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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키미 게시판

YTN 기자를 울린 연예인 매니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7.



오늘 홍보대행사에서 일하시는 지인 한 분이
<독설닷컴>에 글을 한 편 올려달라며
한 YTN 기자분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글을 퍼왔습니다.

읽다보니 가슴이 먹먹해 지더군요.
함께 신나게 즐겼던 YTN 촛불 문화제에
그런 가슴 아픈 뒷얘기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우린 그딴 거 안해요"

이 말이 얼마나 가슴에 박혔을지...







주> 앞 부분은 홍보대행사에서 일하시는 지인이 적은 내용입니다.



MB 정권의 언론 탄압은 과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얼마전 즐겨 보던 KBS <시사투나잇>이 별안간 5년간의 방송을 마치는 정리 방송을 하지 않나 
(진행자들과 패널들까지도 모두 검정 옷을 입어서 의아해 했더니
나중에 알고 봤더니 강제로 방송을 중단하게 된 것이었다.)

윤도현씨도 정치적인 이유로 KBS의 라디오와 <윤도현의 러브레터> MC에서 하차하고

YTN도 자신들의 수족을 심기 위해 15년을 공정보도를 위해 뛰던 기자들을 저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얼마나 구린곳이 많아서 보도될만한 곳은 다 막아대는것인지...

최근 심심찮게 듣는 말이 '지금이 쌍팔년도냐?!!'라는 어이상실 멘트다.

기사 승인권을 박탈당한 YTN 1기 출신 기자분의 글을 퍼왔다.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기자는 기자로되 취재하지 못하는 기자...





YTN 기자가 싸이월드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이다. 





11월 2일

일어나니 오후 1시다.

겨울잠 자고 나온 곰 같단다, 아버지 말이.

치...

그런데 그렇게 잤는데도 몸이 개운치 않다.

지난 한 주 지독히 힘들었기 때문일까.


그랬다. 지난 주, 정말 끔찍했다.

코피 쏟고 혈압 떨어지고

몸 상태는 정말 바닥에 가 닿았다.

그러나 몸 힘든 것보다 마음 힘든 게

더 견디기 어려웠다.


몇 가지 상황들을 지켜 보면서,

그리고 몇 가지 일들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와 충격을 심하게 받았다.


그 중 특히 컸던 건

신임 보도국장 대행으로 온 사람의

안하무인 격 태도와 배짱.


그는 일주일 내내 나를 비롯한

전 노조원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내가 이전에 알던 그 선배가 맞나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지난 30일

'YTN을 생각하는 날' 관련

문화계 인사 인터뷰를 진행할 때.

섭외 과정에서 들은

몇몇 사람들의 말은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들은 이렇게 말
했다.



"우린 그딴거 안해요".


 

그딴 거...

 

"매니저 선에서 판단하지 말고

그 분의 의견을 물어 주십시오" 라고

다시 얘기했지만

대답은 같았다.

 

"글쎄, 본인이 한대도 말릴 겁니다.

안좋은 상황에 얼굴 내밀게 안합니다"


만약 회사가 정상화된 상황에서

그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면

그 때도 그들이 이렇게 나왔을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거의 비굴할 만큼 숙이고 들어오던 그들이...

참 허탈했다.


이유없이 눈물이 계속 흘렀다.

그러나 그런 곡절 속에

간신히 만든 인터뷰 구성이

부장의 승인 거부로

당일 방송에 못나가게 됐을 때

난 또 한 번 심한 충격을 받았다.


내 기사와 구성물이

신임 보도국장 대행이 취한

각 부서 차장급들에 대한

기사 승인권 박탈 조치의

첫 희생물이었기 때문이다.


기사 승인을 거부한 부장의 변은

공정성 결여에 있었다.

 

YTN 노조와 그들의 투쟁에

지지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모음은

노사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게 할거라는 거다.

 

그 날 부장과 맞섰다.

그러나 부장은 기사를 결국 보류시켰다.

나는 노조에게 사실을 통보할 수 밖에 없었고

노조는 대책회의를 열었다.


다음날, 편집팀에서 다시 인터뷰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이 나가게 된 것이다.

이은미 씨나 권해효 씨, 정은철 감독도

저녁 행사에 참석했다.


