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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1차 파업 관련 포스팅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두 여인의 편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5.


여기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두 여인의 편지가 있습니다.

한 통은 CBS 라디오 정혜윤 PD가
다른 한 통은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정 PD는 이 대통령의 '방송장악'에 대해
추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의회장악'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편지에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답장을 보낼까요?


주> CBS 정혜윤 PD의 글은 <시사IN> 69호 '파업 동참 방송인 6명의 편지'에 기고한 글을 본인 허락을 얻어 게재합니다. 추미애 의원의 글은 의원 측에서 언론에 보낸 글입니다(정혜윤 PD님의 편지는 '독설닷컴' 핫라인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정 PD의 글이 '앙꼬'고 추 의원의 글은 '부록'입니다).



CBS 정혜윤 PD




안녕.대통령님.


(글 - 정혜윤, CBS PD)

대통령님께 편지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좀 흥분됩니다. 국군 아저씨께 위문 편지를 써서 몇 번인가 편지가 오가고 서로 소통하면서 정신적 연인 관계 비슷하게 발전했던 낭만적인 기억 때문에 혹시 우리가 그런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저는 대학을 마치고 단 하나의 직업,라디오 피디로 살아왔습니다. 그 직업은 정말이지 멋진 직업이랍니다. 제 직업의 특성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의견이 저의 의견보다 중요하다는 것,언제나 다른 사람이 뭘 생각할까 궁금해 해야 한다는 것,다른 사람의 생각을 정성껏 잘 들을 때 제작자인 저 역시 언제나 많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저는 언제나 젖은 머리의 여인이 되고 싶었는데 왜냐하면 일하는게 너무 즐거워서 머리 말릴 시간도 아까왔던 거죠. 젖은 머리로 회사로 뛰어올 때 아 오늘은 누가 무슨 새로운 이야기를 해줄까 정말 흥분해서 멈추지 않는 춤추는 구두를 신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대통령님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일 생각을 하니 제 편이 되어주시겠죠?)     


우주에 전파를 쏴 올리는 저희 라디오 피디 집단은 하늘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명예를 사랑하고 모두 어딘가에 거룩하게 충성하고 싶어합니다. 단 우리가 목숨과 자존심과 쾌락과 밤의 불면을 걸고 충성하는 대상은 누군가의 의견이 아니라 어떤 진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누군가의 의견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말은 소수의 이익을 위한 어떤 공모도 마다하겠단 뜻입니다.


그동안 저희 라디오 피디들이 정치인,기업이나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고 떳떳하게 방송하며 분열과 모순을 덮어두지 않고 어떻게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오히려 자유의 공간을 확장시키려 했던 것,한 직업인으로 영광으로 기억해도 되겠지요? (그 기간에 광고 시스템이 우리에겐 사회 복지였단 걸 고백합니다) 그리고 어떤 진실에만 충성하겠단 뜻,그것은 무슨 일이 진행되든,그 일이 얼마나 복잡해 보이든 간에 누가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되는지를 갈색 눈이 우물처럼 깊어질 때까지,그 바닥까지 보겠단 뜻입니다.


어떤 일이 진행되면 반드시 다른 일도 같이 진행된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언론법이 이대로 진행되면 진행될 다른 일은 어떤 것일까요? 대통령님은 백 명의 똑같이 생긴 알랑 방구 뀌고 실속만 챙기는 부잣집 미녀들이랑 백 명의 저마다 개성이 있는,고향의 언덕길을 기억하는 섬세하고 다정한 미녀들이랑 어떤 집단을 택해 가까이 두시겠습니까?



지난해 내내 지지리도 복이 없던 저는 하필이면 가장 춥다는 날 갯벌에 취재를 갔었습니다. 서울 식으로 멋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척 서 있으려니 차라리 다리에 털이 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 갯벌의 어부 할머니들이 타령조로 부르던 노래는 ‘손 시려워 발 시려워 못살겠네’ 였습니다. 아마 대통령님이 봤다면 목도리를 풀러 주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님이나 저나 원하는 세상이 뭐 그렇게 다를까 싶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누군가 손 시려워 발 시려워 하면서 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겠죠. 그리고 누가 울고 있는지 알아서 닦아주려면 반드시 자유롭고 깨끗한 열정에 가득찬 수많은 언론이 필요하다는 것 동의하시죠?  



