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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IN 연예人/연예인의 사생활권

송윤아 결혼 반대 청원, 이건 좀 심하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5. 10.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알권리’와 ‘알릴 권리’는 어디까지 일까요?
연예인은 공인일까요?
그들은 공인으로서 모범적인 사생활 관리를 해야 할까요?

배우 설경구씨가 동료배우 송윤아씨와 재혼하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전처와의 이혼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처의 언니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다음아고라에 글을 올리면서 비난 여론이 폭발했습니다.
심지어 아고라 청원에 ‘송윤아 결혼 반대 국민 청원 운동’을 제안한 누리꾼까지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단,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따져보시죠.
나는 이것이 ‘가능한, 거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남이 왈가왈부 하는 것을 싫어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은 이를 감당해내야 할 위치의 사람입니다.
‘연예인의 사생활’ 자체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연예인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가창력과 춤 혹은 연기 등 자신의 재능을 파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얼굴이든 몸매든 분위기든, 총체적인 이미지를 파는 것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바로 사생활을 파는 것입니다.

연예인에게는 사생활도 판매 대상입니다.
그들은 행복해 보이려 애쓰며, 그 행복을 팝니다.
그래서 결혼과 아기 돌 등 자신의 경조사를 이벤트화 합니다.
여기에는 협찬이 붙고 모두다 돈이 됩니다.
(심지어 불행과, 불행의 극복 과정도 상품이 됩니다.)

대중은 이 사생활을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사생활에 가타부타 말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이 된다는 것, 연예인이 되어서 비즈니스 행위를 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대중의 뒷담화에 대해 무언의 동의를 하는 것입니다.

이 사생활에 대한 대중의 잣대는 어리석으면서 변덕스럽고 가혹합니다.
그들은 금방 이혼할 연예인 커플의 ‘위장 행복’에 번번이 속습니다.
협찬사들이 꾸며놓은 신혼방에 감동합니다.

변덕스럽기도 합니다. 결혼을 축복하면서도 이혼을 기다립니다.
이혼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마치 되돌려 받은 듯 기뻐합니다.

대중은 때론 가혹합니다.
그들이 사생활에 대해서 깨끗하다고 전혀 말한 적이 없어도,
사생활의 문제를 접하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댑니다.

(김승우와 이미연이 이혼하고, 김승우와 김남주가 결혼했을 때,
모두가 이미연을 동정하고 김승우를 욕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폭풍으로 김남주와의 결혼에 대해서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계약결혼'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김남주는 '내조의 여왕'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미연 역시,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극복의 대상입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연예인은 공인으로서 모범적인 사생활 관리를 해야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연예인은 유명인으로서 일반인이 자신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으로 족합니다.

연예인은 공인이라기보다는 유명인입니다.
공적 주체인 공인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대와 연예인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대는 다른 것입니다.
서울시장에게, 장관에게, 혹은 국회의원에게 문란한 사생활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연예인은 다릅니다.
연예인은 ‘욕망의 대리자’들입니다.
사람들은 연예인을 자신들의 모범으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투사시켜 대리만족을 얻는 대상으로 활용합니다.
‘욕망의 대리자’들에게 도를 닦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합니다.

정리하자면,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알권리’와 ‘알릴권리’는 어느 정도 용인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공인이니까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하는 식의 가치평가를 하려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경구씨와 송윤아씨의 결혼을 놓고
뒷배경에 관심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가능한 불편한 일입니다’
그런데 ‘송윤아 결혼 반대 국민 청원 운동’까지 일으키며, 이런 식으로 그들의 사생활을 파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더더군다나 불확실한 정보에 기대어,
이런 가치평가를 내리고, 마녀사냥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일부 누리꾼 분 중에서 결혼식이 열릴 성당에 항의전화를 하는 분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 해서는 안될 '가정파괴행위'입니다.

설경구씨 전처의 친언니라고 하시는 분이 올리신 글도,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설사 그것이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설경구-송윤아의 불행을 바래야 하는 이유는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설경구씨에게 준 상처가 나중에 동생분 등 그 가족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설경구-송윤아 두 사람에게도 결혼은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차분히 지켜보면서, 사실관계가 파악되는 것을 보면서, 의견을 정리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주>
댓글들 많이 남겨주셨는데,
간만에 밖에 나가서 영화도 보고 지인도 만나서 한잔 하고 오느라 답글이 늦어졌습니다.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아래 동영상 두 편, 한번 봐주시고,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