열논리를 내세우더니 지금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러지 못한다. 이렇게 노조는 굴러가고 있다”
외로웠다, 두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있다.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는 사이에도 노위원장의 휴대전화는 쉼없이 울렸다. 누군가가 YTN 상황을 비롯한 한국의 언론탄압 현실을 외신에 알리는 간담회가 곧 있을거라고 하자, 위원장은 이 브리핑도 어느 선배가 자발적으로 기획한 거라고 귀뜸했다. 노위원장은 언제부턴가 위원장이 모든 것을 총괄하지 않아도 조합원들이 알아서 일을 만든다며 이런 자발적인 동력이 긴 싸움을 지치지 않게 하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YTN에는 해직 동료를 위해 어느 후배가 제안한 희망펀드에 하루 만에 2천만 원이 모이고, 아나운서들은 간부들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상복투쟁을 잇기 위해 코디를 구워삶고, 어느 무명의 네티즌은 종이학 접기를 제안해 기어이 지난 목요일에 만 마리를 채워 YTN노조에 전달하고야 말았다고 한다. 하지만 노위원장은 자신감이 고조될수록 스스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섣부르게 정세판단 하는 것을 항상 경계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에 매달리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대방의 본질을 간파하려는 데 신경을 쓰면 유효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상대가 우리에게 쓸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가, 그것에 정보력과 판단력을 집중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항상 계산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YTN 노조는 응원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하는 문화제를 연다. 특히 이번 주 24일엔 구본홍씨 출근저지 100일째를 기록하는 금요일에 맞추어 언론인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문화제 행사를 크게 준비하고 있다.
보복인사와, 프로그램폐지 논란의 폭풍에 휩싸여있는 KBS 구성원으로서 부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출근저
지 100일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구본홍씨를 100일동안이나 출근하게 한 게 뭐 자랑이라고...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허허”
-------------------------------------------------------------------
Q&A
Q. 돌발영상은 어떤 경위로 없어진건가?
A. 대한민국에서 돌발영상의 형식미와 그 지향점을 살리면서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은 감히 얘기하지만 저와
임장혁씨 둘 밖에 없다. 절 좀 건방지게 보셔도 할 수 없다. 그런데 돌발영상 팀장은 정직 6개월이고 선임팀원인 나는 짤렸다. 지금 하라고 해도 못한다. 즉 돌발영상을 다시 보려면 징계가 풀려야만 가능하다. 결국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Q. 이 논란을 딛고 결국 YTN은 결국 무엇을 지향해야 한다고 보나?
A. 단순히 fact를 전달하는 보도매체가 아니라 fact를 바탕으로 본질에 접근하는 보도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 어떤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정치색을 띄는 채널이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fact만을 무책임하게 전하는 보도여서도 안된다. 또 책임을 피하기 위해 양비양시론을 견지해서도 안된다. 그럼 남는 건 하나다. fact에 기반하여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Q. KBS 노조에 대해서는?
A. 얘기 안한다.
Q. KBS와 연대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A. 연대 할 수 있으면 좋지만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YTN도 KBS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돌발영상 팀장에게 연대 의사타진의 임무를 부여해서 보였지만 결국 KBS 노조위원장과 아무런 얘기 못하고 결국 MBC노조위원장이랑만 얘기하고 왔다. 여건이 되면 다시 생각할 문제다.
Q. KBS협회에 한 말씀
A. 이기는 싸움을 해야지, 자해하는 싸움을 하면 안된다.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지, 조직력이 밑받침이 되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고봉순 지키미 게시판 > KBS PD협회보 특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년 동안 투쟁만 해오신 '낭만' 정동익 선생 인터뷰 (2) | 2008.11.22 |
---|---|
몽유병 걸린 방송을 원하십니까? (17) | 2008.11.16 |
<시사 투나잇> PD들, 이렇게 싸웠다 (12) | 2008.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