정치의 추한 모습은 소득 분배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폴 크루그먼이 말했습니다. 정부가 소수의 거대한 이익집단을 위해 일할 때 그리고 자유로운 시민과 언론을 적으로 간주할 때 그때 우리들은 뱀파이어에게 피를 뜯어 먹힌 것처럼 창백해져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때 그 사회는 생기와 진보와 발전,영광과 그 빛을 함께 잃어버릴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아직 사라질 수 없습니다. 아직 사랑하므로. 



답장주세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대통령님!

 


여기는 “MB악법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국회 본회의장입니다. 민주당 민노당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의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경찰 병력의 삼엄한 포위 속에서 국회 경위들의 계속되는 해산작전으로 이곳 국회 본관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회를 봉쇄하고 야당을 진압하는 경찰과 경위들의 굳어있는 표정 속에서 대통령님의 화난 얼굴이 보입니다.

 

야당이 온 몸으로 막고 있는 FTA 선제 비준, 재벌과 신문에게 방송 허용, 재벌의 은행 진출, 휴대폰 도청 등의 법안을 보면서 대통령님이 가고자 하는 길을 보게 됩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경제를 살리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을 받고 당선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려워진 서민경제를 살리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작년은 이러한 국민적 기대가 무너진 실망스런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큽니다. 올해야말로 심기일전해서 경제를 살리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청와대도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해는 선거가 없는 2009년이 적기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 여당이 날치기를 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법안들은 경제와 서민을 살리라는 국민적 요구와는 동떨어진 사회갈등만 유발하는 법안들입니다.


반민주 반서민 친재벌이라고 불러도 부정하기 힘든 내용들입니다.


 

대통령께 묻습니다.


첫째, 한미 FTA를 무조건 비준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비하자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철저히 외면한 채 이른바 선제비준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온 국민이 합의하고 협력해도 한미 FTA가 몰고올 파고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날치기로 통과된다면 협력은커녕 국민분열만 가속화될 것입니다.



둘째, 방송법 개정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국민여론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KBS, MBC 같은 지상파 방송과 YTN 같은 뉴스전문 채널만큼은 공정보도를 위해 권력의 직접적인 통제와 재벌 및 신문의 진입을 그동안 법으로 막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민주주의는 여론정치이고, 건강한 여론은 공정보도로부터 나옵니다. 그리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가 공정보도의 핵심일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시점에서 특정재벌과 신문에게 그동안 막아온 방송을 허용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여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법과 맞물리면 KBS는 권력에 예속되고, MBC는 민영화로 내몰려 결국 특정 신문이나 재벌에 인수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서 함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재벌에게 은행 소유의 길을 터주는 금산분리 완화, 휴대폰 도청 합법화,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 금지 등과 같은 법안을 시대 과제와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은행은 재벌을 위한 은행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해 대출해주는 공공성 높은 은행이 아닙니까?

또한 마스크 착용 금지로 제2의 촛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지금 국회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수십 개의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간의 대치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국회가 도와주면 경제살리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면서 마치 야당이 문제인 것처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몇 차례의 대화를 통해서 확인된 것은 대통령님의 결단 없이는 쟁점법안에 대해 여당이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합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쟁점법안에서 이제 그만 손을 떼는 결단을 내려주는 것이 해결의 열쇠가 아니겠습니까?

 


대통령님!

 

경제를 살리고 서민을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대통령님과 여당의 승리로 귀결되었지만, 무책임하고 무능한 쇠고기 사태 앞에서는 거대한 촛불민심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이제 민심의 요구를 외면한 권력의 어떠한 시도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공권력을 앞세운 각종 법안들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혹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거대한 민심의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제2, 제3의 촛불민심의 바다에 갇혀 다시 한 번 침몰하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우리 국민은 새해 들어 더욱 더 세차게 몰아치는 경제한파에 위축되고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께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정치권의 쟁점에서 비껴나 국정에 전념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민주 반서민 친재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쟁점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에 맡기고, 경제와 서민 살리기에 전념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2009년 1월 4일


민주당 국회의원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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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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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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