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월18일) ‘유네스코 청년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청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사회적 대화’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이었는데, 제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포럼이어서 그 진행 내용을 보러 갔습니다.
입구에서 청년세대의 새 이름을 공모하고 있었습니다.
우석훈-박권일이 명명한 ‘88만원 세대’가 너무 부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몇몇 이름을 올려놓고 스티커로 투표를 하고 있었는데, 별로 와닿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토론회 내내 고민하다가 ‘팝업 세대’라는 이름을 적어보았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팝업창이 새로 열리듯 판을 새로 벌여야 하는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지금 판에서 이들을 위한 답은 ‘88만원 비정규직’ 뿐입니다.
스스로 판을 벌이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프랑스 청년들이 정부가 주택자금 지원을 줄이겠다고 하자 이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만든 포스터. 정부 정책이 실행되면 부모의 침실에서 여친과 거시기 해야 할 지도 모른다며 적나라한 포스터를 제작했다.
국가와 사회와 기업은 이들이 판을 새로 벌일 수 있도록 판돈(seed money)를 내야 합니다.
왜?
이들이 이런 처지에 처한 것은 바로 국가와 사회와 기업의 탓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사춘기 시절에 IMF를 겪은 세대입니다.
IMF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펙 쌓기에 온갖 열정을 바치며 처절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국가와 사회와 기업이 내민 답은 ‘88만원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지금의 청년세대에 대해
‘불안 세대’니 ‘면역력이 약한 세대’니 하는 말로 설명하는데,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아직 희망을 품고 있다면, 그것이 기적입니다.
취업하기 위해 ‘학점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좋고 경험도 많고...다 좋은’ 신이 되어야 하는, ‘스펙 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답을 만들어낼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펙 업’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팝 업’을 통해 새로운 판을 벌여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의 부가가치가 팝콘처럼 뻥 터질 수 있을 것입니다.
왜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인턴은 뽑아서 돈을 주면서,
판을 벌이는 이런 ‘창의인턴’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 것입니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판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광고만 하지 말고 판돈을 내야 합니다.
하이트 광고를 보면 대학생들이 거리 술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광고만 하지 말고 ‘하이트머니’를 내줘서 ‘테이크아웃 생맥주 용달차’라도 지원해서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은행도 등록금 대출만 해주지 말고 창의적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그들이 가진 젊음에 투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가가 보증인이 되어서라도 대출을 해줘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와 기업은 물론, 대학 당국도 ‘판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등록금 8학기를 꼬박 내고도 취업이 안 되었다면 최소한 한 학기(6개월)는 리콜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글로벌 인재’를 키워낸다고 ‘과장광고’ 한 것에 대해서 소송이라도 내야지요.
‘사회를 살리는 것이 목적인 사회적 기업’ 즉 ‘소셜 벤처’를 시도하는 졸업생들에게는 특히 지원을 해야 합니다.
10년 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성장 동력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대안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유네스코 청년포럼.
고용의 문제는 선진국도 풀지 못한 문제입니다.
‘선성장 후분배’라는 신자유주의 모형도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우파 정부뿐만 아니라 분배를 먼저 내세운 좌파정부도 풀지 못한 문제입니다.
판을 벌이게 하는 것이,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봅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청년 실업’은 냉정한 현실입니다.
청년세대가 그 시간을 비참한 시간이 아니라 진짜 인간답게 살아가는 시간으로, 개인의 엔돌핀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 시간으로, 신명나게 판을 벌일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면 그들은 무한한 부가가치를 올릴 것입니다.
‘나라도 살아남아야겠다’라며 고립주의에 빠졌던 청년세대가 서서히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공동전선을 펼칠까 고민하고 있던데,
저는 국가와 사회와 기업과 대학으로부터 ‘삥을 뜯어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이들을 방치한다면 이들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다른 세대에 기생하는 ‘천덕꾸러기세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영원한 ‘찌질이 세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세대를 견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 세대'의 새이름 공모에는 '무한C 세대'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사진의 학생이 이 이름을 제안했다.
지금 청년세대는 미래에 현재를 담보잡힌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 오늘이 곧 내 미래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그래서 오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판을 벌여 줘야 합니다.
청년세대가 ‘팝업 세대’가 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와 기업과 대학이 함께 나서도록,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88만원 세대’를 ‘팝업 세대’라고 부르는 것,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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