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TV, 깊숙히 들여다보기/'무도' '1박2일' '패떳' 집중분석

‘1박2일’ 막내 PD가 밝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흥행 비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2. 2.


출연자들을 일정한 상황에 빠뜨리고
그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특히 누리꾼들은 이제 드라마보다도 

리얼리티 프로그램 이야기를 더 많이 합니다.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꼭 봐야할
일종의 원전이 되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왕좌를 차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언론노조 총파업 때문에 생겼습니다.
총파업에 동참한 김태호 PD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연출했던 <무한도전>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고,
제작거부에 들어간 유호진 PD(<1박2일> 막내 PD)와 수다를 떨다가 <1박2일>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분석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유호진 PD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것으로 대략 4가지가 꼽혔습니다.


(주, 아래 내용은 유호진 PD가 전부 얘기한 것이 아니라, 유호진 PD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1) 관계맺기의 미학 


TV 예능 프로그램은 대략 4단계의 발전 단계를 거쳤습니다. 1단계, 단순한 ‘개인기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이어 재미있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에피소드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안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설정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설정의 시대 - 캐릭터의 시대’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 바로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은 ‘관계맺기의 시대’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캐릭터들이 서로 놀리고 골리다가 풀어지고 돕고 배신하며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바로 핵심입니다. 은지원이 ‘은초딩’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같은 강호동에게 깐죽거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캐릭터를 잡지 못해 존재감이 없던 김수로도 이천희와의 관계를 통해서, 며느리 괴롭히는 시누이같은 ‘밉상’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캐릭터를 잡지 못하던 김종국도 부모의 재혼으로 함께 살게 된 이복남매같은, 이효리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유호진 PD는 이것을 수학의 개념인 ‘팩토리얼’로 설명하더군요. 단순하게 일대일 관계가 아니라 둘의 관계에 다른 사람이 어떤 관계를 맺어오고 또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열린다는 것이죠.



오른쪽이 '1박2일' 막내PD인 유호진 PD다.



2) 주도그룹과 안티그룹의 각축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부족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은, 더군다나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은 피곤한 일입니다. 개별화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누리꾼들은 현실에서는 그런 번거로움을 회피합니다. ‘혼자 노는 세대’인 누리꾼에게는 그런 원경험이 적어서 이런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에 더 호기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6~8명의 소그룹이지만 그 그룹 안에서도 주도그룹과 안티그룹이 나뉩니다. 대체로 유재석 강호동 등 진행자를 중심으로 한 주도그룹이 있고 박명수 윤종신 등 뒷방어른을 중심으로 한 안티그룹이 있습니다. 어느 그룹에 속할 것인가, 그 그룹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출연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주도그룹과 안티그룹이 일진일퇴를 하는 과정에서 간단한 드라마들이 만들어집니다.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설계된 겹겹의 긴장감을 더욱 실감나게 느끼려면 그 중 한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면 됩니다. 각 세대가 투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미 드라마에서 많이 이용되는 기법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는 밀리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투사해서 상황을 함께 겪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세대를 대신해서 할 말을 다해줘야 합니다.



3) 가학과 피학의 정교화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벌칙을 정해놓고 경쟁하는 코너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가학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이 부분을 빼면 뭔가 빠진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진화한 것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가학적인 벌칙 장면 자체를 즐기게 만들었던 데 반해, 지금은 벌칙을 받게 되는 과정까지의 긴장감을 즐기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마치 매를 맞기 위해 기다릴 때 공포가 매를 맞는 순간보다 더 괴롭듯, 벌칙에 이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벌칙에 이르는 과정이 정교하게 설계된 것과 함께, 벌칙을 수행하는 과정 또한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단 정해진 벌칙은 반드시 수행하게 만들지만, 그 벌칙이 단순하게 고통을 당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결과를 남길 수 있도록 승화되어 있어서 하나의 드라마를 또 만들어 냅니다.



일주일 내내, 6박7일 동안 '1박2일'을 시청할 수 있다.




4) 간섭의 최소화


유호진 PD는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리얼리티’라고 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리얼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 때문이 아닙니다. 출연자들이 진짜 자신처럼 행동해야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박2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몰카(완전 몰카는 아니고 자동 녹화 카메라)입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행동거지가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진은 현장 인원을 최소화 하려고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불문율이 있는데 바로 현장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자사 연예 정보프로그램에도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방인’이 촬영장에 오면 출연자들이 그들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면 녹화를 망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이 공개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에는 그런 대본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대본이 따라하라는 대본이 아니라 그런 설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 하나를 제시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유호진 PD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대본은 최악을 겨우 피하는 ‘차악의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본대로 갔다는 것은 촬영을 완전 망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을 계속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와 관련한 의견도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알자지라>의 자존심, '적들도 믿는다'
왜? 정확하니까.

<독설닷컴>의 자만심, '적들도 클릭한다'
왜? 궁금하니까.

지난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독설닷컴'은
올해도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을 막아
한나라당과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 사영화'를 저지하겠습니다.

'독설닷컴'을 직접 받아볼 수 있는
Hanrss 구독 을 많이 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독설닷컴카페(cafe.daum.net/poisonstory)'에 오셔서
재밌는 '뒷담화'도 나누시기 바랍니다.


'YTN 해직기자 조승호 후원회' 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월14일이면 그와 동료기자 5명이 해직된지 100일이 됩니다.
그 전에 후원회원 1백명을 모집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동참하실 분은 gosisain@gmail.com으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금전적 후원은 언론노조 'YTN 해직기자 후원계좌'에 개별적으로 하시면 됩니다.

056-01-130734(농협)
/ 407501-01-135697(국민은행)
/ 035-067388-01-011(기업은행)입니다
(예금주 :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