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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KBS PD협회보 특약

<시사 투나잇> PD들, 이렇게 싸웠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15.




정부의 방송 장악 저지를 위해
<KBS PD협회보>와 <독설닷컴>이
기사 특약을 맺었습니다.



<KBS PD협회보> 내용 중
누리꾼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독설닷컴>을 통해서 전달됩니다.



이번호 <KBS PD협회보> 사설과 논란이 된 가을개편에 대한 'PD들의 말말말'을 전합니다.
사진은 마지막까지 결사 항전했던 <시사 투나잇> PD들의 투쟁 모습입니다.







望遠庭에서 본 세상

정권이 바뀐 뒤, 너무 아낌없이 주는 KBS




여의도 길가의 은행나무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10월 내내 후 두둑 소리를 내며 은행알을 사방에 뿌리더니,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면 하나 둘, 부채모양의 잎들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IBC 사무실의 창밖 너머 로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 잎에 물을 들이고 움츠러드는 여의도 공원의 활엽수들을 내려다 본다. 여름 내내 푸르고 풍성한 잎과 가지로 신선한 산소와 그늘을 제공했던 나무들도, 이제는 겨우살이를 위해 잎과 열매를 대지에 베풀고 수액을 차단하면서 제 살길을 찾는 모양이다. 어릴 때 동화로 읽었던‘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정말 자신을 다 내주는 그런 나무가 있을까?


나무는 살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을 막아 단풍을 만들고 낙엽을 쌓는다. 잠시 가지가 앙상해질지라도 겨우내 밑둥을 옹골차게 채워 다음 봄을 기다릴 뿐. 나무는 아낌없이 주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내주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우리의 일터 공영방송 KBS를 본다. 국민과 시청자들은 공공의 이익과 정의를 우선시하고, 권력의 감시와 불편부당을 신조로 삼는 KBS를 자신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푸른 나무로 여기고 있기에, 적은 돈이지만 매달 시청료를 내고 있다. 그들은 KBS가 정확한 보도와 균형감 있는 비평, 유용한 정보와 품격 있는 교양, 정겨운 웃음과 볼만한 오락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기를 바라지만, 공영방송의 정체성까지 다 내주고 비루해 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뒤 KBS는 자신의 지조와 원칙을 너무 심하게 아낌없이 내주고 있다.







- 노무현 정부 때도 반대가 심해서 하지 않던 대통령 라디오 주례 방송을 정규 편성으로 아낌없이 내주고,

- 법원의 중재로 법인세를 덜 돌려받은 전임 사장을 배임죄로 내몰고는, IPTV 지상파 방송 실시간 재전송권을 재벌과 대기업에 헐값으로 아낌없이 내주고

- 수구 냉전 세력과 신문들의 요구에 맞춰,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의 개편과 폐지를 권력의 제물로 아낌없이 내주고

- 사내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보복인사로 여당 의원들의 칭찬을 받으면서 직원들의 사기와 자존심을 아낌없이 내주고

- 친 정부적인 색채가 진해진 보도와 제작으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아낌없이 내주고….



권력의 비위에 맞춰 계속해서‘아낌없이 내주는’ 행태는 도를 넘어 심해지고 있다. 권력에게 무엇을 아낌없이 내줄 것인가를 매일매일 고민하고 궁리하는 사장과 경영진, 그 추종세력들이 결국에는 공영방송의 정체성까지 포기하고 내주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그것을 내주는 순간 KBS는 끝이고, 영원한 겨울을 맞아야한다. KBS 로고 차량이 시민들의 돌팔매질을 받고, 본관이 대학생들의 점거 농성장이 되고, 직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던 것이 불과 20여 년 전이었음을 기억해야한다.

더 이상 아낌없이 주다가는 뿌리까지 뽑힐 날이 멀지 않다.






KBS PD들의 말말말


시투, 미포 폐지는 통상적인 개편 관행?

어제(12일) 개편 간담회에서는 예의 시투, 미포 폐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는데... 여기에 대해 편성책임자 왈“절대 폐지가 아닙니-, 프로그램을 더욱 업그레이드 하려는 통상적인 개편의 관행임니- 외압은 결코 없었음니-”음... 그럼 업그레이드 안 되고 시청률 떨어지면 뭐라고 할까?“ 제작진이 무능한 탓이니 피디 바꿔!”안 봐도 비디오겠죠. 혹시라도 잘되면 전부 편성전략이 탁월했다고 할거고 ㅋㅋ ...



블랙 포비아? 진실 포비아!

요즘 간부들 사이에 전염병이 돈다던데 이름하여 블랙 포비아(Black Phobia)! 후배들이 입
고 다니는 검정 T-셔츠가 원인이라는데... 증상은 검정색만 보면 입이 바싹 바싹 타들어가
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알 수 없는 무력감이 심신을 뒤덮고 짜증 지수가 엄청 올라가면서
업무가 불가능해지는 것! 그러나 진짜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는 걸 아시는지... 그건 바로 진실 포비아(Truth Phobia)! 얼마 전 한 후배의 발언을 들어보면 이 병이 왜 무서운지 아실 것임. “우리들에게 이런 모욕감을 안겨준 선배들을 끝까지 잊지 않고 기억할 겁니다!”



강만수의 "경제비타민", 정운천의 "앞서가는 농어촌" 신설?

이번 가을개편을 가지고 설왕설래 말이 많은데... 권력이 고깝게 여겼던“미포”와”시투”를“폐지”시켜 놓고“존치”라고 주장하는 어처구니 없는 애기도 들리고...더 가관인 것은 다음 개편에 “권력프렌들리”한 프로그램이 생길 수도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퍼지고 있다는데...

그 중 첫번째 후보는“환율조작”을 통한 재테크에 중점을 둔다는 강만수의“경제비타민”, 두 번째 후보는 프로그램 시작을 언제나“×발, 카메라 꺼”이라는 욕으로 시작한다는 유인촌의“욕설레터”, 세 번째로는 쇠고기 수입을 통한 부강한 농촌건설을 목표로 하는 정운천의“앞서가는 농어촌”, 마지막으로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아도 직불금을 타 낼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한다는 이봉화의“6시 내고향”등인데... 만약이지만 요새와 같은 수상한 시절이 계속 된다면 내년 봄개편에 이런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데..

PD여러분! 정말 이런 일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