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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

13년간 일한 직원을 커피머신으로 대체한다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16.


대학생들이
'내 옆의 비정규직부터 지켜주자'며
학교 당국과 싸우고 있습니다.

명지대에서
연세대에서
성신여대에서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준)
서수경 지부장이 글을 보내왔습니다.
대학 내 비정규직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입니다.



명지대 비정규직 조교들이 노조 설립을 위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글 - 서수경,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장) 



13년간 일한 직원을 커피머신으로 대체하겠다니?



13년간 학교를 위해 헌신하고도 ‘커피머신’ 취급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명지대 일반조교(행정사무원)들은 그런 모욕을 듣고 쫓겨났습니다. 13년 동안 학교를 위해 헌신한 우리에게 되돌아온 것은 모욕 뿐이었스니다. 우리는 짓밟힌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싸웁니다.



지난 7월, 매년 반복되던 일반조교(행정사무원) 연수회가 열렸었습니다. 그 연수회 장소에서 우리들의 인사담당자인 교원인사팀장님께서 "일반조교(행정사무원) 선생님들이 수고해 주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달 말에 개별적으로 해고통지가 날아들었습니다. 



차라리 연수 장소에 모여 있었던 150여명의 일반조교(행정사무원)에게 사실 그대로를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측 임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있었던 한 임원의 말은 더욱 우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교정원이 방만하게 운영되었다는 것은 교수휴게실에 13년간 일해 온 사람이 있었다는 것 하나로 증명이 됩니다. 교수휴게실에 커피머신을 두면 교수들이 종이컵 꺼내서 커피 뽑아 마시면 되는데, 그 자리에 일반조교(행정사무원)를 두었다는 것이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교수휴게실이란 이름 때문에 교수휴게실이 교수님들이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만 오해하시는 임원분께, 분노를 애써 참으며 설명을 드렸습니다. 교수휴게실 보직은 단순히 휴게실 관리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 교양관련 전임교수님과 시간강사님들의 일정, 시험일정관리, 시험진행, 성적처리 등 많은 업무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요즘 나오는 커피머신은 전임교수와 시간강사의 일정도 짤 수 있나요?
시험일정 관리와 시험 진행, 그리고 성적처리도 가능한가요? 


명지대 학보에서 해고된 명지대 조교에 관한 기사가 삭제된 채 발행되었다.




교수휴게실 자리는 인수인계하는 데에 한 달이 걸려도 다 못해서 8월말로 해고당한 분이 학교에 계속 출근하고 있을 정도로 일이 많은 자리였습니다. 제대로 조사하고 알아보지 않고서 함부로 비하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13년간 교수휴게실에서 일했던 일반조교(행정사무원)는 결국 ‘커피머신’으로 분류되며 학교를 떠나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장기간 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고 이유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반조교(행정사무원)들이 쫓겨났습니다. 그런데 어느 교수님은 "졸업하는 후배 중에 하나 뽑아서 앉혀놓으면 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명지대학교를 졸업한 선배로서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이 왜 분개하고 왜 노동조합까지 결성하여 학교 측에 대항하는 지 그 이유를 밝힙니다.



서수경 지부장은 명지대 홈페이지에서 차단 당했다.




1.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후손이 겪게 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일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나는 정규직이니 무슨 상관이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지금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속도를 보십시오. 당신의 아이가 성장하여 취업을 할 때 어떤 상황이 될지 생각해 보십시오.



일제시대에, 유신시절에, 독재시절에 우리가 모두 눈감고 고개를 숙이고 살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선배가, 부모님이, 선대의 어른들이 행동하지 않고, 무릎 꿇고 비굴하게 사셨다면 지금의 우리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합니다. 우리들의 자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살아가기 위해서 행동합니다.



2. 학교의 부당한 행동에 분개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홈페이지의 ‘명지광장’은 자유게시판입니다. 말 그대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그러나 그런 게시판에조차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합니다(글을 올리면 삭제하고 경고장을 날리더니 기어이 아이디를 차단해 버렸습니다), 올린 글은 짧은 감탄문(제목: 하루에가 좋아요!, 내용: 너무 좋아요)에 밀려 뒤로 밀리곤 했습니다.



학교 슬림화 방안을 논의하신다면서 [최소한의 자료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조교(행정사무원)의 업무에 대하여 조사해보시기 어려우시면 저희들이 조사해서 통계까지 내서 드리겠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필요 없으시답니다. 얼마 전에 조사된 업무분장에서 [학과 조교]는 그 대상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학과 조교는 학과의 모든 행정업무를 담당합니다. 학사에서 부터 학생상담까지).



3.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명지대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바꾸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자리에 졸업생 중에 한명 뽑아 놓고 나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반조교(행정사무원) 중 80% 이상이 명지대 졸업생입니다. 13년을 일하고도 커피머신 취급을 받으며 나갈 수밖에 없는 이 자리를, 그 상태로 그대로 물려주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럼 그 후배도 언젠가 우리와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 아닙니까. 내가 다녔던 학교, 내가 근무했던 학교를 자랑스러운 학교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힘든 결심을 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4. 해고에 대하여 사유를 분명히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어려우니 학교조직의 슬림화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6개월 동안 슬림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면서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입니다. 계획도 없이   일반조교(행정사무원) 40명부터 해고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위입니다. 급한 해고는 아마 비정규직 법안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5. 정리해고를 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일반조교(행정사무원) 150명 모두를 한자리에 모아두고 제대로 설명해주시고 이해시켜주셨으면 했습니다. 8월말에 정리해고 당한 40명이 한달 전 [일반조교 연수]에서 담당부서장님에 들었던 말은 “앞으로도 일반조교 선생님들이 지금처럼 열심히 일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6. 시간에 따라 면담하시는 태도는 물론 입장조차 달라지셨기 때문입니다.



8월 중순 경에 조교협의회장으로서 만나뵈었을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일반조교(행정사무원)의 업무를 비교해서 정규직원이 해야할 만한 자리라면 정규직자리로, 아르바이트생을 써도 되는 자리면 아르바이트로, 교육조교로 대체가 가능하면 교육조교로, 일반조교(행정사무원)가 있어야하는 자리면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요구안을 재차 다시 만들어오라고 하면서 잘 생각해서 좋은 방안을 찾아보자고 하셨습니다. 11월이 되자 인사담당자는 위에서 내린 지시라서 이유를 모른다고 하시며 “더이상의 토론은 하지 말자”라고 딱 잘라 말하십니다. 더 이상 대화가 필요없다는 학교 측 태도에 우리들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7.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조교(행정사무원) 해임의 표면상의 이유는 재정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재정 때문에 일반조교를 정리하신다면서 해고 통보를 받은 95명을 내보내기도 전에 ‘행정사무원 모집 공고’부터 내셨습니다. 그 모집공고를 보면 지금 현재 우리들의 처우보다 훨씬 조건이 좋아보입니다(물론 그들의 신분도 역시 비정규직이지만). 그동안 일반조교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수당들이 줄줄이 기재되어있었습니다. 정말 재정이 어려운 것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신규고용) 역시 ‘비정규직’입니다.



이상의 이유로 우리는 행동합니다.
조교협의회로서 처음의 행동을 시작했고,
이제 30명의 대학노조 명지대지부로서 함께 행동합니다.
노동조합에 함께하지 않는 일반조교분들을 아우르지 못하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모든 분들을 위해 싸울 것이지만,
현재 노동조합으로 활동하는 30명의 권리를 지키기조차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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