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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이 만난 사람

"이명박이 말하는 배후가 우리를 말하는 것 같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6. 5.

“이명박이 말하는 배후가 우리를 말하는 것 같다” 
다음 아고라 활동 통해 촛불집회 가두시위 주도한 네티즌 인터뷰


‘조문환(가명)’과 ‘나호철(가명)’은 촛불집회장 주변을 서성거리는 정보과 형사들과 국정원 직원들이 가장 애타게 찾고 있는 인물들이다. ‘다음 아고라’ 토론장을 주도하는 이들이 가두시위의 선봉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찾아내라고 그토록 역정을 냈던 ‘과격 시위’의 배후인 셈이다.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이들은 거리에 있다. 다른 참가자들보다 일찍 나와서 집회를 준비하고, 집회를 정리한 후 다른 참가자들보다 늦게 돌아간다. 이들은 정보과 형사 옆에 있기도 하다. 정보과 형사가 본부와 무전 연락을 하는 것을 엿듣고 이를 바탕으로 가두행진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들은 비판도 듣는다. 촛불집회가 과격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촛불집회는 광우병대책회의를 중심으로 한 다수의 비둘기파(온건파)와 ‘다음 아고라’ ‘다함께’ 등이 주축이 된 소수의 매파(강경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비둘기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촛불문화제가 끝나면 이후 거리행진은, 특히 공식 해산 이후의 거리 시위는 소수의 매파가 주도한다.


이 매파의 중심에 ‘다음 아고라’를 통해 모인 ‘아고리안’들이 있다. 매일 밤 동화면세점 앞에서 ‘아고라’ 깃발 아래 모이는 수백명의 ‘아고리안’ 시위대를 태동시킨 인물이 바로 조씨와 나씨다. 시사IN 거리편집국은 이들을 만나 5월24일 이후 시작된 가두시위 과정을 복기해 보았다.


조씨아 나씨는 둘 다 386 세대 입시학원 강사다. 학원을 직접 운영하는 나씨나 강남 인기강사인 조씨는 고소득을 올리는 중산층이다. 촛불집회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이 둘은 ‘다음 아고라’ 토론방을 통해 서로 알게 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가두시위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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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4일 밤 첫 가두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이뤄졌나?

‘아고리안’들이 동화면세점 앞에서 모여 있다가 촛불문화제가 끝날 무렵 광화문을 건너와서 청계광장의 시위대를 지나 종로 쪽으로 진출했다. 우리 뒤로 촛불문화제 참가자 수천 명이 따라왔고 그것으로 첫 가두시위가 시작되었다.


- 둘이 가두시위를 미리 기획했나?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것으로 서로 연락하다 5월22일 둘이 처음 만났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5월23일 준비를 거쳐서, 5월24일 실행하게 되었다. 우리가 386세대지만 386의 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특히 폭력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 그런 내용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렸나?

우리는 ‘다음 아고라’에서 지명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가 글을 올리면 ‘아고리안’들이 추천을 해서 ‘베스트게시판’에 오르게 만든다. 그러면 다른 ‘아고리안’들이 보고 실행한다.


- 그날 이후로 촛불집회가 다소 과격해진 것 아닌가?


촛불만 들고 있어서는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정부는 ‘5년 동안 촛불 들고 있어봐라’ 하는 식으로 나오는데, 갑갑했다. 그동안 촛불집회를 주도한 여고생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우리 같은 386들이 새로운 투쟁을 전개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날 ‘아고리안’들이 처음으로 ‘이명박 탄핵’과 ‘독재 타도’ 구호를 외쳤다.


- 경찰의 대대적인 강경진압이 있었던 5월31일 시위도 복기해달라.

이날 아고라 깃발이 처음 등장했다. ‘아고리안’들은 ‘우리는 무조건 선두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청와대로 갈 수 있는 길을 다섯 군데 정도 생각해 놓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을 집중공략하기로 했다. 그날은 대학생들도 많이 와서 동참했다. 고려대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들과 동십자각 쪽을 집중 공략했다.


- 둘을 지도부 혹은 배후로 볼 수 있을까?

