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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1차 파업 관련 포스팅

진중권이 조선일보 사장이 된다면...(EBS 김진혁 PD)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6.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총파업'이 12월26일 시작되었습니다.

<시사IN> 69호에서는
'파업 동참 방송인 6명의 편지' 기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그 중 <지식채널e>를 제작했던
EBS 김진혁 PD의 글을
본인 허락을 얻어 '독설닷컴'에 소개합니다.

조중동 사주들이 이 글을 읽고
깊이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파업의 이유 (부제 : 진중권의 조선일보)

(글 - 김진혁, EBS PD)

거꾸로 생각을 해 보면 이렇습니다. 언젠가 정권이 바뀌어 소위 ‘좌빨’들이 정권을 잡았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좌빨들이 보기에 조중동은 너무나 ‘편향’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편향된 조중동을 바로 잡기 위해서 ‘신문법’을 개정합니다. 개정된 신문법에 따르면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가 대기업과 손을 잡고 조중동을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한마디로 넘겨주는 것이죠.

자, 상황은 더욱 흥미로워 집니다. 조선일보 사장으로 진중권씨가 선임이 됩니다. 중앙일보는 거의 매일 ‘노무현 정권의 업적’에 대한 특집 기사를 2면에 걸쳐 싣습니다. 동아일보는 한 술 더 떠 뉴라이트 간부의 망언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이들이 최근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상을 요구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사설을 씁니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조중동 기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옵니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언론사,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기자로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며 파업을 합니다.



그러자 조선일보에서는 자사의 기자 수 십 명을 징계하고 그 중 6명 정도를 해직시킵니다. 중앙일보는 파업을 주동한 사회부 기자들을 과학부로 인사이동 시켜버립니다. 동아일보는 사옥에 경찰 투입을 요청하여 데스크를 점거하고 농성을 하던 기자들을 무력으로 끌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매일 아침 인사하던 경비원 아저씨에게 두들겨 맞은 기자 한명은 실신합니다.



만약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편향된 조중동을 바로 잡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아니, 정당성을 떠나 그냥 잠깐 떠올려만 보세요. 이런 일이 상상이나 되십니까?



저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상 자체가 매우 언짢습니다. 그건 제가 조중동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조중동이든 한경오든 mbc든 kbs든 여타 그 어느 언론사든 상관없이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사를 없애거나 그 반대편에게 넘겨주는 것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상식 이하의 말도 안 되는 짓이죠.



따라서 만약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조중동 기자들이 파업을 해서 거리로 뛰쳐  나온다면 저는 그 누구보다 그들을 지지할 것입니다. 나중에 다시 ‘논조’와 ‘시각’을 가지고 다투고 싸울지라도 저는 한겨레 같은 조선일보, 경향신문 같은 중앙일보, 오마이뉴스 같은 동아일보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죠.



모든 정권은 스스로에게 유리한 언론을 원합니다. 좌파 정권이든 우파 정권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그 속내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사를 통째로 뺏어서 그 반대편에게 주는 몰상식한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한 정권은 오직 독재정권 뿐이었죠.



독재 정권이 그런 짓을 했던 것은 ‘편향성’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좌든 우든 상관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만들면 그뿐이었죠. 따라서 독재 정권하에 길들여진 언론은 시간이 지나 정권이 바뀌면, 다시 새로운 정권을 위해 충성을 다하게 됩니다. 어제는 우파언론이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좌파 언론이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좌도 우도 아닌 ‘정권파’ 언론이 되는 것이죠.



언론총파업은 언론이 ‘정권파’ 언론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단지 현 정권에 대한 저항이 아닌 거죠. 앞으로 있을 모든 권력에 대한 저항, 언론이 그 모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저항, 권력의 시녀였던 독재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언론총파업은 조중동의 mbc만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중권의 조선일보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때요, 편향되어 있지 않고 공평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