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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청년실업 뽀개기

어느 88만원 세대의 구직 생활 백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5.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취업난이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 칸을 채우기 위해 
일부러 헌혈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 취업전선의 한 복판에 서있었던 분의
'취업 포기 일지'를 공개합니다. 
비슷한 입장이신 분들이
많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구직 생활 백서'는 총 3편이 연재됩니다.







(글-김효경, 기획-고재열)


안녕 횽아들 이 글을 읽는 횽아들 중엔 나처럼 20대 비정규직 출신도 있을거고 30, 40대 진짜 횽아들도 있겠지?  나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이태백의 일원이기도 하고 며칠 전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자소설을 써주는 자소설가 이기도 해. 



이태백의 일원으로서 또 자소설가로서 어찌하다가 내가 자소설가가 되었는지 이야길 해보려고 하는데 오늘은 내가 겪었던 직장생활 이야길 먼저 할게. 작년하고 올해 신드롬을 일으킨 88만원 세대라는 책 있잖아. 나 그 책 저자 만나면 박수 한번 쳐주고 싶어. 왜냐면 내가 첫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이 정확하게 87만7540원 이거든. 어떻게 이렇게 근사값을 알아 맞췄는지. 그 사람 천재 아닐까 싶어.



#. 눈 낮춰서 들어갔더니 정확히 88만원세대



아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철학전공을 했고, 부전공으로 법학수업을 들었었어. 마지막학기에 수업하나를 선택을 못해서 법학 부전공으로 인증되지는 않았지만 법률 관련 수업을 꽤 많이 들었고 관심도 많은 분야였고 일이 가치 있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법률 사무직으로 구직을 했고 비교적 쉽게 취업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말야. 막상 들어가보니 채용공고에는 분명히 정규직 이었는데 수습 3개월 지나서 고용계약서 쓸 때가 돼서 보니 이거 계약직이더라. 그것도 1년 계약직 그리고 정확히 88만원 세대더라고. 이 분야는 능력 있으면 있는 대로 평가 받은 곳이라며 설명하기에 그래 내가 잘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어. 지금 생각하면 난 매우 순진 했던 거지.  






위에 보이는 표가 내가 받았던 월급 거래내역서 긁어 온 거야. 수습 석 달은 70만원에 10만원 식대를 줬었고  수습을 떼고 났더니 100만원이 월급인데 거기에서 4대 보험하고 식대를 빼니까  입금금액이 88만원에서 2500원 모자라고 2000원 초과하고 그렇더군. 



참고로 난 고향이 부산이야. 취직하면서 서울로 오게 되었는데 88만원 가지고도 도대체 답이 안 나오잖아. 월세와 공과금만 해도 40만원이 넘었으니까 차비와 기초식비만 공제해도 아무리 일 해봐야 한 푼도 안남더라고.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 되지 않냐고 물어볼 횽아가 있을 것 같은데. 정상적인 사회라면 말이야. 대학교육을 정상적으로 마친 인력이 직장을 갖고 있으면 독립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무튼 저 월급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건 밥 먹고 회사 다니는 것 뿐 이었어. 책도 한권 마음대로 사서 읽기 버거웠고, 아픈게 제일 겁났어. 병원비가 무서워서 말이야.



이런 박봉의 비정규직을 벗어나는 방법은 탈출구가 딱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엄친딸 엄친아들이 가는 대기업과 저어멀리 사법 행정 외무 고시를 비롯해서 요즘엔 공무원 “고시” 로 불리는 시험들뿐인데. 나는 둘 다 자신이 없었어. 대기업은 이미 나보다 학교나 스펙 좋은 사람들이 널렸고,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시험 준비에도 돈이 드는데 나는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부모님한테는 더 이상 손 벌리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든. 그러니까 비정규직을 벗어날 방법이 현실적으로 나한테는 없었던 거지.



#. 중소기업, 작은 회사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 100가지



내가 겪었던 사례가 좀 극단적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중소기업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라고 하면 100가지는 댈 수 있는 것 같아. 



 고용촉진 기금이 끝나면 나도 끝난다



내가 처음 다녔던 그 직장은 이미 고용한 사람들을 노동부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노동부 워크넷에 구직신청을 하게 해. 그 구직 신청 후 3개월 후에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내면 사업자가 월 6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거든. 그리고 내가 다녔던 회사 같은 경우엔 오너가 동창회 총무를 겸하고 있었는데. 그 동창회 업무는 내가 전담하고, 추가로 법률 사무 업무도 했었어. 동창회에서 오너에게 동창회 사무관리비로 매달 70만원을 지원했으니까 오너의 경우엔 나 한사람을 고용함으로써 외부에서 받는 금액이 130만원(동창회운영비+노동부 고용촉진기금)이 넘었는데 내가 받는 실질금액은 88만원이었어. 한마디로 나를 고용함으로 공짜로 자신의 회사일 시키는 건 물론이거니와 매달 30만원이상 남는 장사를 했던 거지. 그리고 정확히 6개월 노동부의 고용촉진 보조금이 끝나니까 동창회 전담사무실로의 파견을 권하더라. 아무리 비정규직이 소모품이라지만, 좀 양심 없이 사용하더라고. 


