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야기>는 바빠서 다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관심 있게 보는 드라마다.
<모래시계><여명의 눈동자>의 송지나 작가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회를 더할수록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귀가시계’였던 <모래시계>와는 다르다.
<남자이야기>에 대한 언론의 평을 보면 대부분 호평 일색이다.
동의한다.
작품 구성력도 좋고, 주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심지어 채도우 역을 연기하는 김강우에 대해서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팬덤’ 현상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시청률은 ‘안습’이다.
30%를 상회하는 <내조의 여왕>과 경쟁은커녕, <자명고>에도 밀리고 있다.
6~8%를 오가며 악전고투하고 있다.
왜일까?
나는 그 이유를 <남자이야기>가 대마를 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자이야기>의 대마는 ‘남자’다.
남자, 그 중에서도 ‘중장년 남자’가 대마다.
그런데 그들을 TV앞에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송지나 작가가 단점을 보완하는데 주안점을 둔 나머지,
장점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송 작가의 장점은 선 굵은 이야기와 강한 페이소스다.
남자들은 <칼의 노래>와 같은, 비장하고 쓸쓸한 그 어떤 것을 원했다.
그런데, 젊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자격지심 때문이었는지,
송 작가는 트렌드를 따라잡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팬시한 느낌을 주는데 주목한 나머지, 장점을 잃어버린 것이다.
‘거악’이 아닌 ‘소악’을,
‘불굴의 의지’가 아닌 ‘얄팍한 잔머리’를,
고현정이 아닌 박시현을 보면서, 남자들은 흥미를 잃었다.
(남자들이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이전 드라마에 비해 박시현의 연기는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구원의 여신’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비유하자면 ‘록발라드’를 좋아하는 한국 남성에게 인기가 있던 윤도현이
‘나는 힙합도 잘 부른다’며 힙합을 부르고 있는 형국이다.
관객들은 <너를 보내고>를 듣고 싶은데...
이런 양상은 회가 갈수록 더해져서,
캐릭터가 흔들리며 어설픈 코믹 설정도 남발되고 있다.
이젠, 회복이 힘들 것 같다.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한 잘못된 조율,
그러나 이것은 송 작가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다.
‘좌빨정권(보수의 표현에 의하면)’ 10년을 거치면서 ‘거악’의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다는 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군사정권의 권위주의로부터 해방감을 주었던,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저항을 감행하며
묵묵히 져무는 남자들의 모습...그 모습을 원했던 때가 있었다.
'쓰레기만두 보도문제'나 '재개발 철거문제' 등 사회 이슈를 다루지만,
‘거악’이 아닌 ‘소악’을 다룬 이야기의 조각은 단발적인 에피소드를 넘어서지 못한다.
MB시대라는 또다른 권위주의 체제의 갑갑함을 넘어설 솔루션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
386이 지니, 386 정서도 진다고 표현하면 과잉해석일까?
귀하게 보려던 드라마가 싱거워져, 많이 아쉽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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