일단 지도부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지도부로 뽑힌 적도 없고 지도부를 자처한 적도 없다. 그러나 이명박이 말하는 촛불집회에 배후가 있다면, 우리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열심히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 경찰이 둘을 잡아가면 가두시위가 멈춰질까?

그것도 대비하고 있다. 우리 역할을 이어서 할 사람이 벌써 대기 중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없더라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불은 우리가 지폈지만 이제 스스로 타오르고 있다. 활활 타는 장작에 성냥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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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조문환) 매일 일찍 나와서 경찰의 병력배치 상황을 확인하고 오후 3시에 그 날의 시위 계획을 올린다. 우리의 이동 코스의 목적지는 무조건 청와대다. 그것 때문에 가끔 다른 시위자들과 언쟁이 있기도 하다. 광화문 뒤 경복궁 안에서 모이는 것을 시도한 적도 있다.

(나호철) 제반 준비상황을 체크한다. 아고라 깃발에 ‘토론의 성지, 아고라’에서 ‘민주화의 성지, 아고라’도 추가하려고 한다.


- 가두행진이 신촌으로 행했던 적도 있지 않았나?

신촌이 유동인구가 많아서 선전효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 다른 사람들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의료봉사팀을 맡은 사람, 예비군팀을 맡은 사람, 보급팀을 맡은 사람, IT팀을 맡은 사람 등이 별도로 움직인다. 각 팀을 리드하는 리더도 따로 있다. 누구도 이들을 임명한 적도 없지만 이들은 스스로 역할을 찾아 일을 하고 있다.


- 전경차를 잡아당겼던 밧줄은 누가 가져왔나?

어떤 ‘아고리안’이 아이디어를 내니까 누군가 확성기와 25미터 밧줄 8개를 준비해왔다. 다른 ‘아고리안’은 식용유를 준비해와서 차바퀴에 뿌렸다.


- 그 외에도 많은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송곳 가져와서 전경버스 찌르시면 안돼요. 빵꾸나요. 본드로 앞 유리창 바르면 안돼요. 운전수가 앞을 못봐요. 설탕을 유류구에 넣으면 안돼요. 엔진이 고장나요. 식용유 가져와서 전경 장갑에 뿌리시면 안돼요. 방패를 못잡아요.’ 그런 팁들을 올린다.


- 집회에 나오는 사람은 소수고 대다수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활동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집회에 못나오는 주부들은 주로 조중동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에 대한 ‘압박전화 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 오기로 한 주부들은 ‘유모차부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최근에 일고 있는 한겨레 경향신문 구독 운동이나, 네이버 탈퇴 움직임이나 여러 움직임을 서로 제안하고 실행한다. 조중동 중에서 조선일보부터 치자고 하는 등 매일 매일 새로운 숙제가 올라온다.


- ‘안티명박’ 같은 인터넷 카페도 있는데, 왜 ‘다음 아고라’가 중심이 된 것인가?

사람들이 중심을 두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인터넷 카페도 운영자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나. 그런 방식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펴고 그 중에서 대중에 의해 선택된 방식으로 판이 굴러가는 것을 선호했다.

요즘엔 ‘다음 아고라’ 관리자가 정부의 압박을 받는 것 같다. 추천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우리가 올린 글이 ‘베스트게시판’에 못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몇몇 ‘아고리안’이 이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해외사이트에 ‘아고라 임시정부’를 열기 위한 기술적 준비를 끝냈다고 한다.


-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고 있나?

한총련 등에서 접촉해왔지만, 그냥 각자 알아서 하자고 했다. 개인 자격으로만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어려움은 없나?

‘가두시위’ 과정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위한 치료비 모금과, 연행되었던 사람 중에 나중에 기소되는 사람을 위한 변호사비, 그리고 각종 벌과금을 지원하는데 쓰일 비용을 모금하려고 한다. 그런데 임의로 계좌를 만들 수 없어서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는 민변 측과 상의하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6월6일 12시부터 연속 집회를 하려고 한다. 보급을 맡은 ‘아고리안’들이 이를 위해 3천4백만원어치 정도의 김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