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닷컴'에서는 2월 중점 포스팅 테마로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리얼리티 체험 버라이어티쇼를 설정하고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았는지
그 비밀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박2일' 막내PD인 윤호진 PD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흥행 조건에 이어
리어리티씬을 연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2009/02/02 - [분류 전체보기] - ‘1박2일’ 막내 PD가 밝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흥행 비결
1) 김태호에서 MBC 예능 계보가 완성되었다
김태호 PD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MBC의 예능 계보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MBC 예능 계보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Born to Fun' 계보와 'Beyond Fun' 계보가 그것입니다.
'절대 오락'을 추구하는 '본 투 펀' 계보는
송창의-은경표-고재영-여운혁으로 이어집니다.
'오락, 그 이상의 오락'을 추구하는 '비욘드 펀' 계보는 쌀집아저씨,
김영희 PD(현PD협회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김태호 PD는 '본 투 펀' 계보에 있지만,
'비욘드 펀' 계보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PD입니다.
오락프로그램의 본령은 재미입니다.
그 재미를 살리면서도 의미를 담아내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김태호 PD의 장점입니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선발비용과 훈련비용을 보태주기 위해 '봅슬레이편'을 기획한 것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MBC 예능의 두 계보의 장점을 잘 조합한 것이 바로 김태호 PD의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김태호 PD는 '개념 있는 자막'을 통해서 성숙한 정치의식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거치면서 '정치적 올바름'까지 획득하면서,
김태호 PD에 대한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시청자들은 김태호 PD가 파업한 이유에 대해서 납득했고, 결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파업 이후 쉽게 반등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노조 총파업' 때 제가 놀란 것은
김태호 PD에 대한 관심이 MBC 유명 아나운서들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어떤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예능PD가 대학생들의 선호 직업 1위라는데, 김태호 PD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김태호는 출연자를 감동시킨다
방송프로그램의 권력관계는 카메라 안과 카메라 밖이 정반대입니다.
카메라 안에서는 PD가 절대자처럼 보입니다.
PD가 시키면, 아무리 곤란한 것이라 할지라도 출연자들이 다 합니다.
그래서 PD가 세보입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는 그 반대입니다.
유명 연예인이 절대자입니다.
PD는 그들에게 휘둘리는 나약한 갈대일 뿐입니다.
특히 김태호 PD처럼 갓 입봉한 초짜 PD가
유명 연예인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끌고가는 것은
강아지가 황소 떼를 몰고가는 것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김태호 PD는 그 지점에서 성공했습니다.
김태호 PD는 출연자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김태호 PD가 출연자들을 감동시킨 코드는 바로 '근면'이었습니다.
촬영장의 세세한 부분부터 마지막 자막까지 다 챙겼기 때문에
매회 편집이 끝나면 거의 탈진할 지경에 이르곤 했다고 합니다.
그의 '근면'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사IN'을 창간하고 학교 후배인 김태호 PD에게 외고를 부탁했을 때 일입니다.
거듭 부탁해도 안 들어주길래, 다른 후배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후배는 도리어 저를 타박하더군요.
"형, 태호 편집 끝나면 쓰러져서 링겔 맞는 애예요. 형이 너무하신 거에요."
다른 하나는, 김태호 PD 밑에서 조연출을 하는 다른 후배에게 들었습니다.
김태호 PD같은 완벽주의자 밑에서 일하니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 후배는 의외의 답을 했습니다.
"아이에요. 편해요. 김태호 선배가 조연출이 할 일까지 다하거든요.
세심한 부분까지 자신이 직접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프로그램에 완벽하게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태호 PD는 유재석을 감동시켰고,
그리고 유재석을 움직일 수 있는 PD가 되었습니다.
요즘 예능 PD 능력의 척도는 유명 연예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초짜 PD가 당대 최고의 MC를 움직였으니, 평가해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3) 김태호 PD는 설정의 귀재다.
요즘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정, 즉 출연자의 캐릭터를 잘 잡는 것입니다.
김태호 PD는 출연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성향에
프로그램에 필요한 역할을 잘 믹스해 효과적인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출연자가 자신의 성향대로 거침없이 행동해도
시청자들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캐릭터를 만끽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동원된 것이 바로 현란한 '자막신공'이었습니다.
자막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시청자에게 출연자의 캐릭터를 각인시켰습니다.
자신이 그린 '무한도전' 안의 세계를 시청자들의 머리속에 그려주었습니다.
반복된 학습으로 시청자들은 그 세계를 받아들였고, 그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해석을 강요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부여할 때, 김태호 PD는 '사소한 욕망'에 주목했습니다.
'사소한 욕망'에 집착하는 캐릭터들은 '순풍산부인과'의 캐릭터처럼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출연자들이 '사소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벌이는 사소한 이야기를,
'이나중 탁구부'같은 기괴한 세계를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면서 김태호 PD는 '예능 프로그램의 황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보론> 너무 칭찬만 한 것 같아서 '무한도전'의 위기도 좀 짚어봅니다.
1) 재미가 떨어진다.
'독설닷컴'에 올린 '무한도전'에 관한 글을 보고 어떤 분이 그런 댓글을 남겼더군요. '무한도전이 1/2나 패떳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무한도전을 본다. 더 의미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시청자가 재미없어졌다고 자각하고 있다는 것은 위험 신호인 것 같습니다.
2) 비호감 캐릭터에 대해서 비호감이 커진다.
'무한도전'의 매력은 비호감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시청자들이 이를 만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비호감 캐릭터에 대해서 비호감이 생긴다고 말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를 상쇄할 '감동코도'를 만들던지, 어떤 대안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3) '관계 맺기'가 단순하다.
'독설닷컴'에 올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댓글 중에 그런 글이 있었습니다. '나는 내일 시험이 있다고 해도 우리 아이에게 '1박2일'을 보게한다'라는 글이었는데, 그것은 '1박2일'을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고 남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관계맺기'가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에 비해서 '무한도전'은 단순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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