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김태호 PD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친한척했는데 청첩장도 못받았다고 툴툴거렸더니,
등기로 청첩장을 보내서 엄청 놀랬습니다.
(제가 하도 고소 고발 관련 등기나 내용증명 등기를 많이 받아서, 등기란 얘기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킵니다.)
어쨌든 직접 가서 축하해주고 싶었습니다.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비롯해서 여러 연예인이 참석했지만,
(생각보다 연예인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가까운 연예인들만 부른 듯.)
제 관심사는 오직 주례를 맡은 '쌀집아저씨' 김영희 PD였습니다.
이 결혼식은 김영희 PD가 주례로 데뷔하는 결혼식이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웠습니다. 후배 PD에 의해 주례로 캐스팅된 김영희 PD가 어떤 액팅으로 답할지.
(<무릎팍도사> 캐스팅에 이어 가장 부담스러운 캐스팅이었을 듯.)
김영희 PD는 또 다른 캐스팅으로 현명하게 주례 역할을 소화해 내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과 랄프 왈도 에머슨이라는 시인(혹은 철학자)을 캐스팅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 <선물의 집>과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를 들려주었는데, 정말 잘 고르셨더군요.
듣고서 집에 가서 꼭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의 시는 이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부부에게 적합한 잠언인 듯 하고
뒤의 시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두 청춘남녀에게 적절한 고언인 듯 했습니다.
이날 결혼식 사회는 MC 유재석씨가 보았습니다.
'국민사회자'의 사회를 직접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김태호 PD와의 뒤바뀐 관계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5년 동안 김태호 PD가 유재석씨에게 큐를 주었는데,
이날 하루만은 유재석씨가 김태호 PD에게 큐를 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재석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5년 동안 보지 못했던 김태호 PD의 춤을 주문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1층에 포토라인이 있더군요.
보도진이 결혼식장 안으로는 거의 들어오지 않아 결혼식은 조용하게 치러질 수 있었습니다.
다함께 김태호 PD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기를 바라며
김영희 PD가 들려주었던 두 편의 시를 올립니다.
함께 감상하시죠.
선물의 집
이해인
사랑할 때 우리 마음은
바닥이 나지 않는 선물의 집
무엇을 줄까
어렵게 궁리하지 않아도
서로를 기쁘게 할 묘안이
끝없이 떠오르네
다른 이의 눈엔 더러
어리석게 보여도 개의치 않고
언어로, 사물로 사랑을 표현하다
마침내는 존재 자체로
선물이 되네, 서로에게
사랑할 때 우리 마음은
괴로움도 달콤한 선물의 집
이 집을 잘 지키라고
하느님은 우리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준 것이겠지?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의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의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저는 이 두 귀절이 특히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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