지켜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한편 이런

'산넘어 산'의 과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게 걱정스러웠다.

 

우리에게 '내일'은

왜 이렇게 멀기만 한지

답답하기만 했다.

 

빨리

밝은 빛이 보였으면 좋겠다.

 

다시 예전처럼

모두 웃으며 열심히 일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1월 4일

 

지난 달 인터뷰 했던 가수 이은미 씨의 말이다.


 

"전 노래가 미치게 좋았어요. 할 줄 아는 게 노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노래만 신나게, 열심히 했지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이은미 노래 잘한다' 그러데요.

 


그런데 지금 YTN 분들,

신나게 취재하고 방송해야 할 때에

날개가 꺾였잖아요.

저 사람들 방송 참 잘 한다 소리 들어야 할 때에

해직되고 징계 받고...


 

전 제가 노래를 할 수 없다는 거

생각해 본 적도, 할 수도 없어요.


 

그 분들도 그러실 거예요.

그 분들이 다시 신나게 일하실 수 있도록

날개를 꺾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때 그 '날개'라는 말,

유난히 가슴에 와 닿았더랬다.

내 얘기가 될 줄은 모르고.


 

......


 

그렇다. 지금은 내 얘기가 됐다.

 

지난 주말부터 나를 비롯한

사내 차장들의 기사 승인권이 박탈됐다.

 

신임 보도국장 대행이

몇 몇 차장들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승인권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모두 말 없이 권한을 해지시켜 생긴 일이다.

 

국장 대행의 승인권 부여 조건은

각 부팀장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구본홍 사장 체제를 인정하라는 것.

 

그러나 현재 구본홍 사장 체제에서 이뤄지는

모든 인사는 거부하고 인정하지 않기로 한 노조의 방침에서 볼 때

신임 보도국장이 내건 조건은 줄서기 강요,

또다른 의미의 커밍 아웃 강요나 다름 없었다.

 

때문에 각 부서 차장들은

승인권이 박탈돼도 꿋꿋이 기사를 쓰고

데스킹을 하며 며칠을 지내 왔다.

 

그런데 최종 승인 절차가

부장들만의 몫으로 바뀐 이후 오늘까지

몇 차례나 뉴스에 차질이 빚어지자

결국 노조가 칼을 빼들었다.

 

노조는 오늘 사측에

기사 승인권 회복이 이뤄지기를 촉구하면서

각 부서에 단신 이외의 기사 작성과

컨텐츠 분화를 삼가라고 지시했다.

 

방송 차질에 방송 차질로 맞선다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노조는 최대한 파행을 막으면서

사측이 단기간에 승인권 회복지시를 내리게 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럴 경우 정치, 경제, 사회부 등

데일리 아이템이나 발생이 많은 부서의 경우엔

단신이라도 기사가 나갈 수 있지만

기획이나 고정 코너용 리포트가 대부분인

문화부의 경우엔 사실상 기사 송고가 0인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기자들 입장에선

기사를 쓸 수도, 써서도 안 되는,

입과 손이 묶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난감했다.

 

그리고 서글펐다.

 

지난 15년 내 존재의 이유를 잃게 됐으니...

 

그러나 이런 허탈함과 아쉬움보다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이 투쟁이 어떻게 비쳐질지가

사실 더 두렵고 걱정스러웠다.

 

'꼭 이렇게 가야만 하는 걸까?'

수없이 되뇌었다.

 

대의를 위해 개인적 생각은 접었지만

방송을 담보로 한 서로의 이런 줄다리기는

일선 기자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고 압박이다.

 

답답한 마음에 한참을 걸었다.

 

'날고 싶은데...기사 쓰고 싶은데...'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예전 언론 통폐합 때 해직됐던 선배들도

아마 이런 마음이었겠지 싶다.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아...정말 힘들다......



<첨언> 정말 기분 더러운 것은
이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제가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겪어봤으니까요.

길에서 선전물을 나누어 주는데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정치인이 못본 척 지나가더군요.
제가 아는 척을 하려는데 계속 못본 척 하더군요.
그리고 붙드니까 모르는 척 하더군요.

끝까지 붙들어서 인사를 했는데,
기분 참 씁쓸하더군요.


파업을 하게 되면
주변 인간관계가 말끔히 정리되죠.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