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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 지키미 게시판/김은희 여사 헌정 게시판

<PD수첩>의 반쪽, '작가수첩'을 말한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4. 1.


검찰의 <PD수첩> '광우병편' 재수사와 관련해,
새롭게 재조명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작가저널리즘'에 대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검찰 수사의 '피의자' 신분이 됨으로서 '작가저널리즘'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PD수첩> 재수사에서 검찰은 메인작가였던 김은희 작가와 보조작가였던 이연희 작가를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방송작가를 프로그램 제작의 주축으로 인정한 첫 사례가 되었다.

김은희 작가와 이연희 작가의 시점에서 보자면,
이들은 검찰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작가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부당한 수사에 맞서고, 취재원본을 지킴으로서 취재원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동료작가들 역시 굳건히 대오를 만들어 이들을 지키고 있다.
전대미문의 수사에 대한 전대미문의 대응으로 '구성작가'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MBC 구성작가들 뿐만아니라 KBS SBS EBS 작가들까지도 함께 하고 있다.

마지막, 프로그램 제작의 관점에서 '작가저널리즘'의 존재감을 살필 수 있다.
<PD수첩>의 또 한 축은 '작가수첩'이었다. 
이에 관해 얘기하려면 방송사 내부 사정을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광우병편'으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사실 <PD수첩>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인력배치가 문제였다.
보통 방송계에서 시사고발프로그램 제작의 적기는 8년차~12년차라고 한다. 
어느 정도 경험도 있고 열정도 있는 이 시기에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PD수첩>은 이 허리힘이 약했다. 
물론 년차가 적은 PD들도 현장 돌파로 얼마든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고참 PD들도 열정을 가지고 제작할 수 있다. 
그냥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이를 피해서 배치한 것은 의도가 있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KBS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래 KBS 시사교양PD의 수급구조는  
<생방송 시사투나잇>가 사관학교 역할을 해서 길러내면  
<추적60분>이나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 등에서 꽃을 피우는 형식이었다. 

관록 있는 PD와 돌파력 있는 PD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정권 하에서 시사고발 프로그램 PD 연차가 낮아지는 현상이 각 방송사에서 공히 나타났다.
허리힘이 약해졌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다.  
(이런 내용은 KBS PD들이나 MBC PD들의 술자리에서 두루 들었던 이야기다.)

부족한 허리힘을 보완해주는 존재가 바로 고참 메인작가들이다. 
김은희 작가도 그 중 한명이었고, 
이들이 든든히 뒤에서 받쳐주었기 때문에, 
PD들은 현장에서 마음껏 취재할 수 있었다. 

김은희 작가는 이춘근 PD에게 누나와 같은 존재였고, 
김보슬 PD에게는 언니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사실 작가입장에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편이 훨씬 낫다. 
아는 대로 말하고 아는 대로 협조하면 처벌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굳이 험난한 길을 택했다. 

검찰의 <PD수첩> 작가 수사,
여기서부터 '작가저널리즘'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 김은희 작가에 대한 글을 독립PD협회 이성규 PD님이 보내왔다. 
정리해서 한번 올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올리지 못했던 글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소개한다.


<오마이뉴스>의 김은희 작가 인터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97170 


공감의 원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방송작가 


글 - 이성규 (독립PD협회)

TV 시청자는 통상 쾌락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시민일 때는 '공감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방송 프로그램이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종종 있다는 것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순간 시청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해 방영된 PD 수첩의 광우병 편 같은 경우를 말한다. 그렇기에 방송 미디어는 상당한 의무와 책임이 강조된다. 종이 매체인 신문도 그렇겠지만, 전파를 타고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방송은 '공공'이란 의무와 책임이 더욱 무겁게 얹혀진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방송 다큐멘터리를 만들까?"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그럴 때 마다 이렇게 대답을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다큐멘터리에 있어서..."

힘' 이란 단어에서 권력의 수상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영상 언어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힘은 사용하기에 따라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언론을 가리켜 사람들은 제3의 권부'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이른바 외주 제작 PD다. 외주 제작 PD란 말은 마치 하청업체의 종사자 같은 격하된 의미가 담겨져 있어 달가운 표현은 아니다. 그러기에 외주PD란 말 대신 독립PD란 말로 대체되고 있다. 독립PD던 외주PD던 나는 방송이란 미디어의 종사자이며, 분명 언론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일정 문화적 권력을 가진 사람인 셈이다.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은 많은 곳에서 유혹을 받는다. 사실과 진실에 입각한 영상보다는 보다 아름답게 포장되는 영상에 대해서 말이다. 신문을 비롯해서 잡지 그리고 방송 매체 등과 같은 미디어들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영향력은 보이지 않는 문화적 권력이 된다.

