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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이슈 백서/닥터윤주 사태가 말하는 것

'닥터윤주 사태'가 사이버 커뮤니티에 말하는 것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4.



'닥터윤주 사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닥터윤주 카페 회원이셨던
김용건님께서 보내오셨습니다.


'닥터윤주 사태'가 의미하는 바와
사이버 커뮤니티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 소개합니다.



닥터윤주 카페 메인 화면.




<사이버 커뮤니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


 

여러 거대규모 카페에서 접할 수 있는
몇몇 사건에 대한
친절하고도 적절한 가이드

 


김용건 (yggajock)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폴리스라는 사회시스템은 처음으로 ‘시민’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여러 의사결정 과정 중 적절하게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아고라’라는 광장에서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지요. 물론, 당시 참정권에서 여성과 노예는 배제되었지만 당시 펠로폰네소스 전쟁 등 피로 얼룩진 그리스 시대에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남성 전사가 공동체 내에서 영향력을 인정받는 역사적 배경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참정권의 소유 여부가 위와 같이 미리 정해져 있기는 했지만 기존의 시민권을 박탈하거나 도시에서의 추방 여부를 고려할 때 결코 개인의 단독 의사로 결정하는 법은 없었습니다. 도편추방법이라든지, 전체의 의사를 모아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민주적인 의결과정으로써(얼마나 제도의 절차적 민주성이 확실했는지 잘은 모르지만) 남아있었습니다.



 황당한 것은 지금 현대로부터 자그마치 2500년 전 (BC 6세기)의 사회에서도 권력이 집중되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일들이 바로 우리가 틈만 나면 드나드는 인터넷 동호회, 각종 카페에서 비일비재하게(비일비재라는 말이 기분 나쁜 카페 운영자들에겐 정말로 미안하지만 비일비재건 아주 가끔이건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끄러운 일 아닐까요?)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기사는 제가 가입되어 있는 모 카페에서 일어난 일을 순차적으로 기록한 일지입니다. 어찌보면 단순히 카페 운영진과 회원 간의 마찰이라고 넘겨버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사이버 활동이나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가운데, 바로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클릭 한 순간에 공론장에서 배척당하는  경험,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터넷 은하계를 여행하는 다른 히치하이커 분들에게도 접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렇게 안내서를 일지 형태로 남겨두려 합니다. 



 사건의 전말은 대충 이렇습니다. D모 카페는 (사건의 내용을 설명해 드려야 하는 관계로 카페가 화장품 분야와 관련되어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화장품 관련된 후기와 리뷰를 서로 나누면서 정확한 정보 교류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토를 갖고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카페 운영자(화장품 칼럼니스트)는 기업에서 출시되는 신제품에 대한 품평회나 이벤트를 열어서(영화로 말하자면 갓 나온 따끈따끈한 개봉작 시사회 초대랄까요) 회원들이 미리 제품을 사용해보고 평가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합니다.(카페 운영자는 품평회나 이벤트에 회원들을 초대하는 것을 계속적으로 ‘혜택’이라는 단어를 쓰더군요. 기업에서 신제품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이 절실히 필요한 마당에 그러한 테스팅에 수많은 회원들이 동원되는 것이 과연 ‘혜택’이라는 말로 일관할 수 있는 것인지 조금은 의문스럽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그 동안 품평회나 이벤트 런칭을 해오면서 일정금액의 진행비를 받으면서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카페 회원들에게 사전 공지나 의견수렴 없이 일이 진행되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회원들은 사실확인과 진행비 내역의 공개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운영자 및 운영진들은 품평회나 이벤트를 통해 진행비를 받은 것은 사이트 전환 및 회원 분들한테 좀 더 양질의 ‘혜택’을 드리려고 한 이유에서라고 답변을 하고 테스터 진행과 카페 운영에 관한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자와 운영진들이 부담하게 되는 카페 운영의 책임에 대해 호소합니다. 더불어 ‘정말’ 회원 분들에게 화장품 리뷰 카페로서 운영자와 운영진들은 회원 분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끝을 맺지요.



 그러나 회원들이 사건 초기부터 꾸준히 요구한 진행비 사용관련 내역의 공개 및 투명성을 위한 세부자료 첨부와 사전 의견수렴과 공지 없이 이뤄진 기업 간 런칭에서 생성된 수익금에 대한 사과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카페 회원 분 중 한 분의 제보로 모 일간지 신문에 기사가 나면서 카페 운영자는 다시 한 번 사건 해명에 관한 글을 올립니다.