노동법 지키는 직장은 대한민국에 없다


앞에 다녔던 법률사무직을 때려 치고 나는 백수생활에 접어들었어. 세상이 왜 이따위인가를 고민하다가 잠깐 글 쓰는 공부도 했었고, 중간에 학원 강사도 했었는데 그건 발목을 다쳐서 오래 서 있을 수 없어서 그만뒀어. 발목을 다친 후 칩거 중 있었는데 지인한테서 연락이 왔어. 홈페이지 만들 수 있으면 들어오라고. 그래서 한 중소제조업체에 웹 관리자로 들어가게 됐어. 근데 이거 여기서도 중소기업의 고질병 말과 서류가 다른 상황이 발생하더라. 분명히 면접 볼 때는 주 5일 이거나 아주 바쁠 때에만 토요일 출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토요일은 입사한 첫 주 빼고 한 번도 쉬어 본적 없어. 노동절은 물론이거니와 지난 대선과 총선 역시 휴일이 아니었고 흔히 말하는 빨간 글씨 공휴일 또한 지켜지지 않았어. 또 심하게 넘어져서 깁스를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도 쉬지 못 했던 건 당연했고 출근에 지장 줄까 깁스도 못하고 발목을 질질 끌면서 출퇴근 했었어. 병가 따위의 개념 자체가 없었던 거지.



부당해고, 그런데 사장은 부당해고가 뭔지도 몰라


아무튼 이렇게 과로에 시달리며 시들어 가고 있다가 내가 만들어야 할 홈페이지 세 개를 다 만들고 나니 회사에서 나가달라고 하더라. 물론 나도 많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상태라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지만, 계약직이고, 내가 업무상으로 실수한 것이 없고 근태에서도 문제 될 만한 사항이 없었고 또한 회사가 경영상으로 감원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증빙 할 수 없으면 나를 자르는 건 부당해고거든. 적어도 한 달 이전에 해고를 예고하든가 아니면 한 달치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역시 노동법에 “노” 자도 모르는 중소기업 사장님은 본인이 한 것이 부당해고라는 것조차 모르시더라.   



내가 본 계약서엔 분명히 계약직, 그런데 노동부엔 안 올라 있어


웹 관리자로 일했던 때 4대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건 알고 있었어. 나도 거기엔 동의 한 상태였고. 그런데 말이야. 내가 본 고용계약서는 분명히 계약직 이었거든. 근데 요즘에 유가 환급금 신청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까 내가 계약직 이었는지 일용직 이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더라고. 그래서 다니던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니까 나 노동부에 신고 안했대. 비용처리 같은 문제 때문에 노동부에 신고를 안 해서 기록자체가 없대. 아놔. 이러고도 “중소기업가라” 할 수 있냐고?




#. 취직은 해야 하는데 취직은 하기 싫다



암튼 앞에서 말했던 일련의 사건들로 난 회사를 관두고 백수생활에 돌입했어. 그 사이에 몇 번 지원을 했고 서류 통과하고 면접도 보고 합격한 곳도 몇 곳 있었는데 안 갔어. 그 곳 들도 채용공고와 면접에서 이야기 하는 임금이 다르더라고. 발등 찍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차라리 백수 생활이 낫겠다 싶었어.



밀리오레에서 가장 잘 되는 가게는?



그러다가 우연찮게 자주 활동하던 카페에서 자소서 잘 쓰는 법을 올리게 돼. 내가 별로 안 좋아했던 교수님이지만, 학교 다닐 때 모든 레포트를 에세이 형식으로 쓰게 했던 분이 계셔서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나중에 자소서 쓸 때 도움이 되더라고. 그래서 그 관련 글을 카페에 몇 개 쓰게 되었는데 그 글을 보고 카페 회원 몇 명이 자신의 자소서를  봐달라고 쪽지를 보내왔어. 그냥 재미로 첨삭 해줬고 그걸 즐거워하자 남자친구가 한마디 했어. “너 밀리오레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가게가 어딘 줄 아냐?” “몰라” “밀리오레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가게는 옷가게가 아니라 매점이다”  “네가 취업 할 생각하지 말고 남을 취업시켜 네가 먹고 사는 게 어때?” 이 말 한마디가 내 자소설가 의 시작이야.



다음 편엔 자소설가로서 느끼는 점이랑, 자소서 잘 쓰는 방법, 그리고 스펙은 좋은데 일은 모르는 아가씨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게. 담에 봐 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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