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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깊숙히 들여다보기/'무도' '1박2일' '패떳' 집중분석

'패떳' 이효리가 완벽한 스타 모형인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2. 7.


연예계 데뷔 12년 째,
그러나 여전히 효리는 인기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몸빼 바지를 입고 나와서 푼수를 떨지만
'효리만큼 예뻐지자'는 인터넷 카페에는
수십만명의 누리꾼(34만명)이 
그녀의 패션을 따라 입는다.

남자들 사이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중성적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웃을 때 눈가에 잔주름이 심하게 잡히지만 
여전히 '섹시효리'란다. 

우리는 왜 효리를 좋아할까? 






핑클에서 솔로로 데뷔한 효리가 본격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2003년 여름이었다. 당시 효리는 이틀에 한 번꼴로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효리의 허리 나이가 열일곱 살이라거나, 효리는 10분 만에 남자를 유혹할 관상이라고 하는가 하면, 효리처럼 고치려면 3천8백만원이 필요하다는 둥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보도되었다. 극성스런 기자들은 효리에 관한 티끌만한 정보라도 얻기 위해 학창 시절 담임 교사를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효리 혼자서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그동안 핑클 전체가 벌어들인 돈보다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효리의 경제적 가치가 3백억원이 넘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당시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여전히 효리는 인기가 좋다. 그녀가 섹시한 이미지의 여성 연예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기적적으로 장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창업 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도 통용되는 원칙이다. 특히 섹시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빠져나간 뒤에 그 몸매를 계속 유지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몸빼 바지를 입고 나와서 남자 출연자에게 헤드락을 거는 효리를, 사람들은 여전히 섹시하다고 말한다(그래도 섹시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섹시하게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인정하는 것이리라). 이제 귀여운 '국민 노처녀'의 반열에 오른 효리, 우리는 왜 효리를 좋아할까. 그것을 그녀의 데뷔시기와 신드롬 시기를 통해서 알아보았다(이에 관해 이전에 썼던 기사를 다시 고쳐봤다).


효리를 키운 것은 크게 7S로 요약할 수 있다.
System(스타 시스템)
Scandal(유방 성형 논란)
Summer(여름)
Sex(섹스 어필)
Strong(강한 여성상)
Story(엽기적인 자기 고백)
Style(패션 리더),
바로 이 일곱 가지 키워드가 이효리 신드롬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이다.





스타시스템  Star System 


이 중 스타 시스템은 오늘의 효리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먼저 데뷔 시절로 돌아가 보자. 효리는 전형적인 ‘길거리 캐스팅’ 연예인이었다. 1998년 초, SM엔터테인먼트의 SES에 대적할 미소녀 그룹 핑클을 결성하던 대성기획(현 DSP엔터테인먼트)은 서울 압구정동 거리에서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웃는 모습이 유난히 매력적인 효리를 발굴했다. 음반 녹음이 거의 끝난 상황이었지만 그룹에 섹시한 이미지를 보충하기 위해 기획사는 과감히 효리를 기용했다. 효리가 합류함으로써 핑클은 남성이 바라는 이상적 여성상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여성 그룹이 되었다. 귀엽고 섹시한 효리,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예쁜 유리, 포근하고 편안한 주현, 털털하고 중성적인 진이. 이로써 핑클의 이미지 지도는 완벽해졌다.


데뷔에는 성공했지만 핑클은 활동 기간 내내 선발 주자인 SES에게 밀렸다. 핑클의 음반 판매량은 늘 SES보다 10만장 정도 적었다. 그러나 아이돌 스타에서 성인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면서 역전이 일어났다. 체격 조건이 왜소하고 동안이던 SES 멤버들이 쉽게 성인 이미지를 얻지 못한 반면 핑클은 무난하게 이미지 전환에 성공했다. 이미지 분화가 잘 되어 있었던 핑클은 솔로 전향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DSP엔터테인먼트는 핑클 멤버들에게 개인 활동을 시키면서 한국식 스타 모형을 따르게 했다. 스타가 일체의 사생활을 숨겨 신비스런 느낌과 카리스마를 유지하는 일본식 스타 모형과 달리 한국식 스타 모형에서는 스타가 철저하게 자신을 까발리고 팬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친근감을 준다. 이에 반해 SM은 일본식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했다. 결과는 극과 극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뮤지션이라 자부한 SM의 문희준은 네티즌의 비웃음거리가 된 반면 오락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나선 효리는 국민 스타로 떠올랐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부터 효리는 외국 스타들의 검증된 스타일을 도입해 자신의 섹시한 이미지를 보강했다. 보아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모형을 도입해 강한 솔로 가수 이미지를 구축한 것처럼 효리는 제니퍼 로페스와 비욘세 놀즈의 스타일을 도입해 섹시함을 강화했다. 마돈나 안무가의 춤 지도를 받은 효리는 일본 스타 아무로 나미에의 여신 이미지를 앨범에 도입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스캔들  Scandal

연예계 생활 6년째로 사람들이 다소 식상해 있던 효리의 이미지를 재발견할 수 있게 도운 것은 어이없게도 유방 성형 논란이었다. 유방 성형 논란은 적절한 스캔들이 연예인의 인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자신의 모델이었던 제니퍼 로페스가 엉덩이 성형 수술 논란으로 섹시 스타로 떠올랐듯이 효리 또한 유방 성형 논란을 통해 섹시 스타 이미지를 굳혔다.