이성규 - 독립PD는 언론인으로서의 도덕성을 지켜야 한다 中

 

언론은 제3의 권부다. 이러한 명제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부정을 할 이는 그리 없을 것이다. 권력은 슬프게도 부패를 낳는다. 그리고 언론은 다른 권력과 야합하기도 한다. 그래서 언론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사회는 썩어들어간다. 문제는 썩어들어가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다. 지난 해 MBC의 에서 방영된 광우병 편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PD 수첩은 언론의 기본인 감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한 정도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좌익 언론의 선전 선동으로 본다. 그냥 선전 선동 정도가 아니라 거짓말과 과장 그리고 의도적 오역으로 가득찬 그래서 악의로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서 간극이 벌어진다.


오역문제를 짚은 번역가 정지민씨의 카페는 MBC를 좌익 언론으로 규정짓는 이들로 넘친다. 좌 우익 진영 논리를 떠나서 그래서 열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도 MBC는 좌익 언론이 아니다. 이것은 상식이다. MBC는 오른쪽에 가깝다. 또한 PD수첩의 광우병 편이 저의를 가지고 진행된 선전 선동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또한 이명박 정부를 향한 악의에 찬 방송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제작진의 체포영장 발부 그리고 압수수색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만약 중국에서 혹은 북한에서 혹은 쿠바에서 아니면 미얀마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들 나라는 원래 그러니까..." 거기에 촬영 원본을 압수 수색하겠다는 것은 경천동지할 일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한 가지를 더했다. 바로 작가에 대한 체포 영장이다. 보조작가도 포함됐다. 방송 프로그램은 PD 한 사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엔 숱한 인력들이 동원된다. 흔히 제작진의 본영이라면 담당 CP와 PD 그리고 작가를 말한다. 이들은 프로그램의 큰 줄기를 그려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밖에 카메라맨 조명 녹음 엔지니아 영상 엔지니어 편집감독 등 더 많은 이들이 제작에 참여한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PD가 진다. 잘해도 PD 잘 난 것이고 못해도 PD 못난 탓이다. 물론 현실에서 종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서도.... 어찌됐든 여의도란 동네에선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땐, 당연 PD를 향한다. 왜냐하면 PD가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메인작가를 포함해 보조작가까지 수사 대상에 놓고 있다. 방송사 PD는 조직이 있기에 쉽게 다루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작가는 프리랜스 신분이기 때문에 그 어떤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쉽게 말하자. 만만한 것이다. 개인 계정을 사용하기에 작가의 이메일을 뒤지기도 쉽고, 신분이 불안하기에 회유하기도 쉽다.  이번에 수사대상에 오른 작가 김은희씨가 오마이 뉴스에 최근 심경을 밝혔다. 


사실 방송작가를 만만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우선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프리랜스로서 그 어떤 조직과 단체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작가는 실제로도 만만한 상대로 비쳐질 수 있다. 이게 비극이다. 거기에 그 비극을 이용하려 드는 검찰의 수사는 치졸하다 못해 희극이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방송가의 같은 프리랜스인 독립PD들 가운데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 독립PD들은 이제 그 어떤 경우라도 정부 정책을 비판 하거나 의심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 수사로 이미 방송가의 PD들과 기자들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아니할 말로 '몸조심하자'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것이야 말로 언론 탄압이 아니고 뭘까?

 

이제 방송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공감의 원리'는 저만치 밀어넣고, '쾌락의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만 할 것이다. 이제 시청자는 방송에서 '시민으로서의 공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지금 MBC 사옥에서 고통을 안으며 외롭게 버티고 있는 김은희 작가와 이연희 작가에게 동지적 지지를 보낸다. 이들은 텔레비전에서 시민이 당연히 느껴야 할 공감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 이것은 방송인의 의무다.

 
2009년 3월 31일 새벽 1시 20분 즈음, 여의도 618에서.... 

 

PS : 혹시나 싶어 PD수첩 광우병 편의 작가 김은희씨의 강제 수사 혹은 체포 영장에 대한 검색을 해봤다. 검색 결과 참담한 심정이 든다. 모든 초점은 이춘근PD 체포와 MBC의 PD들에게 맞춰져 있다. 오마이뉴스 전관석 기자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가 운영하는 '독설닷컴'에서만 김은희 작가의 이야길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소외다. 모든 것을 다룰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프리랜스 작가에게도 우리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은 관심으로 부터 소외된 이들을 향해 집중적인 공격을 할 것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우리가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이, 외롭게 저항하는 작가는 견디지 못하고 투항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방송사의 정규직이 지키고 있는 언론탄압 저지 투쟁은 한 순간 무너진다. 그러나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비록 방송가의 소외자라 하더라도 그런 투항은 절대 없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