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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그 후/촛불 1주년 기념, 독설닷컴 촛불문학상

촛불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엇이었나?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4. 30.


물대포로 촛불을 끈 이명박 대통령은 언로를 막고 국정 독주를 감행했다.  
촛불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촛불 이후 나타난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시사IN> 85호에 게재한 기사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운(運)’과 ‘화(禍)’를 설명할 때 흔히 언급되는 것이 바로 물과 불이다. 청계천 복원, 한반도 대운하 등 물과 관련된 사업으로 흥하고 남대문 화재, 화왕산 화재, 용산 참사 등 불과 관련된 사고로 화를 입는다는 얘기다. MB를 위협한 최대 불길인 촛불을 물대포로 막음으로써 이 속설은 설득력을 더했다.

MB에게 촛불은 깊은 트라우마였다. 촛불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국민에게 세 번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해 5월2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사과했고, 6월3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라며 고집을 꺾었으며, 6월19일 “청와대 뒷산에서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며 제 자신을 자책했다”라고 또 사과했다. 

MB에게 불은 ‘공포의 원형’이었고 물은 ‘치유의 비법’이었다. 불에 대한 공포(촛불)와 물에 대한 집착(한반도 대운하)의 좌절을 겪으며 그는 대중주의적인 통치 노선을 내려놓고 그 대신 우호 세력 위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측근들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MB의 친재벌·친보수·친부유층 정책이 강화되었다고 분석한다. 

민심의 불을 끄기 위해 MB가 선택한 방법은 소통의 물꼬를 트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소통은 물길처럼 외방향으로 흐르는 반쪽짜리 소통이었다. 소통의 범위와 방향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지 그룹을 대상으로 했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목소리를 전하는 소통에만 주목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주례 라디오 연설이었다.

대선 때 얻었던 압도적인 지지만 믿고 정책을 밀어붙였던 그는 우호 세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울림판’이 되어줄 세력이 없어서 여론전에서 밀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유주의연대·뉴라이트전국연합 따위 뉴라이트 세력은 이때 언론 관련 시민단체나 한반도 대운하 관련 시민단체를 조직해 MB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했다.

우호 세력에 대해서는 보상을 톡톡히 해주었다. 공기업·정부 유관기관·정부 투자기관에 자리를 만들어 우호 세력을 배치했다. 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보수 세력은 ‘이명박 코드’로 무장하고 여론전의 선봉에 섰다. 이런 완충장치를 마련함으로써 MB 정부는 국민과 직접 맞서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우호 세력으로 울타리를 정비한 MB는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기용하고 박영준 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을 국무차장으로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MB 정부 ‘막후 실력자’로 활동하는 천신일 고려대 교우회장과 박 차장으로 이어지는 고려대 라인을 재구축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으로 연결되는 동아일보 라인과 함께 정권의 주축이 되게 만들었다.




절반의 소통, 절반의 불통

나머지 반쪽의 소통에는 젬병이었다. 비판 그룹과의 소통, 국민 목소리를 듣는 소통은 철저히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이 소통은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6월26일 한승수 총리가 “불법 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한다”라고 발표한 후 본격적인 ‘공안정국’이 조성되었다. 집회는 원천 봉쇄했고, 철저하게 자료를 채증해 참가자들을 처벌했다.  

지난해 여름을 거치면서는 방송을 장악하는 데 주력했다.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고 YTN에 대선 후보 시절 방송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을 임명했으며 MBC <PD수첩>은 각종 소송으로 얽어맸다. 반발이 거셌지만 밀어붙였다. 미디어 관련법을 개정해 방송 장악을 완결하려 했으나 언론노조 등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우호 세력은 부추기고 비판 세력은 침묵하게 하는 ‘절반의 소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지난 2월18일 용산 참사였다. 진압 경찰을 포함해 6명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이 아닌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의 ‘폭력시위’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남은 불만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임케 함으로써 갈무리했다. 공안 통치에 세련미를 더한 모습이었다. 

촛불집회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MB는 ‘촛불 트라우마’를 상당히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 위기설에도 경제 사정이 안정궤도를 그리면서 지지율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녹색성장’이라는 담론을 던지고 4대강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지체되었던 각종 정책 실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MB 정부가 상승 국면이라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위기 때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던 MB는 다시 박 전 대표의 손을 놓았다. 경북 경주시 재·보궐 선거를 놓고 한나라당 내 친박 세력과 친이 세력은 극단으로 갈라졌다. 중재자 구실을 하던 이상득 의원까지 박 전 대표와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정치권에서는 MB 정부에게 지금이 가장 위기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과도한 자신감이 만용을 부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대표 사례로 꼽는 것이 바로 ‘박연차 리스트’ 수사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을 아우르는,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는 수사로 승화해야 하는데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 수사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MB 정부의 촛불 대책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했다. “MB 정부의 촛불 대책은 성공했다. 이제 촛불이 그렇게 대규모로 불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심 대책으로는 실패작이다. 이제 국민은 촛불이 아닌 투표용지를 들고 정권을 심판할 것이다. 경기교육감 선거가 그 출발이다. 촛불은 물대포로 막을 수 있지만 민심은 물대포로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독설닷컴> 독자분들께 알립니다

<독설닷컴>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깅을 시작한 지 곧 1년이 됩니다.
방문자 숫자도 어느덧 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시사블로거’로서 이제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독설닷컴'이 '천만인의 블로거'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최근 dogsul.com 이라는 독립 도메인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는 직접 이 주소로 편하게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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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촛불문학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촛불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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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사진, 혹은 동영상 등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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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5일 자정까지 받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촛불은 저를 블로거로 거듭나게 해주었습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독설닷컴>이 누리꾼들에게 알려졌고,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에, 저도 열심히 블로깅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들과 진한 ‘소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생활 10년 경험 중 ‘시사저널 파업’과 함께 가장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낯선 기자블로거를 따뜻하게 맞이해 준 ‘블로고스피어’의 다른 블로거분들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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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게시판에 응모하셔도 됩니다.)

혼자 이 이슈들을 다 소화하려니 과부하가 걸려서 좀 버겹네요.
보수는 따로 드릴 형편이 안 되니, 밥 사고 술 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메일(gosisain@gmail.com)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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