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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뉴스

내가 본 최고의 공연 (한 '컷' 뉴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2.



때론 사진 한 컷이
백 마디 말 보다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


긴 말 필요없이
사진 한 컷으로 전한다.








2007년 여름의 햇볕은 뜨거웠다. 내가 겪은 그 어느 여름보다 뜨거웠다. ‘편집권 독립’을 외치며 북아현동 심상기 <시사저널> 회장 집 앞에서 단식 시위를 하던 정희상 기자와 김은남 기자는 거의 탈진 직전이었다. 추운 것보다는 나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더운 것도 충분히 불편했다. 불편한 만남을 피해 심 회장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두 기자가 더위와 허기에 지쳐 헉헉거리고 있을 무렵,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동료 기자들이 북아현동 골목길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한 사내가 기타를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길을 올라왔다. 가수 손병휘씨(42)였다. 단식 기자들을 위해 위문 공연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고 했다.



“왜 이렇게 언덕이 높아”라고 잠시 투덜거린 후, 손 선배는 자리를 펴고 ‘위문 공연’을 시작했다. 우리도 여기 저기 흩어져 앉아 그의 노래에 귀 기울였다. 손 선배는 자신의 대표곡 ‘나란히’와 민중가요 ‘불나비’를 들려주었다. 무대도 조명도 없는 ‘골목 콘서트’는 두 단식 기자에게 한여름 소나기와 같은 축복이었다. 그의 노래는 시원한 그늘이었고 달콤한 생수였다.    



다른 기자들에게도 그 공연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사저널>에서 문화부 기자를 5년 동안 하면서 숱한 공연과 콘서트를 보았지만, 북아현동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서 들었던 그 공연만큼 내게 감동을 준 것은 없었다.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끄럽다는 주민의 항의로 그 감동적인 공연은 곧 중단되었다. 안타까웠다.



‘시사저널 파업’을 알리기 위해서 거리 콘서트를 할 때마다 손 선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두 말 않고 무대에 올라주었다. 가난한 파업기자들은 그에게 쥐어줄 것이 없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무대에 올라 열창을 해주었다. <시사IN> 창간 1주년 기념 콘서트 때도 그는 우리와 함께 했다. 그때서야 겨우 그에게 차비 정도 쥐어줄 수 있었다.



며칠 전 손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공연을 한다는 것이었다. 하필 애당번이라 가지 못하게 되었다. 공연하는 손 선배를 응원하기 위해서 이 글을 남긴다. 부디 공연 잘 마치시기를. 홈페이지 주소를 보니 ‘포크 킹(www.folkking.com)’을 자처하시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에게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게 그는 ‘포크 킹’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