유방 성형 논란과 함께 효리가 스타덤에 오르도록 도운 또 하나의 스캔들이 있다. 바로 X양 사건으로 알려진 스캔들이다. 이 스캔들의 내용은, 효리가 인기 남자 연예인 5명을 번갈아 사귀었다는 것으로, 1979년생인 그녀가 또래 연예인 모임인 79클럽에서 강 타·신혜성·이지훈·이기찬·성시경과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이 와전된 것이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퍼진 이 소문 때문에 ‘플레이 걸’ 이미지를 갖게 된 효리는 여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여름  Summer

스캔들을 통해 인기 상승의 잠재적인 조건을 확보한 효리는 노출의 계절 여름이 되자 신드롬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효리는 무대뿐만 아니라 ‘여자 드림팀’ ‘보야르 원정대’ 등에서 마음껏 노출을 즐겼고, 남성 독자의 눈길을 끌 섹시한 사진이 아쉬웠던 스포츠 신문은 카메라 렌즈를 효리에게 정조준했다.


스포츠 신문의 주독자층인 넥타이 부대와 대학생은 군대와 중고등학교 시절 핑클을 좋아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효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1면에 효리 사진이 있는 날의 가판 판매량이 10% 이상 늘어나는 ‘효리 효과’가 확인되자 스포츠 신문들은 효리 사진을 싣기 위해 억지 기사를 앞다투어 쓰기 시작했다.





섹스 어필  Sex Appeal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8월14일, 첫 솔로 앨범 <스타일리쉬>를 발표한 효리는 단숨에 김완선·엄정화·백지영을 잇는 섹시 여가수로 떠올랐다. 미나·유니 등 그동안 숱한 여가수들이 도전했지만 영광을 허락하지 않았던 이 ‘지존의 자리’는 핑클 시절부터 쌓아온 섹시한 이미지와 스캔들을 통해 그런 이미지를 더욱 보강한 효리에게 돌아갔다.


효리가 가진 섹시한 이미지는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이 100여년 역사를 통해 검증한 여배우의 섹스 어필 모형과 거의 일치한다. 할리우드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햇병아리 가운데 가장 섹시하며, 섹시한 여배우 가운데 가장 햇병아리’ 인 여배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녀이면서 요부이고, 여성적이면서 남성적이며, 나쁘면서 착하고, 애인이면서 친구 일 수 있어야 하는데, 효리는 여기에 부합한다.





강함  Strong

할리우드가 요구하는 고전적인 섹스 어필 외에 효리는 요즘 세대가 요구하는 강한 여성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중성적이면서도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샤크라의 황보와 주얼리의 박정아 등이 요즘 인기 있는 여가수들이다. 짱구형의 고집스런 이마, 적당히 벌어진 어깨, 단련된 복근, 두터운 허벅지, 가무잡잡한 피부로 건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효리 역시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나아가 효리는 자신이 사회를 본 <해피 투게더>를 통해 스스로 스타성을 증명했다. 신동엽이라는 당시 최고의 MC와 사회를 보면서도 전혀 주눅이 들거나 밀리지 않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해피 투게더>에서 효리는 사회를 보면서도 적절히 자신을 화제의 중심에 놓을 줄 알았다.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효리는 유재석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어디에서든 자신의 자리를 찾을 줄 알았다.





스토리  Story

특히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듯한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는 ‘쟁반 노래방’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을 매력적으로 전달하면서 효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들어맸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잘못을 하면 아빠한테 맞고 벌로 고추장을 먹어야 했다” (재미 삼아 유서를 쓰면서) “원 빈과 사귀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서 안타깝다” (연애담을 밝히면서) “현재는 교제 중인 사람이 없으니 작업 좀 걸어달라”며 자신에 대한 엽기담을 풀어놓은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타일  Style

마지막으로 효리 신화를 단단하게 해준 것은 바로 그의 추종자들이다. 인터넷 다음카페 ‘효리만큼 예뻐지자’에는 ‘이효리 워너비’(이효리처럼 되려는 사람) 25만명이 모여 있다. 여성 연예인이 스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그 스타일이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야 온전한 스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효리의 스타일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녀가 강남 스타일을 버리고 강북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효리는 명품에 의존하는 ‘패션 귀족주의’를 버리고 동대문 보세 옷을 중심으로 한 ‘패션 서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마치 뉴욕 뒷골목의 스타일을 자신의 패션에 도입한 제니퍼 로페스처럼 효리 역시 과감히 길거리 패션을 고수함으로써 자신의 스타일을 대중화했다.





효리는 노래를 가장 잘 하는 가수도, 춤을 가장 잘 추는 가수도 아니다. 이효리 신드롬이 갖는 부가가치도 생각만큼 대단하지는 않다(104쪽 상자 기사 참조). 이효리 신드롬은 미디어가 만들어 낸 거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반 시장 불황을 대형 스타 출현을 통해 돌파하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여망과, 어렵고 힘든 불경기를 극복하며 효리에게 위로받고 싶어하는 팬들의 소박한 소망은 효리를 ‘시대의 피그말리온 조상(彫像)’(왕의 사랑을 받고 여자로 변한 상아 조각)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