 
   카페 운영자의 글의 요지를 정리해보면 대강 이런 내용입니다. 테스터 진행을 하면서 돈을 받았던 이유는 일단


1. 테스터 진행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사이트가 필요했다.(테스터가 카페 운영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결론이 성립됩니다)


2. 따라서 테스터 진행비는 사이트 전환에 필요비용으로 충당하고자 받은 것이다. 기존의 카페로 운영될 시 카페 운영자들의 책임이 과중된다.


3. 결론적으로 테스터 비용을 받지 않으면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라는 글로 끝을 맺습니다.



'닥터윤주' 대책 카페, '화장품 나라'.



 
 테스터 진행에 관해서 사전에 의견을 받지 않고 독단으로 진행비를 받은 것에 대해서 제대로된 사과는 없고, 회원들에게 혜택을 드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정당화를 반복합니다. 또한 테스터에 대한 운영진의 어려움과 비용을 받아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고충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같이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또한 누락되어 있군요. 운영자가 자꾸만 진행비 착복의 이유를 해명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사이트 전환’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사이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운영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디까지이나 개인적 사견일 뿐, 카페 회원들하고 같이 합의하여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날 것’에 불과합니다.



 글 중간에 카페가 성장해서 회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려고 사이트로 전환하여 ‘회사’라는 타이틀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 역시 카페 발전을 위한 하나의 의견이지, 카페 회원 모두가 동의한 운영지침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네티즌들은 카페 여행을 하실 때 이러한 점에 대해 모두가 좋자고 하는 방향이라고 해서 자신의 의견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개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운영자가 또 다른 글을 올립니다. 전 번 글처럼 테스트에 대한 세부내역이나 카페 전체 공지 등 확실한 입장 공개가 되어 있지 않고 카페 운영자의 신뢰와 인간적인 부분 관련된 호소가 반복됩니다. 이번에는 대형 커뮤니티들은 기업과 함께 이벤트 런칭시 진행비를 대부분 받는 다는 말로 테스터 진행비 관련 사건의 무게를 경감시키면서 동시에 이러한 일이 당연한 관례나 일종의 상도덕과 같은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아놓습니다. 또한 배너당, 테스터 진행 당 얼마니 하는 액수는 기업쪽에만 공개되어 있다라는 말로 정보공개 차단의 뉘앙스를 풍기면서 의혹을 증폭시킵니다. 돈이란 오해의 소지를 낳기 쉬워 거래 간의 차입, 차납의 경로와 액수를 자세히 오픈하고 보고하는 게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는 발언으로 아예 공개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는군요.



 화장품 칼럼니스트가 운영한다는 점을 통해 카페의 위상을 높이고 공신성을 확대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얼핏 매력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신분을 담보로 카페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공개여부를 확실히 하지 않는 것은 사이버 커뮤니티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자신의 신분과 카페 운영자로서의 신분은 분리하여 별개로 행동하는 것이 원칙이겠지요. 카페 운영자와 운영진들은 계속적으로 카페와 회원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데, 그것은 그들 개개인의 신념이지. 카페 회원들과 합의하여 결정된 사항이 아니지 않을까요?



  양심에 호소하는 얘기도 좋지만, 지금까지 일으킨 물의에 대한 확실한 해명과 사과, 앞으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조직운영의 안전망과 규칙의 설립을 통해 이벤트나 카페 운영에서 커뮤니티와 회원의 힘이 필요한 의사결정 시 충분한 사전 의견수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건설적이고 배려적인 대안이 나오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계속해서 카페 운영에 대한 항의와 댓글이 빗발치자 관련 글 삭제 대응과 강퇴 조치 등 소규모 공동체에서 파시즘 적인 행태가 이뤄지고 카페는 모든 글쓰기 기능이 정지된 채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카페 운영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 없이 카페 회원들은 회원으로서 정당한 권리행사 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무차별 강퇴 조치를 받았습니다. 운영진은 50만원씩 받은 품평회 내역을 간단한 도표 하나로 끝내고  아무런 문제해결 조치 없는 상태만 지속되고 있군요.



