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고
'독설닷컴' 방문자 천만명을 기념하기 위해 '촛불문학상'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촛불은 무엇이었나' 혹은 '지금 나는 어떤 다른 촛불을 들고 있나'를 테마로
글을 받고 있습니다.
촛불 주역들의 연쇄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 당시 '촛불 후보'로 불렸던 국민대 김동환 총학생회장의 답변을 올립니다.
'이명박 정부가 편안히 공부하지도 못하게 한다'는 의미로 촛불집회 장에 책상을 들고 와서 퍼포먼스를 벌였던 그는,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에게 압승을 거뒀다.
그에게 촛불집회의 의미를 물었다.
"촛불은 늦잠과 늦은 깨우침을 선물했다"
김동환(국민대학교 총학생회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였던 만큼, 한국의 민생민주를 정권이 앞장서서 파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위 1%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제고 이는 바로 나의 문제였기 때문에 나섰던 것이지만 쇠고기 문제 이전에 한국의 수구세력이 강하게 결집하고 있었고 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각종 후퇴는 일정 부분 예견된 현상이었다. 이를 막아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촛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촛불을 들기 3개월 전 군대에서 제대를 했다. 개인적 진로를 두고 방황도 있었고 나름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던 중 촛불집회가 열렸고 나는 정의로움과 의기가 있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에서 충격을 느꼈다. 촛불을 나의 진로로 받아들였고 분산되어 있는 대학 촛불을 조직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바쳤다. 촛불은 위선적인 정부에 대한 경고이자, 촛불을 들고 있는 개인 개인에게도 건전한 고민거리들을 안겨주었다는 측면에서 현재진행형이자 우리의 대안이다.
-촛불집회에 마지막으로 참가한 것은 언제이신가요?
굳이 작년 100차가 넘어가는 촛불집회가 아니더라도 2009년 들어서 용산참사 문제를 비롯한 등록금 반값 허위공약 등등으로 인해 촛불집회는 수시로 열리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규모의 참가로는 용산참사관련 촛불시위였다.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때때로 무기력증에 시달릴 때가 있다. 앎과 실천이 괴리되어서는 안되지만 앎과 실천의 결합이 문제해결을 무조건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끔은 의회에서 견제해줄 것을 믿어보기도 하지만 제도적 역량이 터무니없이 미약하다는 것을 볼 때는 실천이 허무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는 촛불집회를 나가지 않고 도서관이나 집에서 생각의 정리를 한다.
-촛불이 당신의 생활을 변화시켰는가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굉장히 늦게 자는 버릇이 생겼다(웃음) 인터넷 시사 검색도 많이 하던 편은 아니었는데 가장 먼저 하루의 시작을 인터넷을 통해 시사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 11월의 총학생회 선거의 당선은 나의 진로, 생활패턴을 모두 바꿔놓았다. 개인만을 바라보던 관점을 바꾸게 된 것도 큰 변화였다.
-촛불이 왜 꺼졌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촛불의 초반에는 조직화되지 않은 개인 촛불들의 열정과 순수함이 집회의 분위기를 리드했다면 정권의 탄압이 시작된 후 개인 촛불들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충돌이 잦아지면서 투쟁의 대열에 적극 참가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나는 그것보다 우리의 내적토대의 취약함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발전과정과 작동원리들에 대한 고찰은 굉장히 중요하다. 몇 개의 조직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민주주의 파괴’를 언급한다면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내용을 중심으로 한 조직화 과정이 좀 더 필요했다. 촛불의 대중화가 더 전진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촛불은 승리했다고 생각하는가요? 아니면 패배했다고 생각하는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진행형이다. 이명박 정권이 어떠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만큼 제도정치에서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지역기반과 조직이 강대하다. 촛불운동이 승리하려면 여론만이 아니라 의회에도 강한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동시에 지역에 고루고루 분산되어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촛불의 과제는 단기간의 가시적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체질을 상승시켜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직 평가를 내릴 순 없다.
-다시 촛불을 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가?
매일매일 촛불이 필요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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