 

(제품내역 그림파일 참조 - 브랜드명 표기는 삭제 했습니다.)




 
 사건을 정리해봅시다. 예를 들어볼까요.



 대학생 자원 봉사활동 동아리가 있습니다. 자원봉사활동 동아리는 동아리 구성원들이 봉사가 필요한 곳에 가서 활동을 하고 그것을 통해 동아리원들이 보람과 만족감을 느낍니다. 활동 도중, 집짓기 자원봉사 시즌이 돌아와서 특별히 대규모 달 동네 주거마련 대책 사업의 일환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집을 지어주는 (일종의 헤비타트 같은게 되겠군요) 활동에 참가하게 됩니다. 봉사가 끝나고 몇 달 후, 한 동아리 구성원이 동아리 장 및 임원들이 집짓기 봉사활동에서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를 알게 된 동아리원들이 회장에게 왜 이 사실을 숨겼냐고 항의하면서 내역을 공개하라고 하자, 동아리방이 너무 지저분해서 벽지를 새로 도배하려고 돈을 남겨뒀다. 우리 모두를 위한 거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정작 동아리원들은 도배 따윈 관심 없습니다. 동아리원들은 집짓기 시즌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중간고사에 거둔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기말고사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이런 고충도 모르고 회장은 다음주에 또 집짓기 봉사활동이 있으니,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받아서 동아리에 투자하자고 말합니다. 동아리원들은 더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할 기운도 없고, 할 마음조차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동아리의 활동방향에 반대하는 동아리원들이 생겨나고, 결국 회장과 임원들은 '임의로' 심사숙고한 끝에 동아리 제적을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합니다. 물론 동아리방 비밀번호를 바꾸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강퇴 시키는 세심한 조치 역시 잊지 않았습니다.



 회장과 임원은 분명 동아리를 위해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일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것 일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아리 임원들의 생각이지 동아리 전체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에 협의 없이 일이 진행 되었고 동아리 모두의 생각을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돈을 받고 봉사를 하게 되면, 애초에 동아리가 기능하는 ‘봉사’의 목적은 점점 흐려지게 됩니다. 분명 봉사활동을 통해 느꼈던 ‘이타적인 행위’에 대한 참여와 만족감은 점점 ‘자본 거래’의 도입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동아리의 환경 개선 또한 동아리원들이 원한 일도 아니고요.  



 이번 카페 일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정보공유와 후기를 통해 ‘비영리’적인 성격을 모토로 출발했던 커뮤니티가 카페 운영 방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이루는 인적 자원과 규모를 동원하여 영리를 추구했다는 점은 커뮤니티 전체의 대표성을 마음대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사 애초 커뮤니티의 운영 방향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더라도 조직 내의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이뤄진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여성에게 화장을 한다는 행위는 과거사에서 화장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숨기는’ 포장이나 가공의 이미지가 아닌, 여자로써 숨겨 왔던 당당한 자기 정체성을 아름답고 생기있게 ‘드러내는 것’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더구나 여성 각자가 갖고 있는 내면의 여신(女神)들을 만개(滿開)하게 해주는 전도사로서, 여성들의 권익과 정체성을 대변해줘야 할 화장품 칼럼니스트가 진행비와 같은 물질적인 부분에 연루된 이번 일이 참 안타깝습니다.



 물론, 운영자 입장에서 이런 글이 잘못되었고 자신의 의도가 전혀 이런 것이 아닌데 회원들이, 사람들이 자신을 매도하고 코너로 몰아넣는다는 배신감과 불안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말 자신 스스로는 커뮤니티가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내린 결정과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은 끝까지 올바른 일을 했다는, 그 신념을 잠시 내려놓고
카페 운영자로써, 정말 우리나라 최고의 화장품 칼럼니스트라고 자부했던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카페 운영의 내역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시금 회원들과 네티즌에게 그 신뢰를 회복하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사적인 공간이든 공적인 공간이든 하나의 조직에서 여러 사람들이 같이 행동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행위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신뢰가 아니라, 그 신뢰를 유지하고 연대시킬 수 있는 상호간의 배려와 책임, 공정한 결정과정이라는 것, 커뮤니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분들과 커뮤니티 은하수 운영자 분들 모두가 참고하시길 바라면서 안내서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